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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한번볼래?]'수미네 반찬' ★★★


수미쌤의 '손맛', 스타 셰프들도 반했다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수미네 반찬'은 한참 안방극장 유행을 휩쓸었던 '쿡방'이다. 요리를 만들고 맛본다. 그런데 '그 나물에 그 밥'인 쿡방은 아니다.

그 흔한 한식 자격증 하나 없다는 김수미가 스타 셰프들을 진두지휘하는 '주방장'이다. 김수미는 정확한 계량 대신 경험에서 우러나온 '감'으로 뚝딱 요리를 만들어내고, 화려한 플레이팅 대신 '손맛'이 버무러진 반찬을 맛깔스럽게 담아낸다. 지금껏 스타 셰프들과 함께 했던 쿡방이 청담동의 트렌디한 레스토랑 혹은 간편한 '골목식당'을 연상 시켰다면, '수미네 반찬'은 시골집 평상에 식구들과 도란도란 둘러앉아 먹는 밥상에 가깝다. 우리네 엄마를 닮은 듯한 김수미의 푸근한 입담과 셰프들의 수다, 그리고 투박한 밥상들이 정겹다.

tvN 예능프로그램 '수미네 반찬'은 한식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배우 김수미가 스타 셰프들에 '손맛 전수'에 나선 프로그램이다. 해외 식문화가 유입됨으로써 잠시 조연으로 물러났던 반찬을 다시 우리의 밥상으로 옮겨오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밥심'으로 산다는 김수미가 스타 셰프 여경래와 최현석, 미카엘에 자신의 비법이 담긴 반찬 전수에 나섰다. 고사리 굴비조림과 연근전, 묵은지볶음, 목살묵은지찜, 갑오징어순대, 그리고 김수미표 히든 반찬 간장게장까지, 레시피가 공개됐다.

'쿡방'의 핵심인, 김수미표 레시피에 눈길이 먼저 간다. 고사리 굴비조림과 연근전, 묵은지볶음 등 평범한 듯 하지만 예사롭지 않은 반찬들에 김수미만의 내공과 손맛이 듬뿍 담겼다. 때로는 긴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지만, 큰 어려움 없이 따라 만들 수 있는 조리법들이다.

김수미의 사업 아이템이었을 만큼 모두를 궁금하게 만든 '간장게장' 비법도 아낌 없이 공개됐다. "무수히 해보고 연구해봤다"는 김수미의 간장게장을 맛본 최현석은 "우리 외할머니 맛이다"고 말하고, 미카엘은 "왜 선생님이 유명한지 이해했다" "이런 맛은 없다"고 했다. 내로라하는 셰프들을 감탄하게 하고, 군침 돌게 하는 김수미표 레시피는 시청자들의 오감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김수미에게 스타 셰프들이 요리를 배우는 콘셉트도 다른 쿡방에서 보지 못한 그림으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김수미는 '불친절한' 스승이다. 그동안 쿡방을 선보인 다른 셰프들과 달리 4,50년 동안 요리해 온 자신만의 감과 눈대중으로 정량한다. "요만큼" "이만치" "니들 맘대로 넣어" "알아서 부어. 식구 수대로"라고 말하기 일쑤고, '정량'에 익숙한 셰프들은 집단 '멘붕'에 빠진다. 최현석이 눈대중으로 "소금 한스푼" "물 한 컵" 등으로 변환해주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셰프들은 "손이 굉장히 빠르다" "한눈 팔면 놓친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손맛'을 전수하는 김수미의 요리 표현도 정겹다. 예컨대 "자박자박" "는둥만둥" "군둥내하고 쉰내가 나" "세월아 네월아 끓이면 된다"고 하는 식이다. 한국말이 서툰 불가리아 셰프 미카엘이 "아이돈노 자박자박"이라며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나 "세월아는 중불이고, 네월아는 약한 불"이라고 재해석 하는 최현석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김수미의 거침 없지만 맛깔스러운 입담은 '수미네 반찬'에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양념이다.

한식 자격증이 있냐고 묻는 장동민에게 "너는 니 엄마, 할머니가 자격증 갖고 밥 해처먹였냐"고 타박해 웃음을 안기더니, "음식이라는 건 손에 기가 들어가야 한다. 정성이다. 대가 안 끊겼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마음을 꺼내놓는다. 반찬에 얽힌 추억담은 괜시리 코끝이 찡하다. 아카시아 튀김 요리를 하며 "어릴 때 아카시아 꽃 따먹었다. 엄마가 아카시아 튀김을 튀겨줬다. 아카시아 꽃이 필 때 엄마 생각이 너무 나"라며 엄마가 해준 요리를 떠올릴 때면, 우리 부모님 할머니 얼굴이 저절로 겹쳐진다. 김수미의 어머니, 혹은 그 이전부터 대대손손 내려온 '손맛' 요리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김수미가 스타 셰프들과 빚어내는 케미도 좋다. 여타 방송에서는 완벽하고 멋진 셰프들이지만, '스승' 김수미 앞에서 진지하게 레시피를 배우고, "난 왜 맛이 안 나지"라며 허점을 보이기도 한다. 김수미는 "이놈아" "이 짜샤" "내가 하지 말라는 건 하지마" "동작이 늦다" "너 미쳤니"라며 아들,딸 대하듯 셰프들을 편하게 대하고 때로는 찰진 욕도 한다. 이같은 표현이 거북스럽기보다, 정겨운 그림을 만들어낸다.

셰프들의 캐릭터도 확실하다. 최현석은 김수미의 수제자를 욕심내며 "수미쌤"을 입에 달고 사고, 능청스러운 아부와 질투로 분위기를 띄운다. 자기 자리에서 묵직하게 요리를 하는 '모범생' 여경래나, 김수미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미카엘 등 개성 넘치는 출연진을 보는 재미도 있다. '간장게장 파스타' 등 김수미의 요리를 활용해 셰프들이 재탄생 시키는 '번외' 레시피 코너도 주목할 만하다.

밥 한 그릇을 뚝딱 먹어치우며 진심으로 행복한 표정을 짓는 '먹방 요정' 노사연, "우리 선생님은 욕.섹.녀다. 욕할 때 섹시한 여자"라며 깨알 개그를 하는 장동민은 다소 심심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활기를 더한다.

김수미는 프로그램 시작 전 제작발표회에서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1위할줄 알았나요? 아프리카에서 조개젓을 팔겁니다."라며 한식의 세계화에 대한 야심찬 포부를 전했다. 다소 거창했지만, 그만큼 한식에 대한 자부심이 똘똘 뭉쳤다. 멋들어진 요리들에 밀려났던 우리네 반찬을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김수미의 요리를 맛본 셰프들과 출연진들은 "우리 엄마가 해준 그 맛이다. 이걸 집에서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 "역시 엄마의 손맛은 정말 최고다"라고 감탄했다. 음식을 먹으며 엄마를 떠올리고, 그리운 맛을 발견하고, 또 추억에 젖었다. '수미네 반찬'이 다른 쿡방과 차별화 된 지점은 여기에 있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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