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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 송강호, 35년차 배우의 '모험'…"왜 '삼식이 삼촌'이냐고?"


'삼식이 삼촌'으로 첫 드라마+첫 OTT 진출
"연기 여전히 고통스럽고 힘들어…앞으로도 가치 품은 작품할 것"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두려운 모험이었지만, 창작자의 의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국민배우' 송강호에게도 '삼식이 삼촌'은 도전이었다. 데뷔 35년 만에 첫 드라마이기도 했지만, '흥행공식'을 따르지 않은 문법, 호불호가 엇갈릴 만한 소재가 그랬다. 송강호는 기꺼이 그 모험을 떠났고, 성공 여부를 떠나 '계속 이런 작업을 해야겠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 전편이 모두 공개된 뒤 인터뷰를 진행한 송강호는 "두 달 내내 내 얼굴이 나왔다. 찍는 과정도 길지만 공개되는 과정도 긴 시간이 걸려서, 영화와는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삼식이삼촌' 송강호가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삼식이삼촌' 송강호가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송강호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수상을 한 뒤 행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을 무렵, '삼식이 삼촌'을 택했다. 영화 '동주'와 '거미집' 등의 각본을 맡은 신연식 감독의 연출작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움직였다.

"신연식 감독을 처음 알게 된 건 '동주'라는 작품이었요. 윤동주 시인에 대해 너무 잘알고 있지만, 그 시인의 삶의 뒤안길에 대해 잘 모르잖아요. 신연식이라는 작가가 저런 시선이 있구나. 대중영화지만 뻔한 흥행 공식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환기 시켜 그 분에 대해 더 감동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한 작가로서의 창의적인 시선이 좋았어요. 그래서 '거미집'부터 '삼식이 삼촌'까지 오게 됐어요."

'삼식이 삼촌'은 1960년대를 무대로 가족들의 하루 세끼는 굶기지 않아 '삼식이 삼촌'이라 불리는 박두칠(송강호 분)과 국민 모두가 배불리 먹는 나라를 꿈꾸는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을 중심으로 각자의 목표를 향해 서로 다른 꿈을 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송강호는 "'삼식이 삼촌'이 OTT로 치면 너무 빠른 시대에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요소들로 승부를 보는 이 시대에, 이런 소재와 이야기를 통해 하는 것은 위험하고 모험적인 요소가 있다. 창조하는 사람 입장에선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고, 그 과정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고 말했다.

35년 만의 드라마 데뷔작이자 첫 OTT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많은 이들이 왜 '삼식이 삼촌'이냐고 물었다.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 '삼식이 삼촌'의 한계가 어느 정도 예상됐을 터. 송강호 역시 '삼식이 삼촌' 출연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배우로서의 모험심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처음에는 OTT 작품을 결정하기 쉽지 않았어요. 이런 역사물이 소구력을 가질 것인가 생각했죠. 영화도 시나리오의 공식이 있잖아요. '삼식이 삼촌'은 모험적이고,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생각에 두려웠어요. 늘 봐왔던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작품이에요. 모험적이고 두렵기도 하지만, 창조자에게 의욕을 생기는 지점인 것 같았어요."

'삼식이삼촌' 송강호가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삼식이삼촌' 송강호가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삼식이 삼촌'은 한국사 격변의 시기인 1961년과 1962년을 배경으로 한다. 1967년생인 송강호가 태어나기 전이다.

송강호는 "대한민국의 격변기다. 새로운 사회고 민주주의가 자리잡기 전을 배경으로 한다. 뭔가 다사다난하고 역동적인 사회였다"라며 "그런 시대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 욕망과 삶의 이상들을 반추해볼 수 있는 느낌으로 작품이 다가왔다"고 말했다.

극중 박두칠은 격동의 시대, 자신의 사람에게 하루 세 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철칙을 가진 인물이다. '삼식이 삼촌'이라는 어감에서 풍기는 소탈한 소시민의 이미지와 달리,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불꽃 같은 시대, '삼식이 삼촌'은 충분히 있을 법한 인물이었다.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지만 그 시대는 하루 세끼를 먹는게 가장 큰 화두였던 시대였어요. 어렵고 힘든 성장을 누구나 겪었을 것 같아요. 삼식이 삼촌은 그런 환경을 뚫고 사회에 이바지 하고 개인의 삶을 설계했던 인물이에요. 삼식이도 가상의 인물이지만, 일제 시대를 통과해서 전쟁이라는 차마를 거치고, 민주화를 위해 고군분투해요. 그 시대를 관통했던 사람, 불꽃 튀는 삶을 살았어요. 지금보다 훨씬 더 불꽃 튀는 삶을 살았던 시대인 것 같아요."

송강호는 "삼식이 삼촌 캐릭터는 속을 알 수 없다. 나쁜 사람 같기도 하고 따뜻한 감성을 품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지점들이 어렵지만 매력으로 와닿았다"라며 "일부러 모호하게 연기하진 않았지만, 각 회차마다 그 매력을 유지하는 작업들이 어렵더라"고 부연 설명했다.

'삼식이 삼촌' 스틸 [사진=월트 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삼식이 삼촌' 스틸 [사진=월트 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뜨거운 삶을 살았던 삼식이 삼촌, 박두칠은 마지막회 비극적 운명을 맞는다. 김산을 마주한 박두칠이 "저 이제 죽으러 간다. 이제 밥 한 끼, 빵 한 조각에 아등바등 사는 거 너무 지쳤다"고 담담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 모습이 먹먹한 여운을 선사했다.

"그 대사가 기억에 남는건 삼식이 삼촌 뿐만 아니라 빵 한조각 먹고 사는게 어떨 땐 지칠 때가 있어요. 그런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더 공감됐어요."

송강호는 가상의 인물 삼식이 삼촌에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적 있냐고 묻자 "투영이 전혀 안됐다고 할 수 없다. 어느 지점에 내 모습이 투영됐다고 말하기는 애매하다. 누구나 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고 말했다.

'삼식이 삼촌'은 디즈니+ 기대작이었지만, 화제성은 아쉬웠다. 그럼에도 송강호에겐 충분히 가치있는 작업이었다. 배우로서의 도전 의식을 심어줬고, 숙제를 안겼다.

"'이런 작업을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삼식이가 돈이 많잖아요. 그 많은 돈을 호주머니에 어떻게 들고 다니는지 잘 모르겠지만(웃음). 삼식이가 꿈꾸는 세상이 있고 김산이라는 새로운 로망을 만났듯이, 배우로서 결과를 떠나서 이런 작업들이 영화든 드라마든 저한테 또다른 숙제이자 의욕을 불러일으켰어요. 결과까지 좋으면 금상첨화죠. 결과가 나쁘더라도, 배우로서 도전하고 새로운 작품에 대한 시선을 가지고 싶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에요."

"이 작품은 정확하게 자와 김산과의 존재 같아요. 예술가라는 표현을 하고 싶지 않지만, 모든 이상은 그런 거죠. 늘 봐왔던 그림이 아니라 누구나 그리지 못한 그림을 그리고 싶고 작곡하고 싶은 예술가로서의 욕망이 있어요. 사후에 인정받는 경우가 있듯이, 이런 작업들이 헛되지 않았다. 드라마로서, 연기자로서의 태도나 비전이든 새로운 것을 제시할 수 있어요."

송강호는 드라마의 매력을 묻자 "드라마는 풍성하다. 영화는 인간의 서사를 풍성하게 담기가 힘들다. 그래서 더 매력적일 수 있다"면서 "드라마는 풍성하게 담을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좀 더 있다. 또 하나는 영화보단 드라마에서 많은 인물을 만날 수 있다. 영화는 두 시간 내내 많은 인물을 담기는 그렇다. 캐릭터를 많이 만날 수 있는 장르다"고 차이점을 이야기 했다. 영화와 또다른 매력을 느꼈다는 그는 "기회가 된다면 얼마든지 큰 역할이든 가리지 않고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영화가 있다면 당연히 한다. 드라마 예찬론을 펼쳐서 영화 시나리오가 더 안들어올까봐 걱정스럽긴 하다"고 웃었다.

영화에 대한 애정은 변함 없다. 한국영화산업이 어렵지만, 잘 만든 영화는 사랑받는 다는 확신이 있다.

송강호는 "잘 만든 영화, 재미있는 영화는 (인정받는다). 올해만 해도 천만을 두 편 정도 넘겼다. 산업적으로 조금 궁색해진 것은 느끼고 있으나 일종의 과정이 아닌가"라며 "돌이켜보면 두세번 (위기가) 있었다. 그 과정 속에서 영화계에서 확장된 느낌이다"고 말했다.

'삼식이삼촌' 송강호가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삼식이삼촌' 송강호가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송강호는 영화 '넘버3'와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괴물' '변호사'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잡았다. 한국영화계의 빛나는 역사의 순간에도 그는 함께 했다. 그가 출연한 '기생충'은 한국 영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했고, 2022년 영화 '브로커'로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런 '베테랑 배우'인 송강호는 여전히 연기가 어렵다고 고백했다.

"35년째 연기를 하고 있고 영화는 28년 동안 했죠. 3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건, 힘든게 없어지지 않아요. 35년을 했으니깐 편해지겠지, 여유가 있을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연기가 즐겁고 재미있다는 표현을 하는게 가식적인 것 같아요. '즐겁고 좋지'가 아니라 '왜 이렇게 고통스럽고 힘들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거든요. 35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마음은 똑같아요. 창조를 한다는 것은 너무 고통스러운 작업입니다."

그래서 연기는 그에게 숙제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도전'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어떤 작품을 선택하고 그 길을 가는 것이 숙제에요. 누구나 다 잘되고 싶고 성공하고 싶죠. 그런데 그게 제게 썩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아요. 성공이 싫다는 것이 아니라, 왜 그것을 쫓아가야 하지. 뭔가 나에게 새롭고, 의욕이 생기게끔 하는 조그마한 가치들을 계속 찾게 됩니다. 배우로서 숨을 쉬게 되는 작품이 계속 생기게끔 만들고, 그런 길을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혹자는 '기생충'으로 큰 상을 받고 칸으로 남우주연상을 받고 난 뒤 일어난 일이 아닌가 하는데, 저는 데뷔 초부터 그런 생각을 해왔다고 자부해요. 그게 좋을 때도 있고 실패할 때가 있어요. 결과는 다르지만, 제가 선택하는 길은 그런 가치를 품고 하려고 했어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그 길을 가야할 것 같고, 그 노력을 할 것 같습니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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