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이유는 가빈 슈미트(캐나다)의 복귀설 때문이다. 삼성화재에서 세 시즌을 보내는 동안 팀을 3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고 V리그 최고 외국인선수로 자리잡았던 가빈은 2011-12시즌이 끝난 뒤 삼성화재의 재계약 요청을 뿌리치고 유럽무대 도전장을 낸 뒤 러시아리그로 건너갔다.
가빈은 이스크라 오틴드소브 유니폼을 입고 러시아리그 개막전에 나서 41점을 올리며 리그 한 경기 개인 최다득점 기록을 작성했다. 그런데 러시아리그 연착륙에 성공한 가빈은 최근 신 감독에게 "삼성화재에서 다시 뛰고 싶다"고 연락을 했다.
이유는 소속팀의 임금체불 때문이다. 오틴드소브는 이미 브라질 출신 세터 하파엘이 급여 문제로 팀을 떠났다. 신 감독은 "그렇다고 해서 지금 잘 뛰고 있는 레오(쿠바)를 내보낼 수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레오는 삼성화재 입단 당시 갖고 있는 기량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가빈과 견줘 파워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막상 2012-13시즌이 시작되자 레오는 펄펄 날았다. 지난해 11월 3일 열린 KEPCO와 개막전에서 51점을 올리는 등 단번에 팀의 주공격수 노릇을 해내며 가빈이 떠난 자리를 잘 메우고 있다.
주로 라이트로 나서는 가빈과 견줘 레오는 포지션상 이점이 있다. 서브 리시브가 가능한 레프트이기 때문에 라이트로 뛰고 있는 박철우를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한편 레오는 가빈의 복귀설과 관련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설령 가빈이 다시 삼성화재로 온다고 해도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현재 삼성화재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가빈이 아니고 나"라고 당당하게 얘기했다.
레오는 3라운드 후반부터 4라운드 첫 경기인 대한항공전에서 공격성공률이 50% 이하로 떨어졌다. 시즌 초반과 견줘 경기를 치를수록 체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레오는 지난 20일 현대캐피탈과 경기에서 다시 정상 컨디션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그는 이날 서브에이스 5개를 포함해 45점을 올리면서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고 공격성공률은 65%를 기록했다.
팀에서 주장을 맡고 있는 고희진은 "레오를 가빈과 직접 비교를 하긴 어렵다"며 "두 선수가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힘에서는 분명 가빈이 앞서있다. 그러나 레오는 전에도 말했지만 배구 센스가 뛰어나다"고 했다. 고희진은 "웨이트 트레이닝도 본인이 먼저 나서서 빼먹지 않고 매일 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 팀에 왔을 때보다 근육도 많이 늘어났다. 가빈이 그랬던 것처럼 레오는 팀의 보배"라고 칭찬했다.
신 감독은 "가빈이 올 시즌 안에 삼성화재 유니폼을 다시 입을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레오가 부상을 당하는 등 뚜렷한 교체사유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고려를 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가빈이 만약 V리그 유턴을 결정한다면 2013-14시즌까지는 원소속구인 삼성화재에서만 뛸 수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상 외국인선수의 경우 두 시즌이 지나야 다른 구단에서도 자유로운 영입이 가능하다. 신 감독과 삼성화재 입장에선 가빈이라는 든든한 보험이 마련된 셈이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