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김종민 대한한공 감독의 표정은 어두웠다. 김 감독과 대한항공 선수들은 지난 3일 안방인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삼성화재에 패했고, 삼성화재가 정규리그 4시즌 연속 우승을 확정하고 환호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조용히 코트를 빠져나갔다.
김종민 감독은 지난 2012-13시즌 도중 팀 지휘봉을 넘겨 받았다. 당시 신영철 감독(현 한국전력 감독)이 물러났고 서남원 수석코치(현 한국도로공사 감독)도 동반 사퇴했다.
보조코치로 있던 김 감독은 어쩔 수 없이 감독대행이라는 자리를 맡았다. 그는 감독과 수석코치가 모두 빠진 팀 분위기를 수습하며 선수들을 잘 다독였고 그 시즌 팀을 챔피언결정전까지 이끌었다.
대한항공에서 선수와 코치로 계속 활동하며 누구보다 팀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는 시즌이 끝난 뒤 대행 꼬리표를 때고 정식으로 대한항공 사령탑에 올랐다.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에는 16승 14패 승점 50점으로 3위를 차지했다. 시즌 막판까지 우리카드(15승 15패 승점 43)의 추격을 받았으나 잘 따돌리고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김 감독은 40대 젊은 사령탑이었지만 지도력을 발휘하며 팀을 다시 한 번 '봄 배구'로 이끌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7월 열린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에서는 우승을 차지했다. 2014-15시즌에 대한 기대는 높아졌다. 시즌 출발은 괜찮았다. 1라운드를 4승 2패로 마감했다.
2, 3라운드에서도 연패를 당하긴 했지만 각각 3승 3패를 기록, 승률 5할을 맞췄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시기에 연패가 길어졌다. 대한항공은 5라운드에서 5연패를 당했다. 그 사이 한국전력이 9연승을 내달리며 앞으로 치고 나갔다.
흔들린 대한항공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목적지인 '봄 배구'에 착륙하지 못했다. 2005-06시즌 이후 이어오던 8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행진도 중단된 것이다.
김종민 감독은 "핑계는 아니지만 선수들이 돌아가며 다쳤고 세터들까지 덩달아 흔들렸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형우, 산체스, 신영수 등 핵심 전력이 줄줄이 부상을 당하면서 동력을 잃어버렸다.
지난 시즌 5명이 나섰던 세터진은 올 시즌 강민웅과 황승빈 2명으로 정리가 됐지만 주포 산체스와 엇박자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한 김학민 효과도 없었다.
김 감독은 "남은 정규시즌 경기에서는 그동안 출전 기회가 적었던 선수들도 코트에 많이 나와야 한다"며 "예전의 대한항공을 생각하면 안될 것 같다. 센터와 리베로 포지션은 보강과 함께 세대교체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다음 시즌에 이곳에 있을지 모르겠지만 팀의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그런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며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 시즌 종료 후 감독 계약기간이 만료된다.
한편, 김 감독은 이날 삼성화재전을 앞두고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와 승패 결과를 떠나서 선수들이 활기차게 뛰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베테랑 리베로 최부식과 팀 마스코트인 '점보스'만 김 감독이 바라던 모습을 보여줬다.
최부식은 경기 내내 동료들을 격려했다. 공격이 성공하면 누구보다 더 큰 동작으로 세리머니를 했고 크게 소리도 질렀다. '점보스'도 빈자리가 유독 많이 보였던 계양체육관 구석 구석을 돌아다니며 팬들의 응원을 이끌었다.
그러나 산체스, 신영수, 강민웅 등 팀의 주축 선수들은 힘이 빠져 보였다. 경기를 치르는 동안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더 많이 보였다. '봄 배구'에 나서지 못하게 된 대한항공의 쓸쓸한 풍경이었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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