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18세 이하(U-18) 유스팀인 매탄고등학교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고종수(33)는 현역 시절을 되돌아보면 아름다운 추억보다 부상으로 신음했던 아픔들이 더 많이 생각난다.
고종수의 양쪽 무릎은 만신창이에 가깝다. 왼쪽 무릎은 연골 수술을 두 차례나 받았다. 오른쪽 무릎은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해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에서 낙마하는 원인이 됐다.
잦은 부상에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지만 고종수는 젊은 시절 체계적인 몸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꼽았다. 때문에 기본기가 갖춰진 매탄고 제자들에게는 효율적인 몸관리를 늘 강조하고 있다.
지난 3일 수원 삼성-시드니FC(호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5차전을 앞두고 만난 고종수 코치는 "요즘 아이들은 알아서 몸 관리를 잘한다. 단일대회가 아닌 리그제로 하니까 확실히 우리 때와는 다른 것 같다"라고 웃었다.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고종수는 종종 현역 시절을 떠올리고는 한다. 천부적인 재능으로 대표팀을 쉼없이 오갔던 시절을 떠올리며 "여기서 뛰고 오면 또 저기서 뛰라고 한다. 선수는 지도자들이 뛰라고 하면 뛰어야 했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즉 성인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소속팀 등을 오가며 많은 경기를 했던 기억을 떠올린 것. 고종수는 지난 1997년 A대표팀에 선발됐지만 2000년 시드니올림픽 대표팀에도 뽑혀 양 쪽 대표팀과 소속팀 수원을 오가며 휴식 없는 삶을 살았다.
결과적으로는 혹사가 돼 2001년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을 불렀다. 당시 고종수를 지켜봤던 김호 감독은 "안쓰러웠다. 소속팀에서 휴식을 주려고 해도 그가 나오기를 바라는 팬들을 생각하면 감독인 나도 (출전 여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고종수 코치가 혹사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 것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조광래호(A대표팀)와 홍명보호(올림픽대표팀) 간의 선수 차출 갈등 때문이다. 조광래호에 승선하는 대표선수들의 연령대가 어려지면서 홍명보호와 겹치는 상황이 발생해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지동원(전남 드래곤즈) 등 핵심 자원들은 각급 대표팀에서 주전으로 대부분을 소화했고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소속팀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고 코치는 "20대 초반에는 의욕적이다. 모든 경기에 나서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나중에 후유증이 온다. 선수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도자가 조절해줘야 한다. 선수도 때로는 영리해야 한다"라며 서로가 조금씩 욕심을 버리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매탄고에서 청소년대표팀에 선발된 자원의 경우 팀 복귀 시 최대한 출전을 줄여주면서 체력 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고 있다. 아직은 어린, 20대로 가는 성장 길목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특히 20대 초반에는 갖춰진 기본기가 서서히 꽃을 피우는 시기다. 출전 시간을 늘려가면서 체력을 조절해야 20대 중반에 절정의 기량이 만개하는 만큼 확실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아픔을 직접 겪어본 고 코치의 경험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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