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공승연이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을 통해 '인생 연기'를 새로 썼다. 데뷔 10년차에 일군 값진 성과다. 자신의 연차에 맞는 연기를 하고 있는지 늘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공승연이기에 스크린 속 새 얼굴이 참 반갑다.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공승연의 '배우 인생' 역시 기대가 된다.
오는 19일 개봉되는 '혼자 사는 사람들'(감동 홍성은)은 저마다 1인분의 외로움을 간직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2021년 5가구 중 2가구가 '1인 가구'인 홀로족 시대인 지금, 다양한 세대의 1인 가구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세밀하게 묘사해 공감을 전한다.
공승연은 혼자가 편한 콜센타 상담원 진아 역을 맡았다. 일찌감치 독립해 나와 홀로 산 탓에 누군가 함께 하는 건 불편하다. 갓 스무살이 된 직장 후배 수진(정다은 분)의 교육을 맡는 것도 싫다. 그런 진아의 삶이 옆집 남자의 죽음으로 인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공승연은 최선을 다해 주변과 관계 맺기를 회피하며 '아무하고도 연결되지 않는 삶'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진아를 섬세하고 내밀한 연기로 표현해냈다.
공승연은 '혼자 사는 사람들'을 통해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생애 첫 배우상을 수상하며 의미있는 데뷔 10주년을 맞이하게 됐다. 첫 장편영화부터 의미 있는 결실을 맺은 공승연은 최근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연기 호평에 대한 소감과 함께 배우로서의 목표를 전했다.
- '혼자 사는 사람들'과 진아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 이유는?
"사실 처음엔 두려웠다. 장편 영화를 혼자 이끌어가야 하고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더라.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나에게 들어온 대본이 맞나' 의심을 했다. 감독님 만나서 '왜 저냐', '정말 저인거 맞냐'고 물어봤다. 감독님은 제가 연기하는 진아가 궁금하고, 찰떡이라고 하시더라. 꼭 해줬으면 좋겠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고 해주셨다. 감독님 덕분에 힘을 내서 이 영화를 선택했다. 첫 미팅 시간도 길었다. 제가 진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부분, 궁금한 부분이 많아서 모든 질문을 써서 갔는데 감독님이 그걸 하나하나 다 설명해주셨다. 저 또한 진아를 연기하는 저의 얼굴이 궁금했다."
- 진아는 예민하고 주변을 단절시키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점점 연민을 느끼는 인물로 변화한다. 예민하게 접근을 해야 했을 것 같은데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연기했나.
"캐릭터 자체가 무심하고 관계를 단절하기 위해 예민하게 구는 인물이다. 이 사람의 일상에 파문을 일으키는 것이 뭘까 생각하고 세심한 연기를 위해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했다. 자신이 없다 보니 감독님에게 기대서 많이 물어봤고, 편집본도 많이 봤다. 순차적으로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그 연결선을 매끄럽게 하려고 노력했다."
- 담배 피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힘들지는 않았나.
"이 영화를 시작하면서 담배를 배웠다. 촬영 들어가기 한달 전부터 연습했는데 쉽지 않더라. 영화 봤을 때 가장 아쉬운 장면이 담배 피우는 장면인데 디테일을 놓쳤더라. 팀장님이 와서 자리를 피하기는 하지만 장초를 버린 것이 아쉬운 부분 중 하나였다."
- 둘째 동생을 비롯해 주변인에게 조언을 얻었다고 했는데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콜센터 상담원을 좋았던 경험이라고 얘기해주지 않더라. 동생의 첫 직장이었다. 고등학교에서 무더기로 취직을 시켰는데, 모두가 힘들어했다더라. 진상도 많아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동생은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진아는 그 속에서도 에이스라 불리니까 '어떤 인물일까'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진아 역시 힘들었을 것 같다. 점차 무뎌지면서 일부러 단절했던 것 같다."
- 우수 직원이다 보니 발음에도 신경을 많이 썼을 것 같은데 어떠했나.
"연기를 하면서 발음보다는 발성이 더 좋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상담원 역할을 맡다보니 발음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게 됐다. 그만큼 집중을 많이 했다. 카메라를 놓고 모니터를 보면서 연습을 했고, 입버릇처럼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샤워할 때도 상담원 톤을 유지하면서 익숙해지려고 했다."
- 콜센터 장면에서 여러 진상들이 등장하는데, 실제 공승연만의 진상 대처 방법이 있다면?
"얼굴도 모르는 타인의 무례함에 대해 할 말은 한다. 지금은 이사를 갔지만, 얼마 전에 앞집 남자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분리수거도 제대로 안 치워서 문 두드려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공중도덕을 안 지키는 분들이 있으면 화가 난다. 그런 경우 외에는 최대한 웃으면서 대하는 것 같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크게 개의치 않아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잘 흘린다. 만약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한숨 자고 일어나면 다르게 보이더라. '그들도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 감정의 진폭이 크거나 분출하는 연기가 아닌 일상적인 톤을 유지해야 했는데, 연기하기 어렵지는 않았나.
"감정을 분출하는 연기가 카타르시스도 있고 '이 사람에 대해 표현을 하는구나' 생각하게 되는데 진아는 '맞나?'라면서 계속 고민을 하게 됐다. 무표정에서 미세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힘들었다."
- '공승연의 재발견'이라고 할 정도로 연기적으로 호평을 많이 받고 있는데 소감은 어떠한가.
"영화를 세 번 봤는데 전 아직도 제가 연기를 잘했는지 모르겠다. 객관적으로 안 봐지더라. 못한 것만 보이고 이런 호평들이 진짜인가 하는 의심도 되고 아직 얼떨떨하다. 사실 제가 연기를 잘했다기 보다는 감독님이 편집으로 잘 만들어주신 것 같다. 2019년 이 영화를 찍고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잊고 있을 때쯤 영화가 나왔는데 요즘 칭찬을 많이 받아서 행복하고, 제일 바쁘기도 하다. 10년차 배우라고는 하는데 연차에 맞는 배우인지 모르겠고, 아직 고민하고 있지만 처음으로 연기로 상을 받아 배우 인생을 돌아보고 원동력을 얻게 됐다. 응원과 격려로 받아들이고 있다."
- 처음에는 자신없고 두려웠던 감정이 영화를 찍고 난 후 달라진 것이 있나?
"촬영 전에는 고민을 하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고민들이 없어진다. 찍고 난 후에도 '내가 왜 그런 고민을 했었지' 생각할 정도라 이제는 자신감을 가져도 될 것 같았다. 최근에 했던 작품들이 주저했던 작품이라 그런지 '할 수 있구나', '도전하는 삶을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극중 수진은 진아의 삶과 감정을 흔들어놓은 사람이다. 수진을 통해 진아도 변화를 하게 되는데, 실제로 수진처럼 감정의 파문을 일으키게 한 주변인이 있나?
"저는 가족에 대한 것이 가장 아프고, 또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이다.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아프면 힘들다. 최근 동생(트와이스 정연)이 정신적으로 아팠는데 저도 힘들었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는 조심스러워 '든든하게 옆에 있겠다'는 마음으로 지냈다. 가족에게 가장 애착이 가고 가족을 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 가족들의 평은 어땠나.
"가족들에게는 부끄러워서 못 물어봤다. 시사회에 가족들이 왔는데 엄마도 '수고했다', '고생했다' 정도만 말씀해주셨다. 서로 살갑게 말을 하는 집은 아닌데 엄마 눈빛에서 하고픈 말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 1인 가구에 대한 공감은 얼마 정도며, 실제 라이프스타일은 어떠한가.
"혼자 산 지 6년차 정도 됐다. 혼술, 혼밥도 익숙하게 즐기고 있다. 집순이긴 한데 집에서 많은 것을 한다. 청소나 빨래를 좋아하는 편이다. 하루 종일 청소 하고 반려동물과 놀고 못 보던 책을 보거나 한다. 또 많이 누워있는 편이다. 요즘 새로운 취미를 가지고 싶은 마음에 친구들에게 취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뜨개질을 해봤는데 저랑은 맞지 않더라. 최근 골프채를 선물 받아서 골프를 쳐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 10년 동안 계속 연기를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은?
"인정 받고 싶음이다. 가족들이 응원을 해줬지만 안 풀릴 때는 걱정하며 '이쯤하면 됐다'라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오기가 있었다. 이제는 오기와는 다른 뭔가를 찾고 싶다. 배우라는 삶을 의미있게 사는 것, 새로운 원동력을 찾고 있다."
- 스스로가 생각하는 배우로서의 강점은 무엇인가.
"저는 저에게 박한 사람이라서 장점을 잘 못 찾고 칭찬도 힘들어한다. 초반에는 촬영 현장에서 많이 어려워해 혼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멘탈도 잡고 연기톤도 잡고 알아서 잘하게 되더라. 꾸준히만 하면 끝을 잘 맺는 사람인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은 칭찬해주고 싶다. 이번 영화도 걱정이 많았는데 촬영 끝나도 나니 잘한 것 같아서 칭찬해주고 싶다."
- 앞으로 쌓아갈 배우 필모그래피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첫 장편영화이고 첫 배우 상을 받아서 큰 의미가 있다. 저도 '무슨 작품을 했느냐'고 물었을 때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는 영화가 생긴 것 같다.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도 있다."
-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와 배우로서의 목표는?
"액션, 진한 멜로, 코미디 다 해보고 싶다. 하나씩 도전할 생각이다. 꿈, 목표는 항상 고민하고 생각한다.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배우가 됐다. 이제 또 다른 목표와 꿈을 계속 찾고 있다. 줄리아 로버츠를 좋아해서 예전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챙겨봤다. 필모그래피도 좋은데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것이 참 좋다. 저 또한 나이에 맞게 필모그래피를 잘 쌓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또 '배우'에 찰떡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 배우라는 직업에 어울리는 사람이고 싶고, 제 자신에게도 떳떳한 사람이고 싶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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