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우승의 영광은 잠시 뿐이다. 이제는 또 다시 도전자의 입장으로 변했다. 두산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김태형 감독, 삼성을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으로 인도한 류중일 감독은 우승의 기쁨보다 수성의 부담을 훨씬 크게 느끼고 있다. 정상을 차지하기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렵다고 한다. 박하사탕처럼 상큼하고 달콤한 순간은 이미 지났다. 오는 15일 해외 전지훈련을 앞두고 이들 감독은 다시 한 번 무섭게 마음을 다잡고 있다.
◆이탈
아쉬움과 혼란의 오프시즌이다. 두산은 주축 좌타자 '김현수(볼티모어) 없는' 시즌을 경험하게 됐다.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룬 그와 결별하면서 전력에 큰 구멍이 뚫렸다. 베테랑 투수 이재우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돼 한화 이글스로 둥지를 옮겼다. 2군에서 묵묵히 투수들을 지도한 이상훈 투수코치도 친정팀 LG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김승영 사장은 "우리팀에서 주축 타자가 빠져나간 반면 타 팀들은 크게 전력을 보강했다"며 경계심을 숨기지 않는다.
삼성 역시 전력에 구멍이 크게 뚫렸다. 2루수 야마이코 나바로, 그리고 원정도박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 임창용과 결별했다. 시즌 48홈런을 친 주전 2루수와 리그 최상급 마무리 없이 올 시즌을 맞게 된 것이다. 지난해까지 정규시즌 5연패, 2014년까지 통합 4연패를 이룬 영광이 지속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더구나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 개장 첫 시즌이어서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 '삼성 왕조'를 보이지 않게 뒷받침한 김인 사장도 이번 겨울 라이온즈를 떠났다. 두산과 삼성은 지난해에 비해 여러모로 달라진 모습으로 올 시즌을 맞게 됐다.
◆도전
김 감독과 류 감독의 현재 상황은 묘하게 닮았다. 우승팀 감독이라지만 느긋한 마음은 없다. 오히려 영광을 향해 차분히 준비하는 '도전자'의 위치에 가깝다. 두산은 중심타선의 한 가운데에 구멍이 뻥 뚫렸고, 삼성은 마무리 자리가 무주공산이다. 사정은 다르지만 해당 분야에서 리그 정상급 선수들이 이번 겨울 팀을 떠났다. 외국인 선수들도 의문부호다. 지난해 '용병복'이 없던 두산은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의 '새 단짝'으로 오른손 투수 마이클 보우덴을 영입했다. 외국인 타자는 여전히 대상자를 물색 중이다.
삼성은 일본으로 떠난 '주포' 야마이코 나바로를 비롯해 용병 3명을 모두 새 인물로 바꿨다. 두 팀 모두 야구단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올해 활약 여부를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여기에 두산은 지난해 우승팀이라는 선수들의 자만심,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팀 삼성 또한 '할만큼 했다'는 선수단의 마음자세를 가장 경계한다. 어느 해이든 "우리가 우승한다"고 호언장담하는 감독은 없지만 올 시즌이야말로 김 감독과 류 감독 모두 도전자의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류 감독은 물론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김 감독도 스프링캠프 출발 전부터 경계심을 내비치는 이유다.
◆35번째 시즌
김 감독은 "지난해 우승팀이라는 자신감이 지나칠 경우 역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우려한다. 류 감독은 원정도박 파문으로 뒤숭숭한 선수단 분위기를 극복하고 '우승 마인드'를 재이식하는 게 급선무다. 서로 처지는 달라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겸허한 자세는 공통적이다. 나란히 1982년 원년 창단팀인 두산과 삼성이 35번째 시즌을 맞아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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