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피해자만 키웠다. 무의미한 정보 제공에 대한 공방만 오갔다.
여자축구 WK리그 경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지휘봉을 잡을 당시 일부 선수에게 성폭력 혐의가 있는 하금진 전 감독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23일 한수원 선수단이 전지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제주도에 긴급조사팀을 내려보내 숙소에서 선수단 및 코칭스태프와 일대일 면담을 진행하며 조사에 나섰다.
주요 면담 내용은 하 전 감독의 성폭력 등에 대한 것이다. 하 전 감독은 지난해 9월 계약 해지로 팀을 물러났다. 그런데 이면에 선수 A씨를 비롯해 3~4명에게 성폭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 전 감독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그가 축구협회 전임 지도자를 역임했던 2014~2015년 시절의 사례까지 전수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시에도 축구협회 여직원에서 성희롱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하 전 감독의 성희롱 전력을 알고도 채용한 한수원과 축구협회가 정보 제공을 제대로 했는가다. 하 전 감독은 2017년 3월 신생팀 한수원 감독직에 지원했다. 당시 경쟁하던 두 여성 지도자는 탈락했다.
축구협회 한 고위 관계자는 "당시 하 감독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한수원 관계자에게 전화로 통보했다. 한수원 측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전임지도자를 관리하는 협회 내 기술연구팀에도 문의했다"고 강조했다.
구단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오규상 여자축구연맹 회장도 "전임지도자를 하다 중간에 관뒀으니 어떤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구단에) 감독을 선임하려면 협회에 의뢰하라"고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수원 측은 보도자료로 대응하며 '축구협회에 전화로 문의했던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애매한 자세를 보이면서도 '인사관리 전문 업체를 통해 2차 합격자 3명에 대한 평판 조회를 축구협회 관련 인사 등에게 했다. 이상이 없어 채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지도자 채용 시스템이 허점을 보인 것은 큰 문제로 꼽힌다. 더군다나 다른 지도자들도 비슷한 전력이 있는지 의심받게 됐다. 피해자인 선수들은 2차 피해에 대해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자 축구에 종사했던 한 지도자는 익명을 전제로 "여자 선수들과 일을 하면 말도 조심스럽게 해야 하고 마음 깊이 헤아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성희롱 전력이 있는 지도자가 채용됐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분명한 사실관계 파악을 통해 책임을 가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협회 관계자는 "전수조사를 취합해서 상벌을 결정하는 스포츠공정위원회에 넘겨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다. 피해자가 더 나왔는지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위에 따라 자격 정치 2년 이상에서 제명까지 가능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수원 구단 징계도 가능하다.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elephant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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