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예상외로 최순호(49) 감독의 목소리는 편안했다. 무거운 짐을 벗어던졌다는 후련함도 있겠지만 또 다른 일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때로는 설레는 마음도 느껴졌다.
지난 2009년 강원FC의 창단과 함께 초대 사령탑에 올랐던 최순호 감독은 4일 전격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 시즌 시작 후 강원이 정규리그에서 4연패를 하면서 무득점에 그친 것이 원인이었다. 3일 대전 시티즌전에서 0-3으로 완패한 것은 사퇴 결심을 굳히게 된 계기였다.
최순호 감독은 과거 포항 스틸러스 시절 결과에만 집착했던 자신을 반성하며 강원에서는 팬들을 위한 축구를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공격수가 골을 넣어야 할 상황이 올 경우 수비수는 비신사적인 반칙을 하는 것보다 멋있게 득점을 하게 하는 것이 낫다"라고 말해왔다. 멋진 장면이 자주 연출되는 화끈한 경기가 바로 팬서비스라는 뜻이다.
사퇴 소식이 알려진 후인 4일 밤, 어렵게 통화가 된 최 감독은 "제일 마지막에 통화한다"라며 웃었다. 수많은 전화가 오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던 그는 폭풍같은 하루를 보내고 막 마음의 안정을 찾는 중이었다.
사퇴에 대해서는 "올 시즌이 끝나면 (계약 연장 없이) 안식년에 들어갈 계획이었다"라며 시기가 조금 앞당겨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2004년 포항에서 물러난 뒤에도 안식년을 거친 뒤 2006년 내셔널리그 울산 현대미포조선으로 자리를 옮겼던 최 감독은 김영후라는 괴물을 만들어냈다.
강원과 3년 계약을 맺어 올 시즌이 마지막이었던 최 감독은 6강 플레이오프 진입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그가 추구하던 재미있고 아름다운 '이상 축구'는 현실에서는 승리 지상주의와의 경합에서 밀렸다.
김원동 강원 사장은 사퇴를 만류했지만 최 감독은 "성적은 감독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공격수 출신으로 골을 넣지 못하는 축구에 큰 부담을 느꼈다는 뜻이다. 대전전 직후 경기장 밖에서 일부 관중이 "최순호는 사퇴해라"고 외친 것에도 영향을 받았다.
오는 6일 전남 드래곤즈와 컵대회 2라운드 지휘를 끝으로 일선에서 물러날 예정인 최 감독은 앞으로 강원FC의 유소년 클럽 시스템 구축에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포항 시절 포철동초(U-12)-포철중(U-15)-포철공고(U-18)로 이어지는 클럽시스템 정착에 큰 힘을 쏟았던 기억을 바탕으로 강원에서 다시 그런 일을 해내겠다는 이야기다.
최 감독은 "강원의 축구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사람이 재산이다. 클럽 시스템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 강원FC 예산으로 도내 모든 학교에 축구 용품 등을 지원하는데 이제는 엘리트 선수 육성을 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하 초, 중, 고교 선정에 있어 마찰이 일어날 것에 대비해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꼼꼼히 검토할 예정이다. 그는 "부담은 있지만 말이 나오지 않도록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게 하겠다"라며 뿌리부터 튼튼히 하는 강원을 만들겠다고 새로운 열정을 표현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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