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상욱 기자] 경호와 경호원의 기원은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 사람을 보호하려는 본능적 필요에 의해 시작됐다.
고대 사회에서는 왕이나 귀족, 종교 지도자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한 전담 호위병이 존재했다.
고대 이집트의 무장 호위병, 중국의 금의위(錦衣衛), 로마 제국에서 황제의 경호를 담당하던 프라이토리안 가드(Praetorian Guard)가 그 대표적인 예다.
경호의 개념은 중세에 들어와 조금 더 구체화 됐다.
유럽에서는 기사(knight)들이 영주와 왕족을 보호했고, 일본에서는 사무라이[侍(さむらい)]들이 다이묘[大名(だいみょう)]의 경호를 맡았다. 고려시대는 2군 6위(二軍六衛)중 2군이었던 응양군(鷹揚軍)과 용호군(龍虎軍)이 왕의 신변 보호 및 궁궐 수비를 담당했고, 조선 시대에 와서는 금위영(禁衛營)의 역할이 바로 그것이었다.

근대 이후 총기 발달과 함께 경호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체계적인 전문 조직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1865년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에 의해 설립된 미국 비밀경호국(美國秘密警護局, United States Secret Service, USSS)이 그 시작이었다.
일본은 1975년에 도쿄 경찰청 산하에 SP(Special Police)가 창설되어 본격적인 경호를 담당했다.
우리나라는 이승만(李承晚) 대통령 시절이었던 1949년 경무대경찰서를 시작으로 1953년 내무부 훈령 제52호로 '대통령 경호 특별수칙'이 제정되면서 대통령 경호에 대한 지침이 만들어졌다. 이후 경무대경찰서가 폐지되고 대통령경호대를 거쳐 현재의 대통령경호처로 발전해 왔다.

현대에 이르러 경호원의 역할은 단순한 신체 보호를 넘어섰다.
경호원들은 사전 정보 분석, 동선 확보, 돌발 상황 대비 시나리오 수립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며, 각종 위협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받는다.
또한 민간 분야에서도 연예인, 기업인, VIP 등을 위한 전문 경호 업체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경호원이라는 직업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자주 등장할 만큼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졌다.
이처럼 경호는 단순한 방어 행위를 넘어, 사회적 질서와 안전을 지키는 중요한 요소로 발전해 왔으며, 시대와 기술의 발전에 따라 그 역할과 방식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박정우 대표는 “경호는 누구를 지키느냐에 따라 방식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수많은 현장에서 정치인, 연예인, 기업인 등 다양한 인물을 보호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각 대상의 특성과 경호 전략의 차이를 명확히 짚어주었다.
"사실 아무 일도 안 일어나게 하는 것이 제일 잘한 경호다." 경호 경력 20년, 국내외 고위 인사와 VIP의 안전을 책임져 온 박 대표는 경호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총 들고 싸우고, 몸으로 막아내는 일? 거의 없다. 왜냐하면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만드는 일이 저희 일이다. 영화처럼 멋지게 싸우는 게 아니라, 아예 그런 상황 자체를 없애는 게 저희 목표다."
“보이진 않지만, 가장 먼저 움직여야 한다.”
박 대표는 경호를 ‘그림자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위험을 미리 파악해서 사전에 제거하고, 만약 위기 상황이 오더라도 가장 빠르게 대응하는 게 경호의 본질이라는 겁니다. 경호원이 주인공이 되면 안된다. 보호 대상 앞에 있어야 하긴 하지만, 튀지 않아야 한다. 말 그대로 그림자처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경호 방식 "누굴 지키느냐에 따라 경호 전략은 완전히 달라진다." 박정우 대표는 정치인, 연예인, 기업인 모두 각각 경호 포인트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정치인의 경우, 계획적 위협이나 돌발 시위, 대중 집회와 같은 상황에 자주 노출된다. 이에 따라 군중 통제와 정보 보안이 핵심이 되며, 동선의 사전 확보와 예측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불특정 다수와의 접점이 많기 때문에, 외부 위협을 사전에 감지하고 통제하는 능력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연예인은 팬들과의 자발적 접촉이 많은 만큼, 보다 부드럽고 감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강한 통제보다는 유연한 대응이 중심이며, 사생활 보호와 함께 자연스럽고 세심한 배려가 필수”라고 말했다.
기업인 경호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협박이나 납치와 같은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일상생활의 동선 보안과 가족 보호, 정보 유출 방지에 중점을 둬야 한다.”
박 대표는 “기업인의 경호는 겉으로 드러나는 보호보다, 정보와 보안의 차원에서 훨씬 정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경호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슈트 입은 멋진 보디가드가 아닌, 각 대상에 최적화된 전략과 대응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고도의 맞춤형 전문 서비스임을 강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박 대표는 국가 행사장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해외 VIP랑 국내 고위 인사들이 같이 있는 행사였다. 군중 속에서 이상한 움직임을 보인 사람을 발견하고 바로 우회 동선을 가동했다. 다행히 실제 위험은 아니었지만, 그 몇 초가 엄청나게 긴장됐다." 그런 순간이 경호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해준다고 한다.
"기술도 쓰지만…결국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요즘 경호는 AI 얼굴 인식, CCTV 통합 관제, 드론 같은 기술을 많이 활용합니다." 하지만 박정우 대표는 기술은 어디까지나 ‘보조’라고 말했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결국 현장에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건 사람이에요. 기술과 사람의 조화를 잘 맞추는 게 중요하다."
“여성 경호원,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경호는 예전엔 체력 중심이라 남성 중심의 영역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박 대표는 여성 경호원이 오히려 더 강점을 갖는 상황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 VIP를 경호하거나, 섬세하게 접근해야 하는 경우엔 여성 경호원이 더 잘 맞는다. 관찰력도 좋고, 감성적인 접근도 가능하다."

경호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체력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두뇌’와 ‘신뢰’의 싸움이다.“ 박 대표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수없이 반복된 위기 대응 훈련, 그리고 보호 대상자를 나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마인드, 그게 진짜 경호원의 자세라고 한다. 보이지 않게, 하지만 누구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희망사항으로 “공공안전 표준을 만들고 싶다”는 박 대표.
이제 경호 시스템을 더 스마트하게 만들고, 공공 영역에서도 표준화된 안전 체계를 구축하는 데 힘쓰고, 또 후배 양성과 제도 개선도 그의 큰 목표 중 하나라는 박 대표는 "경호는 액션이 아니라 예측이고, 힘보다는 책임이에요. 제 경험이 다음 세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말하는 ‘좋은 경호원의 4가지 조건’으로 침착한 판단력, 냉철한 성격, 철저한 준비성, 타인을 우선시하는 책임감을 말하면서 하지만 정말 좋은 경호원이 되고 싶다면 훈련을 열심히 하는 것만큼 어린 시절부터 손에서 책을 떨어뜨리지 말고, 많이 읽는 습관부터 들이는 것이 그 시작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수원=박상욱 기자(sangwook@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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