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포르투갈 축구협회(PFP) 내에는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우승컵이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자국에서 열렸던 2004년 그리스 돌풍에 밀려 준우승했던 아픔을 말끔하게 지웠다.
우승컵 앞에서 포즈를 취한 움베르투 코엘류(68) 포르투갈 축구협회 부회장 겸 전 한국대표팀 감독은 "연령별 대표팀을 운영하는 것은 좋은 인재를 육성해 A대표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강해져서 우승컵이 따라오는 것이지 않나"라며 체계적인 선수 발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벤투 감독, 확신있게 잘 해낼 것"
마침 코엘류 부회장을 만났던 지난달 8일 포르투갈 리스본 서남부 지역에 위치한 축구협회 내 트레이닝센터에서는 2018~2019 유럽축구연맨(UEFA) 네이션스리그 폴란드와 원정 경기를 앞뒀던 포르투갈 대표팀이 소집됐다. 동시에 21세 이하(U-21), 19세 이하(U-19) 대표팀도 다른 그라운드에서 훈련했다.
당시도, 지금도 개인 문제로 가장 큰 화제의 인물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는 소집되지 않았다. 코엘류 부회장은 조이뉴스24가 큰 흥미를 느끼지 않았는데도 "호날두 질문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할 말이 없다"며 선수를 쳤다.
그래서 한국 대표팀을 맡은 파울루 벤투(49) 감독 이야기를 곧바로 꺼냈다. 벤투 감독은 2022 카타르월드컵 본선까지 4년 6개월 계약했다. 2019 아시안컵 본선, 2022 월드컵 아시아 3차, 최종예선 등 검증 무대가 있다. 벤투가 지휘봉을 잡으면서 한국 축구는 코엘류 부회장 이후 14년 만에 포르투갈 지도자와 마주하게 됐다.
벤투 감독과 코엘류 부회장은 1997~2000년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인연을 맺었다. 코엘류 부회장은 "내가 조언할 것이 없다. 벤투는 확신 있게 잘 해내리라 본다. 충분히 능력이 있는 지도자다. 나는 포르투갈에 집중하는 사람"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축구 선진국에서 변방까지 온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국에 오기 전 중국 슈퍼리그 충칭에서 성적 부진으로 퇴진했다는 이력이 벤투 감독의 지도력을 의심하는 재료로 활용됐다.
'친한파'를 자처한 코엘류 부회장은 "(한국 적응은) 어렵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한국은 나 개인이나 가족에게 정말 좋았다. 그래서 환경 적응은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다. 축구인이라면 어디에 가서라도 적응하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포르투갈 지도자라면 더 적응이 빠를 것"이라며 벤투 감독에게 신뢰를 보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을 얻어 대표팀과 동행하는 벤투 감독에게 코엘류 부회장은 "축구는 가끔 시간이 필요하다. 온전히 주어지지는 않겠지만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축구 선수가 바로 성장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며 벤투 감독이 한국에 완벽하게 녹아드는 순간까지 여론이 인내해주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물론 한국 축구는 코엘류를 기다려주지 못했다. 총 14개월간 A매치 18경기 9승 3무 6패였다. 주로 약체에 이겼고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불가리아 등 유럽과 남미팀에는 이겨보지 못했다. '몰디브 쇼크', '오만 쇼크' 등 쇼크를 양산했다. 색깔을 내지 못했던 코엘류의 지도력에 2002 월드컵 성적에 취한 선수, 협회, 프로구단 등 모든 관계자의 자만과 방만이 겹치면서 무너졌다.
지난해 한국에서 열렸던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관전을 위해 방한하는 등 알게 모르게 한국에 종종 왔다는 코엘류 감독은 "한국에는 좋은 선수가 많다. 유럽에서도 뛰는 선수들이 있지 않나. 축구 선수 성장에 있어서 문화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하는데 한국은 (어려운 무대에서 성공하겠다는) 선수들의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코엘류 부회장은 한국 대표팀 시절 박성화 수석코치, 최강희 코치, 박영수 골키퍼 코치를 뒀다. 선수들의 몸 관리를 위해 조세 아우구스투 피지컬 코치를 영입했다. 너무 너그러운 성격으로 인해 외부의 차가운 여론을 수용하는 데 애를 먹었다. 주로 최강희 현 전북 현대 감독과 소통했다. 최 감독이 직설적인 조언을 자주 해줬기 때문이다.
"최강희 감독 만나면 안아주고 싶어…박지성, 이영표 좋은 선수였어"
그래서일까, 코엘류 부회장은 "최강희 감독이 전북에 있다는 것을 안다. 만나면 정말 큰 포옹을 해주고 싶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다.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한 것도 알고 있고 K리그 우승도 많이 하지 않았나. 정말 멋진 사람이다. 개인적으로는 K리그에서 (ACL에 나섰던) 전북이나 포항 스틸러스를 좋은 팀으로 알고 있다"며 웃었다.
함께 했던 선수들에 대한 근황도 물었다. 그는 "박지성, 이영표는 정말 좋은 선수였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는 모르겠다. 김남일은 아직도 축구협회에서 일하고 있나"며 궁금증도 숨기지 않았다.
한국 축구의 성장을 계속 지켜보고 있는 코엘류 부회장은 '시간적인 여유'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되자 "축구를 하는 과정에서 늘 시간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물론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내가 한국에 있을 당시에는 2002년 이야기를 많이 했다. 지금도 그렇지 않은가"라며 가장 좋았던 시절과 습관적으로 비교하는 한국 축구 문화를 돌려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2002 한일월드컵) 당시와 비교해 시간이 많이 흘렀고 또 환경이나 조직, 구성도 많이 달라졌다. 축구는 그런 것이다. 변화에 맞춰가면서도 고유의 철학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한국 축구가 자기중심을 잡고 정도를 걷기를 기대했다.
코엘류와의 만남이 끝난 뒤 ①편에서 등장했던 포르투갈 스포츠 매체 '아볼라(ABOLA)'의 포르 레다상 기자는 "포르투갈 지도자들은 세계 어디에나 있다. 능력도 충분하다. 한국은 코엘류를 기다려주지 못했지만, 벤투를 받아들였으니 그의 재능을 활용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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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리스본(포르투갈)=이성필 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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