[이성필기자] 벤치에 앉아 있었던 '블루 드래곤' 이청용(27, 크리스탈 팰리스)은 자신의 도플갱어나 다름없는 이재성(23, 전북 현대)의 플레이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미얀마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조별리그 5차전을 치러 4-0으로 완승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공언대로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유럽파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이청용을 선발 출전 멤버에서 빼고 벤치 대기 시켰다. 이들 없이도 얼마든지 미얀마를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기도 했다. 또, 출전 시간 배려로 다음 경기나 내년 3월 쿠웨이트, 레바논과의 홈 경기를 대비하는 의도도 있었다.
손흥민과 이청용 대신 선발 기회를 얻은 이는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과 이재성이었다. 특히 국내파인 이재성의 활약에 눈길이 쏠렸다. 이재성은 지난 8일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전북의 2시즌 연속 우승을 이끌어 더욱 대표팀에서의 활약이 기대됐다.
이재성은 월드컵 예선 내내 좋은 활약을 해왔다. 탄력적인 움직임과 볼을 다루는 센스는 흡사 이청용을 보는 것 같았다. 신체조건은 물론 외모마저 비슷해 팬들은 둘을 묶어 생각하곤 한다.
이날 미얀마전에서 이재성은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나섰다. K리그가 막판이라 한참 시즌이 진행 중일 때의 스피드는 아니었지만, 체력을 조절하며 공간을 향한 움직임은 일품이었다.
결국 18분 이재성이 한국의 선제골을 넣었다. 기성용의 롱패스를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받아 침착하게 볼을 트래핑 한 뒤 왼발로 넣었다. 미얀마 수비 세 명이 달려들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영리한 발놀림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 내내 이재성을 통한 한국의 공격 연계는 계속됐다. 이청용이 출전했을 당시 보여주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둘의 차이라면 소속팀의 명칭과 리그뿐이다. 이 선제골 덕분에 이재성은 K리그 영플레이어상 수상 가능성도 높였다.
이재성의 기량 향상은 날이 갈수록 눈에 띄고 있다. 유럽파, 국내파 상관없이 경쟁을 선언한 슈틸리케 감독의 의도에 가장 부합한 활약을 하고 있는 선수가 바로 이재성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부상에서 회복해 부활을 노리는 이청용에게는 좋은 자극제가 됐다.
조이뉴스24 수원=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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