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여전히 밝고 유쾌하다. 또 솔직하다. 이것이 장근석의 매력이다. 여기에 연기를 향한 진중함은 더욱 묵직해졌다. 더 절실하게, 또 치열하게 구도한으로 살았던 장근석이기에 더욱 소중하고 의미있게 다가오는 '미끼'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미끼'(연출 김홍선, 극본 김진욱)는 사상 최악의 사기 범죄를 저지르고 죽음 뒤로 숨어버린 '그 놈'을 추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쿠팡플레이 시리즈로, 장근석은 엘리트 변호사 출신인 강력 범죄 수사대 형사 구도한 역을 맡았다.
파트1에서는 8년 전 죽은 역대 최악의 사기꾼이 연쇄살인의 용의자로 지목된 후 벌어진 이야기를 다뤘다. 그리고 7일 공개되는 파트2에선 연쇄 살인 사건과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른 그 놈을 끝까지 쫓는 사람들과 서로 속고 속이는 그들 사이의 숨겨진 진실이 밝혀질 예정이다.
'미끼'는 장근석이 5년 만에 선택한 작품으로, 장근석의 장르물 도전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장근석은 수염에 까칠한 얼굴을 하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구도한이 되어 지금껏 본 적 없는 또 다른 얼굴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에 장근석은 최근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5년 공백기를 깨고 구도한이 되기 위해 불태웠던 노력과 열정, 만족도를 솔직하게 고백했다.
- 결말을 다 알고 촬영을 했나.
"파트1 방송이 될 때까지 정보가 없었다. 잘 나왔는지 편집은 어떻게 됐는지 답이 없었다. 범인이 누구인지도 후반부에 알았다. 파트1 공개될 때는 마지막회 대본이 안 나왔고, 범인은 마지막회에 나온다. 보안 때문에 늦게 알았다. 만약 범인을 알고 촬영에 들어갔다면 의도와 다르게 쫄깃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촬영한 방식은 배우들도 계속 누굴지 궁금하게 했던 것 같다."
- 모든 내용을 알고 촬영을 다 끝낸 지금 결말 만족도는?
"제 주변 지인들이 저에게 '범인이 누구냐'라고 물으면 '모른다'라고 했다. 그러면 '너지?'라고 하더라. 진짜 그런 식으로 접근해서 해석할 수 있겠구나 했다. 물론 저일 수도 있다.(웃음) 생각해보면 사람들에게 물음표를 주고 있다는 것이 기대감을 올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 같이 연기 호흡을 한 이엘리야, 이성욱은 어땠나.
"이엘리야는 현장에서 그렇게 순수한 사람을 처음 봤다. 대본에 집착해서 분석하고 열의가 대단하다. 그런 배우가 남의 얘기를 듣는 것이 쉽지 않은데 제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오래 대화를 나누면서 만들어갔다. 이성욱 형에게는 정말 고맙다. 제가 절실하니까 시도를 많이 했다. 연기 레슨도 하고 레퍼런스도 찾으면서 했는데, 이성욱 형에겐 따로 전화를 드려서 '실례가 안 된다면 저랑 호흡을 맞춰 주실 수 있나'라고 했더니 선뜻 '어디로 가면 돼?'라고 해주셨다. 만나서 호흡을 맞춰주시고 재미있는 시도를 많이 했다. 해석이 다를 수 있는 부분은 서로 역할을 바꿔서 읽었다. 그런 시도가 연기 레슨을 하며 신선하다 생각했는데 성욱 형이 하고 싶은 거 다하라고 해주셔서 지금도 가장 고맙다."
- 가장 힘들었던 지점은?
"힘들었지만 안 힘들었던 부분인데, 촬영을 하면서 5개월 가까이 촬영 전날 4시간 이상 잠을 자 본 적이 없다. 구도한이 잘 자서 깨끗한 얼굴로 활보를 한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나. 또 피부과 가서 레이저나 보습 관리를 하는 인물이 아니다. 화면에 피부의 거침을 더욱 거칠게 살리는 작품이다 보니 다 신경을 안썼다. 사건에 집중을 하는 인물이 속 편하게 잘 수 있는지 의문이고, 그런 인물을 표현하는 내가 촬영이 늦다 해서 7시간 잘 수 있나 생각했을 때 제가 만족이 안 될 것 같았다. 억지로는 아니지만 그렇게 신경을 쓰다 보니 못 잤고, 촬영이 없을 때만 몰아서 잤다. 그렇게 편안한 생활을 한 적이 없는데, 처음 그렇게 살아봐서 좋았다. 물론 힘들긴 했다."
- 이렇게 캐릭터에 몰두해서 긴 시간 지내다 보면 촬영이 끝나고도 후유증이 남았을 것 같은데 어땠나.
"알지 않나? 제가 나대는 타입인 거. 신나게 나대고 다녔다. 현장 스태프들과 하고 싶은 것이 캠핑이었다. 말을 뱉으면 진짜 가야 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촬영 끝나고 일주일 만에 바로 캠핑을 갔다. 감독님, 스태프들 다 모아서 장비 챙겨서 갔다. 단톡방이 있는데 또 가고 싶다고 하면 그냥 간다. 그 정도로 팀워크가 좋고, 그런 식으로 털어버린다. 촬영 끝나고 '고생했어요'라고 하면서 헤어지는 것도 나쁘진 않은데 뭔가 교류를 하고 갈증 나는 것을 계속 해소시키는 시간이 재미있다. 지난주에는 아무 이유없이 감독님, 배우들과 밥 먹자 해서 같이 밥을 먹었다. 그렇게 촬영하면서 못했던 것을 할 수 있는 관계다. 어마어마한 팀워크다. 이걸 처음 겪는다. 그래서 더 절실하고 의미있고 소중하다."
- 이렇게 드라이한 연기를 하다 보면 처음엔 '이게 맞나' 하는 의문도 있었을 것 같은데, 맞다는 확신이 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
"어느 정도까지 드러내고 감춰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감독님이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첫 날 연기를 하고 인사를 하고 돌아가는 제 어깨를 주물러주시며 '가라' 하셨다. 마음에 안 들었다면 그렇게 안 하고 깊이 얘기를 하셨을 것 같다. '여기서 계산을 더 하면 안 되겠다', '심플하게 담백하게 가야지' 했고 여러 시도 보다는 감독님 테두리 안에 잘 들어가 많이 절제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감독님에게 들었던 칭찬은?
"정말 좋을 때는 칭찬을 하신다. '됐어!' 이런 얘기를 한다. 울릉도 나리분지에서 촬영을 했는데, 힘든 촬영이었다. 저를 비롯해 상대 배우와 합을 맞추는데 희열이 느껴졌다. 또 컷 사인을 들었을 때는 뿌듯하기도 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아시아 프린스', '꽃미남' 등 수식어에 대한 무게감이 있나.
"저는 살아온 과거를 후회하고 싶지 않다. 꽃미남 이미지도 저의 것이라면 무던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탈피, 탈출을 하겠다고 노력하고 싶진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맞춰가는 것이지 급하게 서둘러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이렇게 (복귀를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을 거다. 호흡을 오래 가지고 서서히 나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기다리다 보니 시간이 걸렸지만 제 선택을 믿고 싶다. 빨리 벗어나고 탈출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아직은 없다."
- 자신의 이름을 검색을 하거나 반응을 찾아보는 편인가.
"예전엔 광적으로 봤지만 지금은 그냥 본다. 여러 악플 중에서 저를 흔들어놓는 악플이 하나 나오면 그 문제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접근을 한다. 어떤 문제였을까, 잘못된 지점이 있나 고민하는 시간이 있는데 그것이 저의 세계관이 흔들릴 만큼은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보려고 노력하는데 악플을 볼 때는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 기억에 남는 반응은?
"'범인은 너지?'라고 묻는 것이나 '한 번에 공개하지. 쿠팡 짜증난다'라고 하는 반응이 있더라. 해지하고 나중에 본다는 것도 봤다. 그건 파트2에 대한 기다림인 건데, 이제는 전개가 빨라진다. 파트1이 초석을 다졌다면 파트2는 결말을 향해 스피디하게 달려간다."
- 너무 어둡다는 반응도 있다.
"그런 반응을 알고 있고 배우들, 스태프들과도 얘기를 했다. '한국전력에서 스폰 좀 받아서 찍어라'라고도 하더라. 감독님에게 얘기를 했더니 '내 작품은 원래 어두워!'라고 하고 가시더라. 거기서 또 믿음이 생겼다. 분명 그럴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세계관이 흔들리면 위험하다. 의도한 바가 있을거라 생각하고 존중하고 싶다."
- 첫 OTT 작품인데 달랐던 부분이 있나.
"시작을 할 때 선입견, 편견을 절대 가지지 않았고, 가지려고도 하지 않았다. 일단 제가 얼마나 작품에 집중하고 역량을 풀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싸움이다. 제가 다양한 것을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작품을 표현하는데 제한이 많지 않다는 것이 신선한 차별점이다. 저에게 주어진 환경이 작품의 세계관을 표현하는데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잔혹성, 잔인함이나 음주, 흡연 장면들이 촬영하면서 도움이 됐다. 지상파 드라마에서는 안전벨트를 꼭 하고, 담배는 절대 노출이 되면 안 되고 술은 적당량을 마셔야 했다. 하지만 OTT는 제한 없이 표현이 되니까 연기할 때 폭이 넓어져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시체 특수분장도 '이렇게까지 가도 된다고?' 했다. 사실적인 것을 봤을 때 표현의 폭이 넓어졌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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