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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① "더 높았던 수위, 밸런스 조절" '폭군' 빛낸 차승원의 위트


(인터뷰)배우 차승원, 디즈니+ '폭군' 전직 요원 임상 役 열연
"이 사람 뭐야?" 싶을 정도로 독특한 캐릭터 "원래는 더 잔인, 수위 높았다"
극존칭+안경+폴더폰…임상의 메타포 "어떤 캐릭터든 위트가 중요"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차승원이 박훈정 감독의 손을 잡고 '폭군'으로 돌아왔다. 매 작품마다 차승원 만의 존재감을 뽐내온 그는 임상이라는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는 캐릭터를 유연하게 소화하며 다시 한번 차승원 이름값을 증명했다.

지난 14일 전편 공개된 디즈니+ 시리즈 '폭군'(감독 박훈정)은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 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추격 액션 스릴러다.

배우 차승원이 디즈니+ '폭군'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신세계', '마녀', '낙원의 밤' 등을 통해 자신만의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해 온 박훈정 감독의 첫 시리즈로, 차승원과 김선호, 김강우 등 박훈정 감독 사단이 함께 해 기대를 모았다. 또 조윤수가 김다미, 신시아를 잇는 '괴물 신인' 탄생을 알리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마녀' 세계관을 잇는 탄탄한 서사와 쾌감 폭발하는 액션 시퀀스 등 한번 시작하면 궁금해서 끝까지 볼 수밖에 없는 '폭군'은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글로벌 흥행 중이다. 그 중심에는 전직 요원인 임상 역의 차승원이 있다. 그는 잔인하면서도 독특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극에 특별한 재미를 더했다. 다음은 차승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영화가 아닌 디즈니+에서 시리즈로 공개가 됐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본의 아니게 디즈니+로 가게 됐다. 시장 상황도 그렇고 코로나로 생태계가 바뀌었다. 어떻게 보면 기회가 많아진 것일 수도 있다. 이번에 시사회로 극장에 가서 무대인사를 하니까 좋긴 좋더라. 그 나름의 맛이 있어서 어떤 것이 좋다, 나쁘다 평가할 수는 없는 것 같다."

- 극에서 설정을 설명하고 정점으로 올라가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 입장에서는 어땠나?

"시나리오에서도 서사가 있었다. 드라마 시작하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해야 하는 부분이 꽤 있다. 저는 일이 다 터지고 등장하는 인물인데, 배우 입장에서도 본격적으로 사건이 있기까지 너무 길지 않나 느꼈던 부분이 있다. 하지만 설명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배우 차승원이 디즈니+ '폭군'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임상 캐릭터가 잔인하지만 중간중간 실소가 나오게 한다. 이런 장면에서 내가 웃는 게 맞나 싶을 때가 있을 정도다.

"의도한 거다. 모든 인물이 레벨의 수치나 텐션이 굉장히 높다. 임상은 그런 부분에서 쉼표 역할을 한다. 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건 폴(김강우 분)의 "괴물 아저씨"라는 대사다. '이 아저씨를 어떻게 괴물답게 표현하지? 어떤 차별점을 둘까?' 생각했다. 의뢰받아 일할 때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민첩한 사람이다. 반면 일상적인 생활을 할 때는 약간 맥아리 없고 한풀 꺾인 모습으로 밸런스를 맞춰보자며 들어갔다. 제가 가장 좋아했고, 공을 많이 들여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기차 카페다. 원래는 더 잔인했다. 아주 수위가 높다. 고문하다가 쉬었다 하자고 하더니 물도 권한다. '이 사람 뭐야?' 하면서 보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적재적소에 있다. 죽이고 나온 뒤 고등학생들에게 끌려갈 때 '저 고등학생들은 어떻게 될까?' 싶어서 역으로 웃음을 준다. 그런 밸런스 조절을 했다."

- 높임말을 사용하는 것도 의도한 건가?

"원래 시나리오에 있었는데 그거보다 조금 더 극존칭을 했던 것 같다. 나보다 한참 상사인 사람에게 얘기하듯이 하는데, 원래 고등학생에게는 그렇게 얘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시 한번 고려해보십시오", "기분 나쁘시면 안 되시는데" 같이 설정을 했다."

- 디스크 같은 대사는 애드리브라고 생각이 들던데, 어떤가?

"맞다. 그 신이 길어서 애드리브를 했다. 다시 고려해보라고 하는 것도 그렇고 디스크도 그렇고 중간중간 혼잣말이 다 애드리브였다."

- 그런 설정이 회사 생활을 굉장히 오래 한 사람 같이 느껴졌다.

"최국장(김선호 분)보다는 한 10년 정도 선배다. 최국장이 들어왔을 때 이미 이 사람은 전설적인 사람이고 퇴직을 앞두고 있다. 최국장은 비밀 조직을 떠안고 이끌어가는 충분한 자질이 있는 친구라, 최국장이 아무리 후배라고 해도 "야"라고 할 사람이 아니다. 최국장의 스타일을 잘 안다. 또 가족이 없는 사람이다. 만약 일이 틀어졌을 때도 자기가 다 떠안고 갈 거라는 어떤 믿음이 있다. 그게 임상이 갖고 있던 믿음이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이 친구가 훨씬 더 잘 이끌어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 차승원이 디즈니+ '폭군'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폴더폰이나 안경 같은 설정도 인상적이다.

"안경은 한번 써보자고 했다. 저도 노안이라 실제 집에 돋보기 6~7개가 있다. 모든 소품은 임상을 대변한다. 총, 자동차, 바바리 이런 건 그 사람이 한참 독이 올랐을 시절의 모습이 정착되어 온 거다. 메타포다. 자동차는 국산 자동차가 올 줄 알았는데 재규어가 왔다. 나름 풍운아 같다. 은퇴하고 나면 기차 카페에서 경양식을 할 것 같은 인물이다. 기차가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있는 것도 임상의 메타포라는 생각이 든다. 질주하는 인생이었다가 이제는 한곳에 정착해서 여생을 보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임상 캐릭터가 좀 '젠틀한 변태'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정중한데 사람을 죽이는, 올바르지 않은 행동을 한다. 이런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나?

"이게 과연 맞나 싶어서 가장 큰 딜레마였다. 감염된 아저씨를 죽이러 갔을 때 거기 마을 사람들 관광을 보낸다. 그리고 기자 사칭해서 제보를 해주면 사례금을 주겠다고 하고 접근한다. 그때 아주머니까지 죽일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건 아저씨가 감염됐으니 아주머니도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싶어서 죽인 거로 생각했다. 두 번째는 경마장에서 나온 인물의 여자친구를 죽인다. 그 여자가 잘 안 보이는데, 그건 조절을 좀 했다."

- '폭군'이 '마녀' 세계관과 이어지는데, 혹시 박훈정 감독과 뒷이야기에 관해 얘기를 나눈 것이 있나?

"임상은 총을 엄청 맞았지만, 죽지 않았다. 감독님과 앞으로의 이야기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게 끝은 아니다. 세계관이 어떻게 충돌할지 모르겠는데 구상을 하는 거다. 일단 자경은 약물에 노출이 되어 능력치가 엄청나다."

- 그럼 김선호 배우도 다시 나올 가능성이 있을까?

"최국장은 죽었다. 만약 나온다면 다른 인물로 나와야 하지 않을까."

- 임상이 경마장에서 요구르트 5개를 빨대로 한 번에 마시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건 감독님이 시켰다. 빨대 5개를 꽂아서 한 번에 마시라고 하더라. 제가 보기에 임상은 그 사람만 보고 있는 거다. 그 사람만 보며 먹는 행위가 더 무서울 수 있을 것 같더라. 마치 저 사람을 먹는 것처럼 의도했다."

배우 김선호와 차승원이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폭군' 제작보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 뭔가 능구렁이 같고 위트 넘치는 모습이 평소 예능이나 이전 작품에서 보여줬던 모습과 이어지는 것 같아 자연스럽기도 했다.

"저는 어떤 장르, 어떤 인물을 하더라도 위트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그 사람을 풍성하게 만드는 하나의 장치라고 느낀다. 내가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어도 주변에서 혹은 관객들이 3자의 입장으로 저를 봤을 때 슬쩍 웃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되게 중요한 요소다. 웃음기를 완전히 빼더라도 저를 보고 있는 이들은 훅 웃게 되면 좋겠다. 이번에는 이중적인 얼굴, 몸놀림 등 밸런스를 맞추고자 신경 쓰고 노력을 많이 했다."

- 임상 캐릭터는 워낙 특이하고 독특해서 받아들여지지만, 캐릭터마다 좀 다를 수 있지 않나?

"전에 찍었던 '우리들의 블루스'를 예로 들면, 위트는 없지만, 그 안에서도 "뭐야?" 하는 것이 있다. 위트라고 해서 하하거리며 웃는 것이 아니라, 피식 웃게 되는 식의 웃음을 유발하고 싶은 생각이었다. 기러기 아빠인데 돈을 빌려달라고 하지 않나. 곳곳에 위트가 배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 인간미 같은 건가?

"허들, 진입장벽을 맞추는 거다. 내 옆에 있을 것 같고 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 캐릭터에 진입하기 좋다. 연기는 잘하는데 "미치겠네", "도저히 공감이 안 된다."라고 하는 캐릭터도 있다. 그런 건 별로고 싫다."

- 이번 작품에서의 액션은 어땠나? 다른 점이 있었나?

"액션은 되게 오랜만에 하는 거다. 총을 겨울에 쏘고 만든 총이다 보니 불발탄이 많았다. 또 총이 무섭고 몸을 많이 쓰는데 옷은 길어서 불편했다. 조윤수와 연습을 많이 했다."

- 조윤수 배우 액션이 엄청 났다. 선배로서 보기에 어땠나?

"액션을 그 정도로 할 줄 몰랐다. 보는데 엄청 빠르게 하더라. 항상 연습을 엄청 많이 했던 것 같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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