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내가 몸은 늙어가고 쇠약해 지지만, 정신만은 늙으면 안되겠더라고요. 젊었을 때처럼 삐죽삐죽한 생각을 갖자. 데뷔곡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처럼, 세상 모르고 끝까지 가보자는 마음입니다."
배철수가 지난해 건강상의 이유로 병원에 입원해 떠올렸던 생각이다. 35년 동안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지켰던 배철수는 "청취자가 받아주는 한 하루하루 재미있게, 늘 즐겁게 방송하겠다"고 했다. 국민 라디오 프로그램 '배철수의 음악캠프' 존재의 이유다.
![배철수가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 35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MBC]](https://image.inews24.com/v1/43318fa8e0ed08.jpg)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 35주년 기념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DJ 배철수와 남태정 PD가 참석해 소회를 전했다.
팝 음악 전문 프로그램인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35주년을 맞는다. 1990년 3월 19일 첫 방송 이후 30년 동안 폭넓은 청취층의 사랑을 받아왔으며, 동일 타이틀 동일 디제이의 음악 방송으로 국내 최장수 기록을 세우고 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배철수는 "오래 한 건 맞다. 대한민국에서 단일 프로그램으로는 가장 오래 했다. 36년차에 접어들었다. 언제까지 할지 저는 잘 모르겠다. 3월19일이 생일인데, PD들이 축하해주러 스튜디오에 올라왔다"라며 "MBC 라디오에서 필요로 한다면, 청취자들이 '아직 네가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고 건강이 허락한다면 하겠다.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청취자가 결정할 일이다"고 소회를 밝혔다.
배철수는 지난 시간을 돌이키며 '괴상한 DJ였다'고 회상했다.
배철수는 "MBC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끌고 와준 것에 감사한다. 후배 DJ들이 배철수처럼 해야겠다고 하지만, 처음엔 괴상한 디제이자키였다. 말도 함부로 하고 비속어도 썼다. 그 때는 속삭이듯 방송을 했고 히트곡만 틀 때였다. 저는 목소리도 투박하고 락 음악, 긴 음악을 틀엇다. 그 시절에는 이상한 디제이였다. MBC 라디오에서다 받아주고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배캠' 라디오를 진행하며 겪은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배철수는 "예전엔 저를 싫어하는 국장이 있었다. 임기 동안 그만둘 뻔한 적도 있었다. '왜 나를 싫어할까' 생각했더니, 머리 길고 수염 길고 여름엔 샌들을 신고 다녔다. '방송국에 맨발로 오다니' 했던 것 같다. 제태도가 싫었던 것 같은데 고비를 잘 넘겼다"고 말했다.
또 "제가 그만 두려한 건, 10년, 20년 고비마다 다른 일 해야 하는데 생각했지만 결단력이 떨어졌다"고 웃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10대부터 60대까지 폭넓은 청취자층을 자랑하는 프로그램이다. 배철수 개인에게도 '애정 넘치는' 프로그램이지만, 수많은 청취자들에게도 소중한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 대중문화사, 라디오 역사에도 큰 족적을 남긴 '아이콘'으로, 단순히 음악 소개에 그치지 않고 유명 인사들이 즐겨찾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 등이 출연했다.
남태정 PD는 "대중음악은 다양성이다.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매일 만나는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희귀 아이템이다. 미국이나 영국은 팝음악의본고장이지마, 동양권에서 팝음악 꾸준히제작하는건 드물다. 본인 관리도 잘하고, 신념도 있다.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앞으로도 지켜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일관성을 청취자 시절부터 쭉 느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배철수가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 35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MBC]](https://image.inews24.com/v1/012b0efc24687f.jpg)
배철수는 "방송 35년을 한 것이 대한민국 문화 발전에 조그마한 돌이라도 하나 쌓은 것이 아닌가. 저 스스로는 뿌듯한 것 같다"고 말했다.
1980년대를 휘어잡은 록밴드 송골매의 멤버였던 배철수는 35년이 지난 뒤에도 '음악캠프' DJ로 우리들의 퇴근길을 함께 한다. 배철수는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를 청취자에게서 찾았다.
배철수는 "'배캠'은 정치와 경제를 논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삶이 얼마나 힘드냐. 퇴근길에 좋은 음악 듣고, DJ가 떠나는 껄렁한 조크에 피식 한 번 웃으면 그걸로 족하다. 국장은 청취율이 더 잘나오길 바랐겠지만, 저는 그것만으로 프로그램 존재의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침에 눈떠서 잠들 때까지 방송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그게 일인데, 행복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진짜 그렇다. 나이가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체력은 떨어진다. 하루종일 빌빌 거리고, 만나기만 하면 '피곤하다'를 입에 달고 산다"면서도 방송 하는 순간이 즐겁다고 이야기 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언제까지 계속 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또 청취자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배철수는 "작년에 35년 동안 몸이 아파서, 처음으로 일주일 동안 방송을 못했다. 병원에 5일 동안 누워있으면서 할 일도 없이 계속 생각만 했다. 심각하게 생각했던 건 '이제 내가 젊지 않구나' '나이 들었구나'라는 생각이었다. 70년 넘어 생각했으니 그 생각을 늦게 한거다"라고 눙을 쳤다.
그러면서 "아무리 건강하다고 해도, 물리적 세월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내가 몸은 늙어가고 쇠약해 지지만, 정신만은 늙으면 안되겠다. 젊었을 때 삐죽삐죽한 생각을 갖자. 데뷔곡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처럼 세상 모르게 끝까지가보자고했다"라며 "언제까지 하겠냐고 하는데, 청취자와 제 몸이 결정할 거다. 몸이 허락하는 한, 청취자가 받아주는 한 하루하루 재미있게 늘 즐겁게 방송하겠다"고 말했다.
'배캠'은 35주년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를 계획 중이다. 배철수가 40년 만에 솔로앨범을 발매해 청취자들에 선물했으며, 4월에는 배철수의 휴가로 옥상달빛, 윤도현, 이루마, 유희열이 찾아 2주 간 자리를 채운다. 하반기에는 전세계 최대 음악축제 중 하나인 미국 시카고 롤라팔루자를 찾는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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