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최근 대한민국에 뜨겁게 떠오른 단어가 있다. 바로 '7세고시'다. 유명 영어학원 진학을 위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만 5, 6세 유치원생들이 보는 시험을 말한다. 일부 극성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으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이제 '7세고시'는 서울 강남을 넘어 전국구로 번지고 있다.
'7세고시'의 존재를 처음 알린 건 KBS '추적 60분'이다. 방송은 '7세고시, 누구를 위한 시험인가?'라는 제목으로 영유아 사교육 실태를 꼬집었다. 개그우먼 이수지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대치동 도치맘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다뤄 큰 화제를 모았다.
!['라이딩 인생' 스틸컷 [사진=ENA]](https://image.inews24.com/v1/b33ac11d3437a9.jpg)
!['라이딩 인생' 스틸컷 [사진=ENA]](https://image.inews24.com/v1/3de76a8c5127fd.jpg)
25일 종영한 ENA 월화드라마 '라이딩 인생' 역시 '7세고시'를 전면에 내세웠다. 드라마는 딸의 '7세 고시'를 앞둔 열혈 워킹맘 정은이 엄마 지아에게 학원 라이딩을 맡기며 벌어지는 3대 모녀의 대치동 라이프를 그렸다. 소설 '라이딩 인생 : 대치동으로 간 클레어할머니'를 원작으로 한다.
첫방송 시청률 1.2%(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한 '라이딩 인생'은 3.3%(8회)까지 치솟았다. 화제의 중심에 선 드라마 '라이딩 인생' 성윤아, 조원동 작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성 작가는 "추적60분과 이수지 유튜브의 효과가 없지 않았던 것 같다. 우선 7세고시라는 단어 자체가 익숙해졌다. 댓글도 '정말 현실이 그래?'가 아닌 '(다큐)보니 그렇더라'는 반응이 많더라"고 다큐와 유튜브의 영향력이 컸다고 전했다.
조 작가 역시 "다큐와 유튜브가 도움이 됐다"곤 했지만 "'7세고시'라는 단어로 명명하는 순간 유행이 되고, 일부 따르는 사람이 생기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도 생긴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실제 중학생 자녀를 양육 중인 조 작가는 "(드라마) 홍보적인 입장에선 ('7세고시' 관련) 멘트나 영상이 도움은 된다. 하지만 또 '몰랐으면 안할텐데'하는 생각도 들더라. 학부모들은 항상 딜레마를 겪지 않나. 그래서 부담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꼈다"고 덧붙였다.
드라마에서 정은(전혜진 분)은 소위 영재라 불리는 7세 딸 서윤을 키우고 있는 열혈 워킹맘이다. 어린시절 학업적 아쉬움을 경험한 그녀는, 딸에게 만큼은 풍족한 교육 환경을 제공하려 애쓰는 인물이다.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내 딸이 영재라면, 나 역시 정은 같았을 것'이라는 입장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은의 행동은 과하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낸 대표적인 장면은 6회에서 펼쳐졌다. 입시모드에 돌입한 딸 서윤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응급실을 찾았고, 시험을 보지 못한 현실에 안타까워하던 정은이 병원에서 다음 테스트 예약을 하는 장면이었다.
조 작가는 "원작 속 정은이는 좀 더 독한 면이 있다. 드라마에서는 그 독함을 좀 덜어내려고 했다"라며 "응급실 에피소드에 관해서도 내부 회의를 많이 거쳤다. 정은이가 병상 앞에서 대놓고 전화를 해야 할지, 병실을 나와서 전화를 할지를 두고 논의를 많이 했다"고 나름의 선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정은이는 대치동에서 가장 많이 본 엄마 유형이라고 생각했어요. '내 아이가 이렇게 잘 따라주는데 좀만 더 독해지면 어떨까. 아이가 나중에 분명히 고마워 할거야. 잠깐 나쁜 엄마가 되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엄마들이요. 너무 밉지 않게 그리려고 했는데 후반부에 약간 (많이) 미워져서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성 작가는 원작 소설의 드라마 극본화 작업부터 약 3년을 '라이딩 인생'과 함께 했다. 미혼의 성 작가는 '7세고시'의 존재를 당시 처음 알았다고. 원작 소설을 읽은 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감도 안 잡혔다"던 그는 무작정 압구정, 대치동 학원가를 찾았다. 그리고 유명 학원 원장부터 현직 학원 교사, 강남에서 육아 중인 학부모, 미술치료사, 심리치료사 등 10여명을 심층 취재했다.
성 작가는 "'내가 7세 엄마라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먼저 던졌다. 그러자 '사실 7세는 늦었다. 36개월부터는 시작해야 한다'라고 하더라"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제는 '7세고시'가 아닌 '4세고시'도 나오고 있는 것. '4세고시'는 유명 영어유치원 입학을 위한 36개월 유아들의 시험이다.
!['라이딩 인생' 스틸컷 [사진=ENA]](https://image.inews24.com/v1/7737676cfdd430.jpg)
이제 드라마는 마쳤다. 다행히 '라이딩 인생'은 해피엔딩이다. 세 모녀가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았고, 진짜 행복을 찾아 떠났다. 하지만 과연 현실도 그러할까. 현실은 드라마처럼 행복한 마무리가 아닐 수 있다. 다만, 드라마를 통해 한번쯤은 생각해볼 수 있을 터다. 무한 경쟁사회에 내몰린 우리 아이들의 진짜 행복은 무엇이고. 아이들이 진짜 원하는 건 무엇인지 말이다.
조 작가는 "세 모녀의 갈등과 화해, 이해,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드라마를 보고 한번쯤은 자녀에게 진짜 하고 싶은 것은 뭐고, 하기 싫은 것은 뭔지 물어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성 작가 역시 "우리 드라마를 통해 부모-자녀가 소통하는 계기가 마련되면 좋겠다. 아이들은 때로 부모를 위해 괜찮은 척, 본래 능력의 120% 오버하기도 한다. 우리 드라마를 보고, 자녀들과 충분한 이야기 나눠보기를 바란다"고 부탁했다. '
한편, 8부작 '라이딩인생'은 25일 종영했다.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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