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중국 슈퍼리그 장쑤 순톈으로부터 연봉 20억원에 2년 6개월의 계약조건으로 영입 제의를 받고 고심 끝에 포기한 최용수(42) FC서울 감독의 행보는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계약 기간의 연봉 총액이 무려 50억원에 이른다.
프로축구계에 중동의 오일머니를 넘어서 중국의 황사머니가 위력을 발휘하는 것을 피부로 체험하는 한 사례가 됐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축구 사랑에 시장 활성화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했던 고액 몸값의 선수들이 연일 슈퍼리그에 입성하고 있다.
실력 면에서 아시아 최고 리그라고 자부하고 있는 K리그 입장에서는 그저 부러운 일이다. 돈의 위력을 실감하는 가운데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슈퍼리그의 중상위권 팀이 최 감독을 영입을 위해 50억원을 베팅한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호한 상황이다.
최 감독의 숙명의 경쟁자인 황선홍(47) 포항 스틸러스, 서정원(45) 수원 삼성 감독도 흥미롭게 최 감독의 거취를 지켜봤다. 뉴스 보도로 모든 것을 접한 두 감독은 이에 대해 묘한 반응을 보였다.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포항-수원의 맞대결을 앞두고 차례로 만난 두 감독은 중국리그의 자금 위력에 적잖이 놀랐다. 이미 외국인 선수 영입과 국내 선수 유출에 있어 황사머니의 위력을 실감한 터였는데 감독 스카우트를 위하 돈보따리도 상상 이상이었던 것이다.
황선홍 감독은 "(최 감독이) 나를 두고 어디를 가겠다는 것이냐"라며 특유의 변화 적은 목소리로 농담을 던져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만약 최 감독이 장쑤로 떠났다면 포항이 원정으로 치르는 오는 11일 클래식 22라운드 서울전, 그리고 22일 FA컵 서울과 8강전은 다소 싱거운 승부가 될 수 있었다. 황 감독은 FA컵을 예로 들며 "(지난해 8강 탈락의) 복수를 해야 한다"라고 서울전을 벼르고 있었다.
황 감독은 "최 감독이 얼마나 심사숙고를 하고 선택을 했을까 싶다. 결정을 지지한다. 인정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 아니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줬던 장점도 있고 그러니 충분히 능력을 인정 받았을 것이다"라며 장쑤의 거액 영입 제안은 우연이 아님을 강조했다.
최 감독의 능력에 대해 확실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황 감독은 "능력이 있으니 제안도 오는 것 아니겠냐. 지도자 입장에서도 (그런 제안은) 즐거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서정원 감독도 마찬가지. 서 감독은 "(잔류 결정의) 사정은 모르지만, 제안을 받은 것 자체는 좋은일 아니냐. 베이징 궈안과의 챔피언스리그 원정에서도 느꼈지만, 중국은 아시아에서 큰 시장이다. 과거는 일본, 중국이 양분했지만, 이제는 중국이 리드하는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놀라움의 연속이지만 이내 K리그의 현실과 마주한 서 감독이다. 과거 돈 씀씀이가 컸던 수원의 살림살이는 크게 줄고 있다. 당장 팀 공격수 정대세에 대한 일본 J리그 구단들의 영입 제안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서 감독은 "K리그도 흥행을 위해 공격 축구를 하고 있지 않으냐. 관중을 그러모으기 위해서라면 질 좋은 경기를 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선수 이탈도 막아볼 수 있다"라며 경기력이 좋아져야 중국 등 돈을 앞세운 리그와 경쟁에서 버틸 수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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