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무도회에서 함께 스텝을 밟고 춤을 추는 사람처럼 함께 호흡을 맞출 새 '파트너'가 정해졌다.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세번째 V리그 개막을 맞는 마이클 산체스(쿠바) 얘기다.
군에서 전역한 세터 한선수가 소속팀 대한항공으로 돌아왔다. 둘은 산체스의 입단 첫 해 단 한 경기에서만 손발을 맞췄다. 지난 2013년 11월 2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 2013-14시즌 개막전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산체스와 한선수가 함께 뛴 경기가 됐다.
한선수는 당시 이 경기만 뛰고 입대했다. 대한항공 유니폼 대신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고 21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산체스는 한선수가 대한항공 전력에서 빠져있는 동안 여러 명의 세터와 손발을 맞췄다. 그러다 보니 늘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엇박자가 났다. 산체스는 "선수로 뛰며 한 시즌에 3명 이상 세터와 계속 돌아가며 경기를 치른 건 처음"이라고 할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2015-16시즌에는 드디어 팀 주전 세터와 함께하게 됐다.
산체스도 기대가 크다. 그는 "아직 (한선수와) 함께 운동을 한 시간이 얼마 안됐다"며 "3년 전 함께 코트에서 뛴 기억은 분명히 있다. 이제 조금씩 손발을 맞춰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산체스와 한선수는 터키전지훈련을 통해 본격적으로 세트 플레이와 공격 등을 연마한다. 대한항공 선수단은 9일 터키로 출국했다. 터키로 떠나기 앞서 산체스를 만나 다가올 새 시즌 각오를 들어봤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대한항공 연수원내 체육관에는 선수들의 기합소리가 한창이었다. 다른 프로팀과 연습경기가 없는 날은 오후엔 팀 자체 경기를 실시한다. 산체스는 한선수, 강민웅, 황승빈 등 세터를 바꿔가며 공격 연습을 가졌다.
그런데 눈에 띄게 달라진 부분이 있다. 산체스의 몸집이 예전과 견줘 커졌다. 그는 "구단 합류에 앞서 한 달 전부터 쿠바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먼저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몸무게는 108kg이다. 보통 체중이 97~98kg인데 많이 늘었다. 그래도 몸놀림은 여전히 빨랐고 스파이크에 실린 힘은 여전하다.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은 "단순히 살이 찐 게 아니라 근육량이 늘어났다. 몸무게가 늘어난 부분을 걱정하진 않는다"고 했다. 허리부상에 대한 재활도 열심이다.
산체스는 지난 시즌 5라운드 OK저축은행과 경기에서 허리를 다쳤다. '봄배구' 진출을 위해 가장 중요한 시기에 대한항공은 엔진 하나가 꺼진 셈이 됐다. 산체스가 힘을 못쓰면서 결국 순위경쟁에서 밀려났다.
산체스는 "예전에 수술을 받았던 적이 있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며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시즌 도중 아파서 팀 전력에서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체스는 "팀에서 맞는 3번째 시즌이다. 이번에야말로 꼭 챔피언결정전에 동료들과 함께 나서고 싶다"며 "긴 말은 하지 않겠다. 그 다음은 당연히 우승이 목표"라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산체스는 등번호를 바꿨다. 대한항공 입단 당시 달았던 18번을 대신해 11번 유니폼을 입는다. 숫자에 연연하진 않지만 산체스에게 나름 의미가 있는 번호다.
그는 "쿠바대표팀과 러시아리그에서 뛸 때 늘 9번을 달았다"며 "11번은 청소년대표팀에서 사용했고 좋은 기억이 남아있는 번호"라고 전했다. 대한항공에선 곽승석이 9번을 달고 있다. 산체스는 "이미 주인이 있는 번호였고 18번을 단 건 9더하기 9는 18이지 않느냐. 두 배 더 잘하겠다는 뜻을 담았는데 솔직히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고 웃었다.
11번은 권혁모가 사용했던 번호다. 산체스는 "권혁모가 양보를 하겠다고 했는데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지난 시즌까지 18번을 달았다"고 했다. 권혁모는 오프시즌 대한항공을 떠나 한국전력으로 갔다. 11번의 주인이 비자 산체스는 미련없이 등번호를 교체했다.
그는 "새 번호로 새 시즌을 앞두고 있다"며 "지난 두 시즌 때와 마음가짐이 다르다.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조이뉴스24 용인=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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