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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가다의 '실리축구', 그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고민


이번 2010 남아공월드컵의 화두는 '실리축구'였다.

안정적인 수비 중심의 전술, 화려함보다는 패스워크에 의한 정교한 공격을 강조하는 실리축구는 이기기 위한 축구다. 이번 월드컵에서 네덜란드, 브라질 등이 예전의 화려함을 벗고 실리축구를 추구했다.

실리축구는 '양날의 검'이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승리를 할 가능성은 크지만 재미없는 축구로 변할 가능성 역시 크다. 좋은 성적은 거둘 수 있을지 몰라도 축구팬들의 마음은 사로잡지 못한다.

화려함을 버린 네덜란드와 브라질이 그래서 팬들의 많은 질타를 받았다. 이들은 정상을 차지하지도 못했다. 실리축구에서 오히려 공격축구로 변모한 독일이 이번 월드컵에서 세계 축구팬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은 팀 중 하나가 됐다. 3위의 성적에 머물렀지만 남아공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팀이 바로 독일이었다.

K리그의 FC서울. 빠르고, 박진감 넘치고, 화려한 공격 축구의 선봉이었다. 하지만 2010년 넬로 빙가다 감독이 부임한 후 서울은 실리축구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화려함보다는 안정감에 중점을 둔 빙가다 감독의 실리축구는 분명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K리그에서도 언제든 1위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상위권에 올라있고 포스코컵(컵대회)에서도 4강에 안착했다.

하지만 빙가다의 실리축구도 재미라는 한계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대부분의 축구 전문가들과 팬들이 달라진 서울의 축구 스타일은 예전에 비해 재미가 떨어졌다고 말한다. 서울 특유의 박진감이 떨어졌다고 한다. 앞으로 나아가기보다는 지키는 축구를 한다고 한다. 달라진 서울 축구에 불만인 팬들도 생겼다.

14일 서울과의 포스코컵 8강전이 열리기 전 만난 이영진 대구 감독. 그는 FC서울통이다. 1997년부터 서울에서 코치를 했고, 서울의 박진감 넘치는 공격축구가 만들어질 수 있게 옆에서 많은 열정을 쏟았던 지도자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대구 감독으로 옮기기는 했지만 여전히 서울에 대한 애정은 넘친다.

이영진 감독은 달라진 서울에 대한 기대와 아쉬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이 감독은 달라진 서울의 스타일에 대해 "보수적인 스타일로 서울이 바뀌었는데 나쁘다고는 볼 수 없다. 감독의 철학이 담겨있는 것이다. 보수적인 스타일에서 실리를 찾으며 챔피언이 된다면 그것이 옳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달라진 서울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제시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K리그를 이끌고 있는 서울이라는 큰 팀이 실리축구를 추구한다는 것은 관중동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리축구는 대부분 약팀이 강팀을 만났을 때 시도하는 전술이다. 강팀에 속하는 서울이 실리축구와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 감독은 "리그는 월드컵처럼 단기전이 아니며 팬들을 꾸준히 상대하는 경기인데 보수적인 스타일이 옳은 것인지 생각을 해봐야 한다. 서울 정도의 팀이라면 빠르고, 도전적인 승리를 하는 팀이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기장에 오시는 분들에게 재미있는 축구를 선보여야 하는 의무가 있다. 승리만 한다고 해서 팬이 오는 것은 아니다. 팬들이 원하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라며 아쉬움도 드러냈다.

이날 대구와의 경기에서도 서울은 2-0으로 앞서 나갔지만 빙가다 감독은 너무 일찍 '잠갔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서울과 대구는 2-2 동점까지 됐고 서울은 승부차기로 겨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아직 K리그, 컵대회, FA컵 등 많은 경기가 남아 있다. 빙가다의 실리축구가 서울의 염원인 우승을 안겨줘 실리축구의 진가를 드러낼 것인지, 성적과 팬심 모두 잃어버리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것인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알 듯하다.

조이뉴스24 상암=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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