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영화 '춘몽'의 장률 감독이 한국영화계의 출중한 감독 양익준, 윤종빈, 박정범을 한 영화의 주연 배우로 캐스팅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공간 수색동을 '춘몽'의 정서에 활용하게 된 이유부터, 이 공간의 공기에 꼭 어울리는듯한 세 배우의 연기 작업을 지켜본 소회도 들을 수 있었다.
13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이자 개막작 '춘몽'(감독 장률, 제작 ㈜률필름)의 감독인 장률 감독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춘몽'은 예사롭지 않은 세 남자 익준(양익준 분), 정범(박정범 분), 종빈(윤종빈 분)과 보기만해도 설레는 그들의 여신 예리(한예리 분)가 꿈꾸는 세상을 담은 영화다.
영화의 세 남자 주연 배우는 각자의 또렷한 색깔로 영화를 선보여 온 재능 있는 감독들이기도 하다. 본인의 작품들에서 직접 연기를 선보인 경험이 있다는 점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춘몽'은 이런 인물들을 주연 배우로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장률 감독은 "그 세 명 감독과 평소 친하다"며 "몇 년 전부터 농담처럼 세 명이 같이 출연하면 재밌겠다고, 너무 연기를 잘한다고, 내 영화에 한번 출연하겠냐고 했다"고 답했다. 이어 "하겠다고는 했는데, 1년에 한 두 번 씩 이 이야기가 다시 나오곤 했다. 작년 말에도 세 사람이 '농담이죠?'라고 하더라"며 "사실 그 때까지는 농담이었지만 일정을 확보해야 했다"고 웃으며 답했다.
"바쁜 사람들이니 무작정 기다릴 수가 없다고, 시간을 정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정식으로 되는 느낌이었죠.(웃음) 추울 때는 찍기 힘드니 4월에 찍으면 어떨까 해서 서로 시간을 비웠죠. 비우고 나니 생각을 해야 하잖아요. 그 친구들과 질감이 맞는 공간을 생각하다보니 제가 강의를 하며 찍어야 해서 멀리 갈 수 없겠더라고요. 제가 DMC 쪽에 사는데, 지하 통로만 지나면 수색역이 나와요. 일주일에 2~3번은 꼭 가는데, 이상하게 그 곳에 가면 사람이 산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감독의 집과도, 세 감독이 지닌 분위기와도 닮아있는 공간 수색은 그렇게 '춘몽'의 배경이 됐다. 수색은 단지 언급되지 않는 배경일 뿐 아니라 인물들의 입을 통해서도 수 차례 언급되는 특정한 정서의 공간이다. 건너편 상암 DMC의 화려함과는 정 반대에 있는, 도시 안에 있지만 조금은 인간적이고 소탈한 분위기의 이 공간은 영화 속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고 할 법하다.
"세 감독의 얼굴을 보면 그 동네에서 많이 보던 얼굴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원래 세 사람의 이야기를 하려 했었고 제목도 그렇게 지었었어요. 이 친구들이 어떻게 살지, 이 공간의 희로애락은 뭘지를 생각하게 됐죠."
극 중 자신의 이름을 딴 배역을 연기한 세 배우들은 각자 자신이 전작에서 보여줬던 인물을 반영한듯한 캐릭터를 그려냈다. 양익준의 경우 '똥파리' 속에서 그가 연기했던 인물을 다시 소환한듯한 감상을 주기도 한다.
"양익준은 '똥파리'에 너무 빠져 있었기 때문에 또 그렇게 나오면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찍어보면 그렇지 않을거라고 했죠. 실제로 보면 '훈남'이잖아요. '똥파리'에서보다 '훈남'을 만들어줬다고 생각해요.(웃음)"
재능 있는 감독으로 충무로를 누볐던 감독들은 오직 배우의 역할만으로 영화 현장을 누비며 나란히 비슷한 감상을 느꼈다. 장률 감독은 "세 감독들은 모든 현장에서 유쾌했다"며 "세 명이 똑같은 이야기를 하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들의 이전에 영화를 할 때는 자신이 주인공으로 연기를 해도 그 영화의 감독이었잖아요. 전체적으로 감독의 역할로 생각을 해야 했다면 이번엔 완전히 배우였어요. 세 명이 '반성을 많이 했다'고 '이전에 배우들에게 너무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이걸 알았다면 배우들에게 잘해줄 걸'이라고요. 나는 '내가 한국말을 알아듣는다. 나를 욕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죠.(웃음)"
한편 '춘몽'은 13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조이뉴스24 부산=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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