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오는 5일 새벽(한국시간) 한국 올림픽 대표팀은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영국 단일팀과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축구 8강전을 치른다.
8강전을 이틀 앞두고 있는 지금, 한국 대표팀의 승리를 예상하는 이들은 찾기 힘들다. 대부분의 축구 전문가들이 영국의 승리를 당연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영국 대표팀은 한국이 아닌, 4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큰 브라질을 오히려 걱정하고 있다.
이런 예상을 하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객관적 전력 차이다. 세계 축구 역사와 통산 성적, 그리고 개개인 선수의 면면을 보면 분명 영국이 한국보다 앞서고 있다.
최종엔트리 18명의 선수 전원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및 챔피언십(2부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스타들도 즐비하다. 라이언 긱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필두로 크레이그 벨라미(리버풀), 다니엘 스터리지(첼시), 아론 램지(아스널)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포진해 있다.
여기에 축구 종가 영국이라는 자존심도 포함돼 있다. 축구 종가가 아시아 최강 한국이라고 해도 아시아 국가에 잡힐 일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 같은 것이 있다. 유럽 축구의 자존심, 영국 축구의 자긍심으로 똘똘 뭉쳐있다.
하지만 첫 번째 이유는 한국의 끈끈한 조직력으로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다. 불가능이 아니란 의미다. 영국 단일팀은 지난달 초에 처음 소집돼 완전한 조직력을 보이지 못하며 어긋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몇몇 스타플레이어들의 이기적인 행동 역시 조직력을 흐리고 있다. 반면 홍명보호는 2009년 청소년대표팀 시절부터 발을 맞춰온 선수들이 대다수다.
축구는 선수 개인 이름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팀으로 하는 것이다. 어떤 특출한 스타도 11명을 이길 수는 없다. 여기저기 어긋나고 있는 영국보다 끈끈한 팀워크의 한국이 더욱 안정적인 상황이다. 희망을 가져볼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영국의 홈이라는 것이다. 사실 첫 번째 이유보다 두 번째 이유가 한국에 더 불리할 수 있다. 열광적인 응원 문화로 유명한 영국이다. 이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열성적인 영국의 홈팬들이 경기장에 모여 영국을 일방적으로 응원하고 한국을 일방적으로 야유할 것이다. 7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 이곳에서 영국은 '선(善)'이고 한국은 '악(惡)'이다
경기장에 모인 대부분의 이들이 영국을 연호할 것이다. 영국은 반드시 이기는 '선'을 상징하고 한국은 꼭 물리쳐야만 하는 '악'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영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개최국 영국이 빨리 떨어지기를 바라는 팬들도 많지 않을 것이다. 축구의 나라 영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영국 대표팀이 오랫동안 토너먼트에 남아 있어야 올림픽 흥행도 지속될 수 있다.
홈 어드밴티지는 그 어떤 전술, 전략, 개인적 역량보다 무서운 힘이다.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는 상대팀은 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해도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일방적인 야유 속에서는 심리적으로 동요될 가능성이 크다. 자신도 모르게 정신을 관중들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 그만큼 승부의 세계에서 '악'이 된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편파 판정도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다. 이미 한국의 박주영은 조별예선 2차전에서 상대 선수와 별다른 접촉 없이 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 이번 상대는 홈팀 영국이다. '오심 올림픽'이라고 이미 유명해진 런던 올림픽이다. 홈 어드밴티지라는 명분 아래 언제 어디서 어떻게 편파 판정이 나올지 모를 일이다.
한국은 조직력에서 승산이 있다. 관건은 정신적으로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외적인 환경에 굳건하게 대처해야 한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승리로 다가가기 힘들다.
카디프 스타디움에서는 '악'이 될 수밖에 없는 홍명보호의 운명. '악'의 역할이 주어졌다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대신 '선'을 무참하게 무너뜨릴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악랄한 '악'이 돼야만 살아 남는다.
조이뉴스24 런던(영국)=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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