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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의 패션잉글리쉬] 스타일보단 시원한 폭염나기 패션


폭염이 이어지는 요즘 냉장고에 얼굴을 들이밀거나 냉장고 바지를 옷장에서 뒤적뒤적 찾게 된다. 깨알 무늬의 냉장고 바지를 정감있게 월남 바지 혹은 몸빼 바지라고도 부른다.

베트남이 통일되기 전 남베트남은 월남이라 칭하여 베트남 전쟁(1960~1975)을 월남 전쟁이라 하였다. 1965년부터 1973년까지 한국 군인들이 월남에 파병되었으며, 이들은 귀국할 때 선물로 알록달록한 무늬의 일자형 통치마를 사 들고 왔다. 허리가 고무줄로 되어 있어 한 번도 안 입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입은 사람이 없을 정도라는 이 치마는, 편안함(comfort)과 시원함이 입소문으로 전해져 월남치마라고 불렸다.

배우 고현정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인근에서 열린 패션브랜드 매장 오픈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배우 고현정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인근에서 열린 패션브랜드 매장 오픈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한편, 몸뻬 바지의 유래는 월남 전쟁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몸뻬는 일본어 '몬페(もんぺ)'에서 유래되었으며, 일본 도호쿠 지방의 전통 바지였다.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 부녀자들에게 강제로 보급된 이 바지는 편안함과 실용성 때문에 특히 농촌 지역에서 작업복으로 많이 입었다.

붕어빵 안에 붕어가 없듯 베트남에 가도 월남치마는 없다. 월남치마 대신 단색의 긴 치마인 아오자이(Áo dài)를 볼 수 있다. 아오자이는 베트남 전통복으로 이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여성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베트남어로 아오는 '襖(도포 오)', 자이는 '䥀(길다)'라는 뜻으로, 아오자이는 직역하면 '긴 옷'이다. 겉은 치마처럼 보이나 안에 통이 넓은 긴 바지가 있기에 이 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탈 수 있다.

2013년 8월 13일 CNN 기사로 폭염을 이기는 한국의 'Cool Fashion'이라는 제목으로 냉장고 바지(refrigerator pants)라고 소개된 적이 있다. 냉장고 바지와 비슷한 디자인을 찾아보면 '밴디드 팬츠(banded pants)'가 그나마 가장 유사하다. 또한 선물을 포장하듯 리본을 앞에 묶은 '페이퍼백 팬츠(paperbag pants)'도 깨알 문양만 없지 편안함은 냉장고 바지와 견줄 수 있다. 허리 라인에 핀턱(pintuck)이 들어간 배기팬츠(baggie pants)는 힙한 스타일까지 가미되어 다소 슬림(slim)하며서 볼륨감 있는 롱 보디라인이 특징이다. '핀(pin)으로 꽂아 주름을 잡기 위해 밀어 넣는다(tuck)'고 해 주름을 '핀턱'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페이퍼백 팬츠는 냉장고 바지와 같은 친근감은 없지만 편안함을 지닌 것이 유사하다.

냉장고 바지의 장점은 선풍기를 단 것 같은 폴리에스터(Polyester)의 시원함 때문이다. 주름 방지, 습기를 거의 흡수 하지 않으며 열에 강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운동복에 사용되는 패브릭이다.

폭염을 피해 계곡을 찾는 분들의 필사템으로는 쪼리가 있다. 쪼리는 순수 우리말이며 Y로 갈라져 발가락 사이를 ‘쪼개다’라는 모습을 사용한 명칭이다. 이는 영어로는 플립플랍(flip flops)이라고 한다. 신발이 바닥에 닿을 때 나는 파닥파닥 소리를 사용해 플립플랍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또한 발가락 사이에 지나가는 좁고 긴 스트랩을 thong이라고 하여 호주나 기타 영어권 국가에서는 thongs이라고도 부른다.

폭염 속에서도 스타일을 유지하는 패셔니스타의 철칙인 "Fashion before comfort(편안함 보다 패션이 우선)"이다. 날씨와 상관없이 패션을 위해서라면 여름에 긴팔, 겨울에 짧은 팔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요즘 같이 기록적인 폭염(heatwave)에는 아무래도 Comfort before fashion이 맞는 듯하다.

Style before sweat (땀보다 스타일이 우선)이였더라도 폭염에는 결국 편안함이 최고! 어쩌면, 더위를 즐기는 진정한 패션은 '편안한 옷차림'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조수진영어연구소' 조수진 소장 [사진=조수진영어연구소]
'조수진영어연구소' 조수진 소장 [사진=조수진영어연구소]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와 스톡홀름 경제대학교(SSE) MBA 출신으로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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