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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의 패션잉글리쉬] '누구든, 모두가' 전하는 파리올림픽 메시지


우스갯소리로 우리 애국가에 "하나님이 보우하사"라는 보우(bow-활)가 있어서 그런지 대한민국이 양궁 모든 종목에 금메달을 모두 석권하면서 과거에 전쟁터 무기로 사용했던 화살, 총, 창에 해당하는 양궁, 사격, 펜싱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해 "한국이 전쟁터에서 잘 싸우고 있다"라는 기사들이 지난주 쏟아져 나왔다.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의 금메달에 이어 박태준(58kg급), 김유진(57kg급) 선수가 태권도에서 16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 2개를 보태면서 대회 15일차인 현재 대한민국은 6위라는 최고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에 참여한 미국 체조선수 시몬 바일 [사진=방송화면 캡쳐 ]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이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안세영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대한민국에서 탄생한 태권도(Taekwondo) 경기는 한국어 용어를 적지 않게 사용한다. 흰색의 태권도 유니폼은 한국어 그대로 도복(dobok)이라고 명칭한다. 이는 유도(Judo)에서 Judogi(柔道着), Karategi(空手着)와 같이 옷이라는 의미를 지닌 'gi'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과 같다. 김유진 선수의 주특기였던 머리 발차기는 상대 선수의 헬멧에 발이 닿는 공격이다. 보호하는 장비에 해당하는 호구(護具) 또한 protective gear라는 용어도 있지만 우리말 발음의 'hogu'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태권도의 감점과 실격에서 손이나 발을 잡아 점수가 깎이는 감점 또한 'gam-jeom'으로 한국어 발음이 그대로 쓰인다.

경기 도중 비디오 판독을 신청한 후 referee(심판)이 득점을 인정할 때 엄지 척(thumbs-up)을 보인다. 이때 중계 방송에서 브라질 포르투갈어인 따봉(Tá bom)을 들을 수 있는데, 따봉은 '좋다, 괜찮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공식적인 태권도 용어는 아니다. 선수의 공격을 즉각적으로 인정함과 동시에 경기 분위기를 유쾌하게 하거나 선수의 사기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표현이기에 중계 도중 들을 수 있다.

세계 랭킹 24위인 김유진 선수가 연이어 상위 랭커들을 제압하며 '언더독의 반란'을 보여주며 김유진 선수에게 수언더독(underdog)이란 표현이 수식어가 되었다. 언더독은 19세기에 있었던 잔인한 도그 파이팅(dog fighting)에서 유래되었다. 경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강한 개를 탑 독(top dog)이라고 하고 상대적으로 불리하거나 약한 개를 언더 독(underdog)이라고 불렀다. 이는 또한 나무로 배를 만들었던 조선 작업과도 관련된다. 목재 작업에서 dog은 나무를 고정하거나 지탱하는 데 사용되는 금속 클램프(metal clamp)와 같은 고정 장치를 말한다. 나무 위에서 작업하는 사람을 'top dog', 아래에서 힘들고 더러운 작업을 하는 이를 'underdog'이라고 부른 데서도 언더 독의 유래를 찾아 볼 수 있다.

언더독 유니폼으로 기억되는 경기가 과거 1980년 동계 올림픽에서 있었다. 주로 아마추어와 대학 선수들로 구성된 미국 남자 아이스하키 팀은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소련 팀을 상대로 단순한 빨간색, 흰색,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승리한 이후 'Miracle on Ice'라고 불리며 그 때 입은 유니폼이 미국의 가장 위대한 언더독 승리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기도 했다.

올림픽을 통해 외국 선수들의 한글 사랑도 화제가 되고 있다. 5관왕을 기대했던 전설적인 미국 체조 선수인 시몬 바일스(Simone Biles)는 3관왕(개인종합, 도마, 단체전)을 차지하며 그녀가 입은 파란색 집업 스웻셔츠(zip-up sweatshirt) 안에 "누구든, 모두가"라고 새겨진 한글 문구를 볼 수 있었다. "Anyone, Everyone"이라는 문구는 올림픽에 참여하는 선수 혹은 이를 시청하는 전 세계인을 지칭하며 한 마음을 전하는 메시지처럼 보였다. 이 외에도 BTS의 팬이라고 알려진 이탈리아 체조 선수 엘리사 이오리오(Elisa Iorio)는 "당신 자신을 사랑하세요"라는 문구를 등에 새겼다.

전 세계 선수들은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임과 동시에 무언가를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올림픽을 통해 전하기도 한다. 과거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는 남자 200미터의 금메달리스트인 토미 스미스(Tommie Smith)와 동메달을 딴 존 카를로스(John Carlos)가 메달 시상식에서 검은 장갑을 낀 손을 위로 들고 검은 양말을 신은 채로 시상대에 올라 인종 차별과 빈곤을 상징하는 조용한 시위로 'Black Power Salute'라고 불리며 상징적인 이미지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이번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침낭 안에서 잠자는 공주처럼 잠을 자다 일어나 금메달을 딴 우크라이나의 높이뛰기 선수 야로슬라바 마후치크(Yaroslava Mahuchikh)는 러시아의 공습을 피해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훈련할 수밖에 없었고 훈련 도중 사망한 선수들을 언급하며 전쟁의 피해를 시사하였다.

이처럼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인 2024 파리 올림픽은 선수들이 '누구든, 모두가' 뛰어난 경기력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메시지를 조용하게 전하는 장이기도 하다.

'조수진영어연구소' 조수진 소장 [사진=조수진영어연구소]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와 스톡홀름 경제대학교(SSE) MBA 출신으로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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