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근기자] 올해 가요계는 아이돌의 강세가 이어졌고, 전성기를 맞은 힙합 그리고 발라드의 부활이 눈에 띄었다. 빅뱅은 'MADE' 시리즈 앨범으로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간 가요계를 폭격했고, 최근 가장 핫한 지코 등은 변방에 있던 힙합을 가요계 중심으로 옮겨놨다. 임창정의 롱런으로 대변되는 발라드는 옛 영광을 회복할 조짐을 보였다. 'K팝=아이돌'에서 많이 벗어난 한 해였다.
좀 다른 시각으로 보면, 2015년 가요계에서 주목할 만한 건 장르를 불문한 '섹시 코드'다. 걸그룹의 과한 노출 등이 도마 위에 오른 적은 있지만 올해 특히 다양한 형태로 가요계 전반에 섹시 코드가 스며들었다. 때론 노골적이고 또 때론 은근히 판타지를 자극했다.
걸그룹의 섹시 콘셉트는 무작정 노출을 하는 것에서 한층 진화했다. 스포츠 선수 복장부터 여경찰 제복 그리고 교복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코스프레를 시도했다. 노래 가사와 뮤직비디오에서의 은근한 성적 코드도 많아졌다. 남자 가수들은 좀 더 노골적인 경우가 많았다. 박진영을 시작으로 박재범, 지코 등은 직접적인 묘사로 아름다운 여성의 몸매를 찬양했다.
남자 가수들의 여체 탐닉
올해 가요계에서 놀랄 만한 일 중 하나로 박진영을 빼놓을 수 없다. 40대 댄스가수가 음원차트 1위를 '올킬'하고 돌풍을 일으키던 미쓰에이를 '팀킬'까지 했다. 가끔 새 앨범을 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던 박진영을 핫한 가수로 부활시켜준 곡은 4월 발표한 '어머님이 누구니'다. 박진영의 활약은 남자 아이돌에 밀려 자취를 감췄던 남자 솔로 댄스 가수의 부활이라는 점에서 2015년 가요계에 큰 족적이다.
한동안 감성에 취해있던 박진영은 이 곡으로 오랜만에 '딴따라' 이미지로 돌아왔다. '넌 허리가 몇이니? 힙은?'이라고 노골적으로 묻고 '어머님이 누구니 도대체 어떻게 너를 이렇게 키우셨니'라고 감탄한다. 아무리 예뻐도 뒤에 살이 모자라면 눈이 안 가고 가냘픈 여자라도 마음이 안 간다. 허리는 가는데 힙이 커서 맞는 바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여자를 묘사했고, 뮤직비디오에도 등장시켰다.
한때 박진영과 사제지간이었던 박재범은 상반기부터 쉼없이 신곡을 발표했고, 여러 가수들의 곡에 피처링에 참여했다. 그리고 지난달 18트랙과 27명의 피처링진이 참여한 정규앨범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박재범과 그의 레이블 AOMG의 급성장은 대세로 떠오른 힙합신의 위상을 대변해준다.
여러 곡들 중 박재범이 5월 발표한 '몸매'가 재미있다. 장르는 다르지만 '어머님이 누구니'와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한다. 비욘세 엉덩이도 납작해 보이게 만들 힙과 구릿빛 피부의 탄탄한 허벅지를 찬양한다. '니 가슴에 달려있는 자매 쌍둥이 둥이', '목폴라를 입어도 태 나오는' 등의 여체 묘사부터 '맛이 궁금해 탐스러운 자연산 복숭아 수박' 등 남자들의 욕정까지 고루 담겼다.
수년 전부터 힙합 아이돌이 줄줄이 등장했지만 이들은 가장 먼저 편견과 싸워야 했다. 아이돌 그룹이라는 이유만으로 시스템 하에서 '만들어진 힙합'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런 편견이 올해 들어 많이 깨지기 시작했는데, 대표 주자가 블락비 지코다. 2011년 블락비 데뷔부터 프로듀서로 나선 지코는 팀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올해 솔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자신의 힙합 색깔을 마음껏 드러냈다.
성적 코드도 많이 담았는데 11월 발표한 '보이즈 앤 걸스(Boys And Girls)'와 12월 발표한 미니앨범 타이틀곡 '유레카'가 그렇다. 특히 '유레카'에서는 'Oh god she's hot 눈에 딱 들어와 들어갈 덴 들어가고 나올 덴 나온 여자. 타이트 한 위아래 입체감에 뻑 가. 소방차를 불러 화제의 중심은 your body./만지고 싶어 Big booty girl' 등으로 여체를 묘사하고 감탄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매직스틱'과 '바디 쉐이크'의 다양한 변신
2008년 가수 비의 ‘레이니즘’이 선정성 논란에 빠진 적이 있다. 가사 중 '매직스틱'과 '바디쉐이크'가 문제가 됐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청소년에게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선정적인 것이나 음란한 것'으로 판단했다. 2015년 가요계엔 '매직스틱'이 다양한 형태로 등장했다.
먼저 빅뱅 '베베'의 가사 중 '찹살떡'(찹쌀떡 찹쌀떡 궁합이 우리 우리 궁합이')는 많은 사람들을 통해 회자되는 것처럼 '바디 쉐이크'와 비슷한 느낌이다.
또 다이나믹듀오의 정규 8집 타이틀곡 '꿀잼'에서 '매직스틱'은 '드래곤'으로 환생했다.('이 밤을 경영 관리 잘 한다면 우린 대성할 것 같아. 심장은 불 뿜지 마치 dragon dragon 잘 길들여 승리해요/빅잼. 꿀잼 오늘밤은 핵잼 꿀잼') 수록곡 '먹고하고자고'에서는 '매직스틱'이 '못'으로 재탄생했다.('난 니 몸속을 파고드는 못. 뜨 뜨거워 너와 내 열기 이방은 이 밤을 끓이는 솥')
크러쉬의 '오아시스'에선 '로켓'('넌 낮이 밤이 될 때까지 waterfall 그 속에서 난 헤엄치고 싶어/지구부터 달까지 로켓을 쏘아'), 박재범의 리믹스 버전 '몸매'에선 '슈퍼스타'('나를 원한다면 내 호텔 룸으로 따라와줘 my girl. Super Star를 니 혀로 한번 맛을 봐봐') 등이 그렇다. 지코의 '풀어(Pour Up)'에선 '내 마이크를 잡았을 때 바이브레이션 넣어서 가창해줘'란 표현이 기발하다.
판타지 자극하는 걸그룹의 코스프레 의상
올해 걸그룹 콘셉트는 대놓고 섹시, 전반적으로 청순, 걸크러쉬 정도로 콘셉트가 나뉘었다. 공통점은 어느 정도는 섹시 요소를 녹인다는 것. 특히 남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코스프레 의상들이 눈에 띄었다. 교복, 체육복, 수영복, 경찰복, 메이드복 등은 일본 성인 비디오에 등장하는 단골 아이템이다.
올해 신인 걸그룹 대표는 여자친구와 트와이스다. 여자친구는 청순, 트와이스는 걸크러쉬다. 공통점은 교복과 체육복이다.
여자친구는 올해 초 '유리구슬' 때는 아예 교복이 메인 의상이었고, 앨범 재킷과 뮤직비디오에선 체육복을 적절하게 활용했다. 하반기 '오늘부터 우리는'에서는 약간 진화한 형태의 교복이었다. 전체적으로 순수하고 청순한 느낌이긴 하지만, 허리가 살짝 드러날 정도의 짧은 상의와 몸매라인이 적당히 드러날 정도의 피팅감 있는 교복과 체육복은 적당히 섹시한 느낌도 준다.
트와이스도 마찬가지다. '우아하게' 뮤직비디오에도 교복과 체육복 그리고 치어리더 의상을 입은 트와이스 멤버들이 등장한다. 이들만큼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워너비는 '손들어'에서 여경찰 제복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선배 걸그룹들은 한 수 위였다. 걸스데이는 '링마벨' 뮤직비디오에서 수영복을 입고 나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차지게 치며 '판타지 2단 콤보'를 선보였고 씨스타는 '쉐이크 잇(Shake It)' 뮤직비디오에도 평범하지 않은 교복과 운동복을 입고 나온다. AOA는 '심쿵해'에서 라크로스 선수를 콘셉트로 잡고 섹시한 스포츠룩을 선보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코스프레 의상을 좀 더 섹시하게 변형했다는 점이다. 비슷한 듯 조금 다른 팀이 있는데 신인 걸그룹 에이프릴이다. 에이프릴은 '꿈사탕'을 발표하면서 메이드복 콘셉트를 들고 나왔는데, 이 팀이야말로 섹시 콘셉트를 아예 배제하고 순수하게 메이드복장을 입었다.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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