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박은빈이 '우영우'로 자신의 진가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놀라운 성과와 연기 성장을 이뤄낸 박은빈에게 '우영우'는 도전할 것이 많은 작품이었고, 한계를 시험하는 장이었다. 특히 어마어마한 대사량은 놀라울 정도. 하지만 박은빈은 정확한 발음과 발성으로 모든 대사를 완벽하게 소화했고, 울림이 큰 대사와 장면들을 탄생시켰다.
박은빈은 지난 18일 종영된 ENA채널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연출 유인식, 극본 문지원)에서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로펌 한바다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성장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호평을 얻었다. 목소리 톤부터 손짓, 걸음걸이, 눈빛 등 우영우에 완벽하게 몰입한 박은빈은 마지막까지 뭉클한 감동과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며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완성했다.
이 같은 박은빈의 열연 덕분에 0.9%로 시작된 드라마는 방송 즉시 뜨거운 관심과 함께 시청률 수직상승을 얻었다. 마지막 회는 17.5%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 TV 화제성 부문도 줄곧 1위를 차지했으며, 해외에서도 넷플릭스 TV 비영어 부문 가장 많이 본 콘텐츠 1위를 기록하는 등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우영우라는 쉽지 않은 캐릭터를 위해 7개월 간 촬영에 매진해 왔던 박은빈은 종영 이후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우영우'를 떠나보내는 소회와 함께 그간의 노력, 연기 열정을 전했다.
[조이人]①에 이어
- '우영우'에서 엄청난 대사량을 소화해야 했는데, 딕션이 정말 좋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어려서부터 또랑또랑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평소 늘상 이렇게 살진 않고 대충 얘기하고 살 때도 많다. 이 작품에서는 방대한 대사량을 정보 전달 측면에서 뭔가 걸리는 것 없이 속사포로 내뱉어야 하는 큰 미션이 있었기 때문에 발음을 신경 썼다. 연기를 할 때 발음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건 익숙한 일이 되어서 큰 어려움은 없지만 법정신은 최소 30, 40번 같은 대사를 읊어야 했다. 법 얘기를 하는 것이 영우의 에너지를 분출하는 치유의 방식이라고 자문 교수님이 얘기를 해주셨다. 법 얘기는 영우에겐 즐거운 현장이다. 박은빈은 아니지만.(웃음) 컷 수도 많고 등장하는 인물도 많다. 그런 영우에게 리액션해주는 모든 인물들을 포함해서 다들 적게는 30, 40번씩 혼신의 힘을 다해 대사를 했다. 이렇게 많은 반복이 있다보면 어느 순간 '무슨 뜻이지'라며 머리가 새하애지는 여러 경험을 했다. 법정신은 개인적으로 3, 4번 공판이 있고 변론기일이 있는데,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여러 한계를 시도해보는 장이었던 것 같다."
- 암기 비결이 따로 있나.
"방대한 양을 외우면서 습관이 생겼다. 매일 매일이 벅찰 때도 있는데 요령이 생겼다. 속으로 이해하고 내뱉는 것이 중요해서 시험보는 마음으로 A4용지에다가 써놓고 끊어읽기를 통해서 외웠다. 시험을 준비하고 서술형 답안을 채점해가는 과정이었다. 뒤로 갈수록 대사가 많아져서 A4용지가 얼마 정도였는지 환산하기는 어렵다. 어느 드라마보다 역대급으로 많은 대사량이었다."
- 박은빈이 생각하는 명장면은?
"개인적으로 외뿔고래 얘기하는 장면을 좋아한다. 또 영우가 아버지에게 오롯이 좌절하고 싶다고 하는 말을 한다. 영우가 아버지의 보호가 필요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혼자만의 힘으로 딛고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자기에게 낯설고 불편한 상황이라도 해보겠다는 영우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 연기 칭찬도 굉장히 많았다.
"연기 칭찬 감사하다. 칭찬은 칭찬으로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 행보에 대해서는 영우처럼 씩씩하게 나아가고 싶다."
- 워낙 좋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이 있나.
"영우의 일관성을 지켜내는 것에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시청자들은 생각보다 쉽게 익숙해지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엔 많은 대사를 외우는 것도 신기하다고 했는데 점점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주시는 것 같다.(웃음) 당연한 건 없었고 대사 외우는 것이 어려웠고 영우를 끝까지 맞춰내는 것도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에피소드도 많았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3, 4부에 대해서는 이미 얘기를 해서 다른 부분을 말하자면 아쿠아리움에 갇힌 고래가 바다로 돌아간다는 얘기를 듣고 기뻤다. 그런 영향력까지 생각하고 작품에 임한 것은 아니지만, 좋은 영향력이 있을거라는 것은 작품에 참여를 한 배우로서도 보람찬 일이다. 고래 에피소드들이 기억에 남는다."
- 고래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애정도는?
"제가 고래에 대해서 접할 기회가 없었다. 처음 8회 대본까지 다 받았는데 후에 고래 에피소드가 추가됐다. 법조문을 외우는 것도 많은데 고래 얘기가 추가되어 '이게 뭐지?' 했다. 고래는 비주얼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서 영우의 특성이 많아지고 좀 더 동화같은 것을 구현할 수 있었다. 실제 고래를 좋아한다고 물으신다면 드라마를 끝낸 입장에서는 좋아졌다고 말하겠지만 촬영 할 때는 새로운 고래가 나올 때마다 압도됨을 느꼈다. 무사히 잘 끝냈기 때문에 좋아한다."
- '우영우'에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연모'와는 또 다른 로맨스 연기를 보여줬는데 어떤 특별함이 있었나.
"항상 캐릭터를 맡을 때도 그렇고 결이 비슷한 작품일지라도 서사가 다르기 때문에 다 다름을 추구하고 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연모', '우영우' 모두 로맨스의 결은 다 달랐다고 생각한다. '브람스'는 클래시컬한 템포를 맞췄다고 하면 '연모'는 서사가 깊은 애틋한 로맨스였다. '우영우'는 감미료 같았다. 영우에게 있어서 사랑이 정면돌파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영우의 성장에 사랑도 포함이 됐다. 큰 줄기는 나로만 이뤄진 세상에서 나와 너로 이뤄진 세상을 이해하고 서로를 포용하게 되는 이야기라고 느꼈기 때문에 영우의 로맨스는 감미료 같은 느낌이었다고 생각한다."
- 27년차 배우로서 극에서 만난 후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특히 상대역으로 만난 강태오는 어떤 배우였나.
"각자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배우들이 모였다. 그 점이 남다른 팀워크에 도움이 많이 됐다. 강태오는 수용적인 태도를 가진 친구다. 수용성이라는 느낌이 든달까. 의견을 잘 청하는 편이고 감독님의 디렉팅이나 파트너로서 느끼는 부분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편이라 함께 좋은 장면을 만들어낸 것 같다."
- 울림을 받았던 대사는?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있고 아름답다'라는 대사가 이 작품 통틀어서 영우로서 하고 싶은 말인 것 같다. 자폐인을 넘어서 이 세상에 섞여 사는 외뿔고래가 있다. 무리들끼리면 외롭지 않은데 외뿔고래라고 느끼면서 다름을 인정하고 살아간다는 것이 큰 울림을 주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나아가서 이 모든 감정을 뿌듯함이라고 자각하는 모습이 감동이었다. 떠오르는 감정이 무슨 감정인지 모르는 영우가 비로소 깨달은 것이 '뿌듯함'이라는 것이 '우영우' 자체이기도 했지만, 영우의 친구이자 부모님의 마음이라고 생각했던 박은빈으로서는 뿌듯한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조이人]③에서 계속.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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