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어려운 이란 원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대응력은 낙제점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 밤(한국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4차전 이란 원정경기를 치렀다.
1974년 이후 32년 동안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곳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승리를 한다면 좋겠지만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시도하겠다"라며 최소 무승부라도 거두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테헤란에 입성했다.
이날 이란을 상대로 슈틸리케 감독은 앞선 카타르전에서 선보였던 4-1-4-1 포메이션에 기반을 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했다. 기성용이 전진 배치됐지만 수비에 좀 더 신경을 썼다.
한국을 상대하는 법을 잘 알고 있었던 이란은 신체적 조건을 활용해 힘을 앞세운 축구를 했다. 2011년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부임 후 스타일로 굳어진 끈끈한 수비를 더욱 강화해 대응했다.
전반 슈틸리케 감독이 내세운 전형은 25분 수비가 붕괴되면서 이란에 선제골을 내줘 소용이 없어졌다. 믿었던 오재석(감바 오사카)-장현수(광저우 푸리) 좌우 측면 수비수들이 공격 지원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수비에서도 문제를 일으켰다.
한국은 공격진도 돌파력이 좋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패싱력이 좋은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으로 갖췄지만 후방에서 패스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으니 이들이 장기를 발휘할 기회조차 없었다.
특히 최근 좋은 감각을 보여주고 있던 손흥민의 침묵은 여러모로 아쉬웠다. 오재석이 실점 후 이란 수비의 힘에 밀려 쉽게 전진하지 못하면서 한국의 공-수 간격은 더 벌어졌다. 손흥민의 슈팅이 수비벽에 맞고 나오는 등 아쉬움도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10월 원정 친선경기를 통해 한 번 이란의 스타일을 겪어봐 잘 알고 있었다. 충분히 공부가 됐고 앞서 이란이 최종예선 3경기를 통해 버티면서 이기는 전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 대처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후반 시작과 동시에 홍철(수원 삼성)을 투입하면서 오재석이 오른쪽 측면 수비, 장현수가 중앙 미드필더로 이동한 것을 제외하면 전술적 유연성이 부족했다. 공중볼 다툼에서 시종일관 열세를 보이고 있던 상황에서 장신 공격수 김신욱(전북 현대)의 교체 투입도 후반 20분에서야 이뤄졌다.
김신욱이 투입되자 한국은 공중을 향해 지속적으로 볼을 투입했지만 김신욱이 헤딩으로 떨어트려도 받아주는 자원이 없었다. 30분 김보경을 빼고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넣어 공격에서의 변화를 꾀했지만 큰 효과도 없었다.
이란은 39분 경기 조율 능력이 뛰어난 안드라닉 테이무리안을 넣어 수비 굳히기에 돌입했다. 한국은 끝내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하고 결국 패배의 쓴맛을 봤다. 아쉬움만 남은 9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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