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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② "돈값 해야한다"는 송중기, '로기완' 스케줄까지 바꿨던 이유


(인터뷰)배우 송중기,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 탈북자 로기완 役 강렬 변신
"한 가정의 가장, 진지하게 임해…잘하고 싶은 마음·흥행도 바란다"
"'로기완'은 죄책감에 대한 영화, '행복할 자격 있나' 대사 넣은 이유"
"용납 안 되면 며칠씩 고민, 출연료 받았으면 열심히 돈값 해야한다"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출연료 받았으면 돈값 해야죠." 송중기는 '로기완' 인터뷰에서 이 말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요즘 고액의 출연료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송중기의 이 말은 드라마, 영화계에 뼈를 때리는 부분이 있다. 용납이 안 되면 며칠씩 고민을 하고, 쉽게 타협하지 않았다는 송중기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작품에 임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1일 공개된 '로기완'(감독 김희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송중기 분)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최성은 분)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배우 송중기가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감독 김희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원작으로 각색된 작품으로, 단편 영화 '수학여행'으로 전주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아시아나 국제단편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김희진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처음엔 작가로 참여했던 김희진 감독이 연출까지 맡아 '로기완'을 이끌었다.

송중기는 살기 위해 베를린으로 간 탈북자 로기완 역을, 최성은은 벨기에 국적을 가진 한국인 사격선수 출신의 마리 역을 맡아 열연했다. 또 와엘 세르숩, 조한철, 김성령, 이일화, 이상희, 서현우 등이 연기 호흡을 맞췄다.

김희진 감독은 '로기완'에 자신의 이름도, 국적도 증명할 수 없는 이방인이 낯선 유럽 땅에서 겪게 되는 고난과 아픔, 냉혹한 현실에서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담아냈다. 결국 사람을 사람답게 살아가게 하는 건 '사랑', 그리고 '사람'이라는 보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며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로기완'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 3위, 대한민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일본, 필리핀, 모로코, 카타르 등 12개 국가 TOP 10에 이름을 올렸다. 다음은 송중기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로기완의 처절한 삶을 연기해야 했는데 힘들었던 장면은 무엇이었나?

"정서가 힘들었던 것이지 촬영이 힘들지는 않았다. 더 힘든 건 전작에서 많이 했다. 워낙 정서가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 보니 육체적인 건 견딜 만했다."

배우 송중기가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감독 김희진)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

"조한철 선배님과 대화하는 장면이 배우 이전에 개인적으로 좋았다. 형과 연달아서 같이 한 세 번째 작품이고 개인적으로 돈독하다. 형이 그간 코믹 캐릭터를 많이 했다 보니 대중적 이미지는 코믹함이 있는데, 저는 형의 실제 모습을 알아서 그런지 이번에 정말 각오하고 기존에 하던 코미디를 다 빼고 연기하는 걸 보니 되게 뭉클했다. 최성은 배우와는 정말 멍멍이고생을 많이 했다. 기억에 남는 건 '정말 타협을 안 하는구나, 끝까지 파고드는 친구'라는 생각을 했다. 내려놓지 않고 끝까지 자기를 몰고 가는 것을 보고 후배지만 되게 많이 배웠다. 열정은 그 친구를 못 따라간다. 또 하나는 아름다운 부다페스트를 갔는데 사진 한 장 못 남겼다. 그것이 아쉽다."

- 바닥에 피를 닦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 장면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나?

"그게 이 영화의 첫 촬영이었다. 저는 이 영화가 죄책감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게 해결이 안 되어 7년 전에 고사를 했었다. 나 때문에 엄마가 그렇게 되었고 거기서 못 벗어났는데 어떻게 사랑 타령을 하냐 했다. 그래서 죄책감 때문에 숨 막히는 사람을 표현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걸 감독님과 상의하다가 어머니의 피가 하수구로 빠져나갈 때 피라도 못 가게 하려고 그렇게 표현이 됐다. 죄책감에서 못 벗어나 진저리치는 사람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만큼 죄책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후반부 마리에게 나 때문에 엄마가 죽었는데도 불구하고 행복할 자격이 있냐는 말을 한다. 이 대사를 넣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감독님께 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모든 걸 드러낼 수 있고, 또 사랑하는 사람에게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거다. 그래서 그 대사를 넣어보면 좋겠다 싶었고, 감독님이 그런 대사를 써주셨다. 감독님이 대사를 참 예쁘게 잘 쓰는 분이다."

배우 송중기가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마포동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감독 김희진) 제작보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 원작을 읽어봤나?

"저는 전혀 참고 안 하는 스타일이고, 원작은 신경을 잘 안 쓴다. '로기완을 만났다'는 7년 전에 봤었는데, 다시 한다고 했을 때는 안 봤다. '재벌집 막내아들'도 원작은 안 봤다.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원작 작가님이 작품에 참여하면 달라지겠지만, 새로운 제작진이면 선택과 집중을 한다. 물론 감독님과 작가님이 보라고 하면 보는 편이긴 하다. 말은 또 잘 듣는다. 하지만 '재벌집 막내아들' 때 제작진이 안 봐도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이야기가 달라졌을 때는 여기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북한말을 구사해야 했는데 준비 과정이 어려웠을 것 같다.

"쉽지는 않았다. 새로 도전을 하는 건데 어색하다고 욕먹을 수도 있지만 그게 무서우면 아무것도 못 하니까 고고씽하자고 했다. 북한말 선생님과 꽤 작업을 많이 했다. 북한말에 대한 버전이 너무 많아서 계속 바뀌었다. '화란' 찍고 나서 '촬영 갑시다' 약속을 했고, '재벌집' 촬영 중간에 다시 만나 오케이를 했다. '재벌집' 촬영 종료 후 미팅을 갔더니 북한말이 또 달라졌더라. 실제 북한에 계셨던 선생님이셨는데, 북한 관련된 작품을 꽤 많이 하셨다. 북한도 지방마다 느끼는 정서가 심하게 다르다고 하시더라. 영화에서 사용한 자강도라는 지방의 사람 언어가 로기완과 정서가 잘 맞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래서 감독님과 상의해서 정했다. 실제 북한에서 쓰는 말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분들은 한국 분이고, '무슨 말이야?' 할 정도로 생소한 단어가 많아서 그걸 걸러내는 작업을 많이 했다. 그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출연료 받았으면 열심히, 돈값을 해야 한다."

- 출연료를 받았으면 돈값을 해야 한다는 걸 계속 언급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부모님의 가정교육 때문 아닐까. 이래서 가정교육이 중요하다.(웃음) 주인공은 물론이고, 주인공이 아니었을 때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저런 선배가 되어야지 했다. 제 성격인 것 같다. 웃자고 한 얘기도 있지만, 진지하게 들어가면 책임감이다. 주인공으로서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다."

배우 송중기가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감독 김희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 내가 받은 출연료만큼 잘하고 있다고 생각이 드나?

"잘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있다. 작품을 하다 보면 홍보팀부터 조명팀, 의상팀 등 각 팀이 있고 밥차 사장님도 있다. 각자마다 가정이 있고 저도 가장이다. 열심히 사는 가장이라 이 직장에서 주연을 맡았을 때 '잘해야지' 생각한다. 각자 다 인생이 걸려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진지하게 안 할 수가 없다. 당연하다는 생각이고, 개인적인 욕망으로 흥행도 항상 바란다."

- '화란'은 노개런티로 화제가 됐다.

"왜 그렇게 화제가 됐는지 모르겠다. 화제가 그만 됐음 좋겠다.(웃음)"

- 김희진 감독이 송중기 배우에 대해 '기대 이상으로 진지하다. 납득이 안 되면 며칠씩 고민을 하기도 했다'라고 했다. 그 고민했던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감독님이 진짜 순하고 착한 분이다. 인내심도 있다. 그래서 제가 미우셨을 거다. 진짜 용납이 안 되어 촬영 스케줄을 바꾸자고 한 때도 있다. 많이 힘드셨을 거다. 대사가 용납이 안 되면 며칠 걸렸던 것도 있다. 시청자들을 공감케 하려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떤 신이라고 정확하게 말하기 좀 그런 것이 편집되어 그 장면은 없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성은 씨도 그런 것이 있을 거다. 서로 그렇게 작업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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