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독수리 아웃'
지난 21일 FC서울과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의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H조 5차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한 편에 내걸린 플래카드에 적힌 글이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의 퇴진 혹은 경질 목소리를 내는 '일부팬'들이 전한 메시지다.
올 시즌 초반 K리그 클래식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서울, 그리고 논란의 박주영 영입, 수원과의 슈퍼매치 1-5 참패에 대해 화가 난 서울 팬들이 분노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분노의 주표적이 최 감독이었고, 이런 팬들의 반응은 최 감독을 '또 다시' 위기로 내몰고 있다.
'또 다시'란 표현을 쓴 이유, 최 감독의 위기는 너무나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2011년 시즌 중반 감독 대행으로 서울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 이후 그에게 매년 위기가 있었다. 실질적인 위기라고 하기보다는 일부 팬들의 성급한 분노로 만들어진 '섣부른' 위기였다. 최 감독을 끝까지 믿지 못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깎아 내리기부터 하려는 의도가 위기감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매년 대표적인 예가 하나씩은 있었다. 최 감독이 정식 사령탑에 오른 첫 해인 2012년 6월, 서울 팬들은 서울 구단 버스 점거에 나섰다. 이유는 수원과의 FA컵 16강전에서 0-2로 졌기 때문이다. 이 패배로 서울은 수원에 5연패를 당했고, 최 감독 부임 후에는 수원전 3연패를 당했다. 일부 팬들은 "최용수 나와라!"를 외치며 서울의 구단 버스를 1시간30분 동안 가둬놓았다.
그리고 감독 2년차이던 2013년, 서울은 시즌을 시작하고 7경기 동안 승리를 하지 못했다. 당시 일부 팬들은 2011년 비슷한 행보를 보였던 황보관 감독과 비교를 하며 최 감독을 저격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라는 얘기였다.
3년차였던 지난 시즌 초반, 서울이 하위권을 전전하자 상위 스플릿에도 들지 못할 것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은 한때 리그 11위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그리고 수비적인 스리백으로 일관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자, 그렇다면 최 감독을 비난했던 팬들에게 오히려 묻고 싶다. 그렇게 믿지 않고, 비난하며, 깎아 내렸던 결과는 어땠는지.
2012년 서울은 K리그에서 압도적 우승을 일궈냈다. 최 감독은 K리그 최초로 같은 팀에서 선수로, 코치로, 감독으로 우승했다. 2013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일궈냈고, AFC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수원전 승리로 오랜 악연도 끊었다. 2014년에는 2년 연속 ACL 4강에 올랐고, FA컵 준우승, 정규리그 3위를 차지했다. 이런 결실이 나올 때마다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던 이들의 목소리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결실로 따지면 최 감독은 지난 3년 동안 K리그 최고의 감독이었다.
올 시즌도 비슷한 상황이다. 서울과 최용수 감독이 위기라 한다. 그렇지만 최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항상 마지막을 봐야 한다. 지난 3년간 서울에서 일궈낸 최 감독의 업적과 영광이 운이라고 생각하는가? 운이 아무리 좋더라도 3년 연속 따라주지 않는다. 지난 3년간 서울이 거둔 결실은 분명 최 감독의 역량이고 최 감독의 능력이다. 경험 없는 젊은 감독이기에, 팀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겼기에, 시행착오를 겪었을 뿐이다.
일각에서는 2012년, 2013년 성적은 '데얀-하대성 빨'이라고 평가 절하하기도 한다. K리그 최고의 공격수 데얀과 최고의 미드필더 하대성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이 더 이상하다고 주장하는, 정말 이상한 논리다.
좋은 선수가 많아도 우승하지 못하는 팀은 많다. 좋은 선수들을 조화롭게 만들고 호흡을 잘 맞추게 하는 것이 감독의 힘이다. 그들을 컨트롤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힘든 일이다. 그렇게 따지면 매년 최고의 선수를 영입하는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는 왜 그렇게 감독이 자주 바뀌고, 왜 매년 우승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리고 2014년의 서울이 진실을 말해주고 있다. 데얀, 하대성, 아디 등 공격과 중원, 수비에서 핵심 선수들이 대거 빠졌음에도 최 감독은 버텨내고 극복해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낸 성적은 예상보다 좋았다. 핵심 선수들의 공백을 극복해나가기 위해 스리백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최 감독과 서울은 해냈다.
왜 매번 인내하지 못하고 기다려 주지 못하는가. 왜 섣부르게 위기를 만드는가. 매년 결실로 말하고 있는 최 감독이다. 올 시즌도 서울이 마지막에 어떤 결실을 내는지 기다려 봐야 한다. 믿고 인내해야 한다. 조급한 분노는 좋아하는 팀이나 지도자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 있다. 시즌 초반이다. 마지막 결실을 내지 못한다면 그 때 따지고 책임을 물으면 된다.
박주영 영입 카드도 아직은 실패했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주고 앞으로 박주영과 최 감독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일단은 기다려야 할 시기다. 지난 3년 동안의 결실로 봤을 때 최 감독은 기다려줄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는 감독이다.
한국의 수도 구단, K리그 최고 인기 구단 서울이기에 최 감독에게 더 혹독한 잣대를 들이대는 경향이 있다. 기대하는 바가 다른 팀보다 훨씬 크다. 그래서 더 자주 위기가 등장하고, 더 혹독한 비난에 시달려야 한다. 최 감독도 이를 알고 있고 받아들이고 있다. 모든 비난은 자신이 받고 견디면서, 마지막에 결실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올 시즌에도 '또 다시' 다짐하고 있다.
더 이상 최 감독은 '부잣집 도련님'이 아니다. 지금 상황이라면 비난의 목소리는 최 감독보다는 서울 구단이 들어야 한다. 수도 구단, 최고 인기 구단이 지갑을 닫고 선수단이 위축되는 상황을 방관하고 있다. 그저 최 감독이 잘 버텨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 구단이 이렇게 소극적으로 나온다면, 결국 믿을 것은 최 감독뿐이다. 최 감독이 언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적이 있었던가. 최 감독이 결실로 말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 성급한 위기론에 휩쓸려 추락할 최 감독이었으면 진작에 추락했다. 독수리는 그렇게 쉽게 추락하지 않는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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