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너무나 조심스러웠다. 매 겨루기마다 입씨름을 벌여왔던 것과는 딴 판이었다.
FC서울과 수원 삼성이 오는 18일 K리그 28라운드 '슈퍼매치'를 앞두고 16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양 팀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미디어데이를 열었다.
서울은 수원에 조심스럽게 설욕을 다짐했다. FA컵을 포함해 수원에 최근 5경기에서 5연패를 기록중인 서울은 이번에 반드시 수원을 이기고 리그 1위 굳히기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외국인 네 명으로 하는 것이 아닌 진짜 축구를 하고 싶다.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주겠다. 그것이 서울의 진정한 축구다"라고 이번 수원전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지난 6월 20일 FA컵 16강전에서 0-2로 패할 때 거친 경기를 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몸을 사리는 듯한 정석적인 발언이었다.
지난해 감독대행으로 서울 사령탑에 오른 뒤 올해 정식으로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은 "내가 부임 후 (수원전) 3연패다. 득점도 못하고 있다. 선제골을 넣는다면 기록이 깨질 텐데, 우리만의 경기를 하면 될 것 같다"라고 무념무상으로 수원을 상대하겠다고 전했다.
FA컵 16강전에 대한 기억이 계속 남아 있는 듯 최 감독은 "FA컵에서 과열된 부분이 있었다. 상대의 파울에 부담스러워하고 선수들도 당하다 보니 불미스러운 장면이 나온 것 같다"라며 "이번에는 정규리그의 한 경기다. 평정심을 갖고 돌발상황에 흔들리지 않으면 이길 수 있다. 서울은 올해 홈 13경기 무패다"라며 슈퍼매치라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리그의 한 경기로 생각하고 나서겠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FA컵 패배 후 팬들이 경기장 출구를 가로막고 면담을 요청하는 등 후폭풍에 시달렸다. 이후 팀이 안정을 찾았지만 수원전 패배의 파장을 실감했다.
최 감독은 "15개팀 전체를 봐야 하는데 너무 한 팀만 생각했던 것 같다"라며 "우리가 보여줄 것은 많다. 하던 대로 하겠다. 28라운드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가을에 또 할 수 있다. 편하게 마음을 먹으니 홀가분하다"라며 근시안적인 태도를 버리고 더 큰 목표를 향해 전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페어플레이를 강조한 최 감독은 "라이벌 의식을 갖고 경기에 나서면 감정 조절이 안된다. 스포츠라는 단어가 변질될 수 있다"라며 "많은 어린이가 경기장을 찾는 만큼 교육의 장으로 좋은 플레이를 보여줘야 한다"라고 정공법으로 수원을 공략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수원의 약점을 묻는 질문에도 말을 아꼈다. 그는 "주전이 몇몇 빠진다고 해도 수원은 좋은 팀이다. 누가 결장한다는 생각을 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라며 경계심을 잃지 않았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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