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이런 인터뷰가 처음이라며 쑥스러워 하는 정성일에게선 '더 글로리' 하도영과는 또 다른 매력이 흘러 넘친다. 부드러운 카리스마, 그야말로 '나이스'한 배우다. 그래서 더 알고 싶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정성일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연출 안길호, 극본 김은숙)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 문동은(송혜교 분)이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송혜교와 이도현, 임지연, 박성훈, 차주영, 김히어라, 김건우, 염혜란, 정성일 등이 열연을 펼쳤다.
파트1에 이어 파트2까지 전 세계의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며 신드롬급의 인기를 누렸다. 정성일은 가해자 무리의 중심에 있는 박연진(임지연 분)과 결혼한 재력가 하도영 역을 맡아 섹시하면서도 매력적인 열연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에 정성일은 최근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배우로서의 목표, 소신을 전했다.
- 바둑이란 소재가 신선한 작용을 한 것 같다. 하도영에게 바둑은 어떤 의미일까.
"저는 조금의 훈련을 받았지만 바둑을 두진 못한다. '퀸스 갬빗'을 볼 때 그랬다. 체스를 모르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긴장감이 바둑과 같다고 생각한다. 흑과 백, 하수와 상수가 명확하게 나뉘어져 있다. 답이 정해져 있는 것에 대해 매료가 된 것 같다. 기풍이라는 것이 있는데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 다르다. 동은은 서서히 조여온다면, 도영은 명확하게 자료를 모아서 한 수를 노렸다. 상반된 부분이 있다 보니 바둑을 아시는 분들은 거기서 재미를 느낀 것 같다."
- 스스로가 쥐고 있는 장점은?
"모르겠다. 아직 찾고 있다. 딕션도 좋은 편이 아닌 것 같다. 매체 쪽에서 마이크를 사용하면 소리가 울리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 발음이 뭉개져서 들린다. '고등학교 동창이라면서요'라는 대사가 있는데, 감독님이 '잠깐만'이라고 하더니 '고등어학교'로 들린다고 하셨다. 그래서 후시 녹음을 다시 하곤 했다."
- '더 글로리'는 우리가 지금껏 봐온 김은숙 작가의 작품과는 확연히 다른 결이다. 배우들도 그런 느낌을 받았나.
"모든 배우들이 읽으면서 '이걸 김은숙 작가님이 썼다고?'라고 했다. 1, 2편이 지나고는 너무 재미있어서 다음 대본을 달라고 했다. 뒤에 어떻게 되는지 너무 궁금했다. 정말 잘 쓰신다. 대본을 다 읽었음에도 보는 내내 시청자 입장에서 재미있게 봤다. 멈추지 않고 한 번에 다 보게 되는 대본이 있고, 반대로 여러 번 곱씹으면서 보는 대본이 있는데 저는 전자를 좋아한다. 한 번도 안 멈추고 넘어가는 대본이 좋고 재미있다."
- 송혜교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너무 멋있다. '이렇게까지 한다고?'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제가 보던 송혜교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줘서 많이 놀랐다. 저와 붙던 신 외의 것을 보는데 진짜 잘하더라. 실제로 사석에선 털털하고 멋진 친구다. 편하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 많이 놀랐던 장면을 꼽아준다면?
"공장에서 돌아보던 장면과 파트2에서 엄마가 불을 내던 장면이다. 다른 사람 같았다. 제 입장에서 멋있다, 통쾌하고 시원했다 하는 장면은 엄마를 정신병원에 보내고 '나니까 할 수 있다'라고 하는 장면이다. 속이 시원해서 박수를 쳤다."
- 스스로 명장면이라고 생각하는 장면은?
"없다. 저는 제가 연기하는 걸 잘 못 보겠다."
- 동은의 집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신발이 연기를 너무 잘했다.(웃음) 제가 장모님, 장인어른과 같이 산다. 그 신발만 화면에 잡히는 걸 알고 장모님이 결혼할 때 사주신 구두를 신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스타일리스트에게 얘기를 해서 그 구두를 신어서 저에겐 뜻깊고 의미있는 장면이다. 장모님은 이걸 모르신다."
- 아내는 어떤 반응을 보여줬나.
"아내와는 '더 글로리'를 따로 봤다. 아내 성격상 작품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지 않는데, 장난으로 '하도영 씨'라고 하면 내가 '왜 저래?'라고 한다. 가족들 모두 재미있게 봤다."
- '더 글로리'가 이렇게까지 잘 될거라 예상했나?
"대본을 받았을 때 정말 너무 큰 확신이 있었다. 제 기준에서 '이 정도 재미있으면 영상화가 됐을 때 정말 정말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 대본이 기다려져서 재촉을 하기도 했다.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이슈가 되고 주목을 받을 것에 대한 기대를 안했다. 극이 재미있었기 때문에 작품이 잘 되더라도 제가 지금 이렇게 관심을 받을 거란 상상은 못했다."
- 아들의 선생님에게 사인 요청을 받았다는 에피소드가 화제가 됐다.
"아들이 6살 유치원생이다. 동네 가장 가까운 곳으로 당첨이 됐는데 유치원 안에 수영장이 있다. 거기 수영 선생님이 아들에게 사인 좀 받아달라고 했다고 하더라. 하지만 아들은 사인이 뭔지도 모른다. 선생님 성함을 알지 못해서 알아오라고 했는데 아직 답이 없어서 사인을 못 해드렸다."
- 인기 실감을 했을 것 같다.
"아들에게 뿌듯한 존재가 됐다는 점에서 저 또한 뿌듯했다. 저는 제 인스타그램에 가족 사진을 올리지 않는다. 아들이 아직 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나이가 아니다 보니 아들이나 가족이 노출되는 것에서 좀 조심스럽다. 저로 인해서 대우를 받는다거나 혹여 저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수도 있다 보니 저의 영향을 안 받는 영역에서 키우고 싶은 마음이다."
- 김은숙 작가님이 따로 해준 말이 있나?
"파트1 나가고 배우들과 자리를 함께 했는데 들어가자마자 '양조위'라고 하더니 얼마 안 가서 유재석 됐다고 농담을 하셨다. '이제 너에게 하도영 같은 인물이 많이 들어올거야. 그럼에도 하도영 같은 결의 인물은 없을거야. 변화를 줄 수 있는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해주셨다."
- '더 글로리' 후 변화된 지점이 있다면?
"외부적인 달라짐이 많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자리가 생기고,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주는 것이다. 다만 지금 이렇다고 해서 막 좋아할 나이는 아니다. 그냥 해왔던 길 그대로 가려고 한다. 그래서 소속사 식구들과 소통하면서 '변하는 것은 없다. 이 템포 그대로 신중하게 잘 가보자'는 얘기를 하고 있다."
- 무대 활동도 계속 병행을 하고 있다. 정성일에게 무대는 어떤 의미의 작업인가?
"무대가 너무 좋다. 저에게 큰 공부가 된다. 지금까지 안 했다면 하도영도 안 나왔을거다. 지금도 연기는 끝이 없기에 공부를 하려고 무대에 선다. 젊은 배우들, 연출가, 관객들이 어떤 호흡을 좋아하고 어떻게 접근해 표현하는지가 저에게는 신선한 것 같다. 그래야 도태되지 않고 찾아볼 수 있고, 잊고 있던 것을 상기시켜 적용을 할 수 있다."
- 배우자에 대해 어디까지 용서를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뭘하든 용납이 안 될 것 같다."
- 실제 아버지이기도 하다 보니 이번 작품으로 학폭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을 것 같다.
"마음이 안 좋다. '더 글로리'를 보면서 '저렇게까지 한다고? 진짜로?'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많았다. 학폭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어디인지 고민이 된다. 하지만 어떤 지점에서든 상대를 괴롭히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한다."
- 외형적인 관리는 어떻게 하나.
"제가 경상도 남자인데 관리를 진짜 못한다. 그런데 화면을 보니 좀 해야겠더라. 스타일은 전문가 분들이 도와주셨고, 선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운동을 하면서 예민하게 살을 빼긴 했다."
- 계속해서 연기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가족이다. 저는 돈, 명예 다 필요없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 가족이다. 가족들이 뿌듯해하고 행복한 것이 저의 행복이다. 가족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그리 열심히 살지 않았을 것 같다."
- 앞으로 기대되는 배우로서의 모습은?
"연기 진짜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 배우에게 그 말 이상은 없다. 외형적인 것도 중요하다. '잘생기고 멋있다'라고 하면 기분 좋다. 하지만 그런 백 마디 보다는 '연기 미쳤다' 그 한마디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연기 잘하는 배우로 기억이 되고 싶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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