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과 함께 성원을 보내준 국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윤여정은 26일(한국시각) 미국 LA 시내의 유니온 스테이션에서 진행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102년 한국 영화 역사상 오스카에서 한국 배우가 연기상을 받는 것은 최초이며, 영어 대사가 아닌 연기로 오스카 연기상을 받는 여섯 번째 배우가 됐다. 또한 아시아 배우로는 1957년 영화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64년 만에 두 번째 수상자라는 대기록을 이뤘다.
'미나리'는 재미교포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실화를 담은 영화로, 미국 아칸소로 이민 온 한국 가족이 겪는 인생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윤여정은 이 영화에서 제이콥(스티븐 연)과 모니카(한예리), 앤(노엘 케이트 조), 데이빗(앨런 김) 가족과 함께 살게 된 데이빗의 외할머니 순자 역을 맡았다. 윤여정만이 표현할 수 있는 순자 그대로를 연기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후 윤여정은 미국 LA 총영사관 관저에서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 기자회견에 한예리와 함께 참석해 "'미나리'를 같이 한 친구들은 제가 받을거라 했지만, 인생을 오래 살아서 그런 걸 바라지 않았는데 제 이름이 불려지더라"라며 "영어도 못하지만 그 보다는 잘 할 수 있다. 엉망진창이었다. 창피하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도 다 똑같더라. 브래드 피트 본 거 어떠냐고 묻더라"라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 브래드 피트를 만나니 어떠한가.
"그 사람은 영화에서 많이 봤는데, 우리 영화 제작자다. 미국 사람들 다 근사하게 말한다. 다른 영화 만들 때 '돈 좀 더 써달라'고 했더니 잘 빠져 나가더라. 크게 쓰겠다가 아니라 '조금 더 쓰겠다'고 하더라."
- 배우 윤여정만의 연기 철학은 무엇인가.
"제 열등 의식에서 시작됐다. 연극영화과 출신도 아니고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했기 때문에 제 약점을 아니까 열심히 대사를 외워서 피해를 주지 말자가 시작이었다. 나중에는 절실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먹고 살려고 했기 때문에 대본이 저에겐 성경 같았다. 많이 노력했다. 연습을 무시할 수 없다."
-솔직한 언변이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비결은?
"제가 오래 살았다. 좋은 친구들과 수다를 잘 떤다. 수다에서 입담이 나온 거 같다."
- 배우 윤여정에게 지금이 최고의 순간인가?
"최고의 순간은 없다. 제가 최고라는 말이 참 싫다. '최중'이 되면 안 되는거냐. 최고의 순간인지 모르겠고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다. 동양 사람들에게 아카데미의 벽이 너무 높지 않나. 최고가 아니라 최중이 되어 동등하게 살면 안 되는건가."
- '미나리'는 대본을 다 안 읽고 선택했다고 하셨는데 동기가 있었나.
"나이 60 넘어서 작품 선택 기준이 바뀌었다. 그 전에는 성과가 좋겠다는 나름의 계산을 했다. 그런데 환갑 넘어서는 저와 약속한 게 있다. 사람이 좋고, 프로듀서를 믿으면 하리라 했다. 그 때부터는 사치스럽게 살기로 했다. 내 인생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 사치라고 생각한다. 대본을 읽은 세월이 오래 되어서 이제는 진짜 이야기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미나리'는 굉장히 순수하고 진짜 이야기였다. 그것이 늙은 나를 건드렸다. 대본 전해주는 프로듀서를 믿었고, 내가 늙은 여우라 감독을 만나서 싫으면 안 하겠다고 했는데 감독이 '요즘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나' 할 정도로 진실되더라. 그래서 하게 됐다."
- 50년 넘게 연기를 해왔는데, 이번 작품이 주목 받는 이유는?
"제가 잘 한 건 아니고 대본을 잘 쓴거다. 인터뷰를 하다가 알았다. 부모가 희생하는 건 국제적으로 똑같다. 그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거다. 할머니는 손자를 무조건 사랑한다. 그 소재는 보편적이다. 진심으로 썼다. 이런 질문은 평론가에게 해달라. 배우는 자기 역할을 받으면 그걸 어떻게 내가 하는가를 열심히 연구한다.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는 모른다. 그런 거 알면 사업했다."
- 오늘 이후 윤여정의 계획은?
"앞으로 계획 없다. 저 살던대로 할 생각이다. 아카데미 상을 받았다고 해서 윤여정이 김여정이 되는 건 아니다. 저는 옛날부터 결심한 게 있다. 늙어서 대사 외우는 거 힘든데, 남에게 민폐 끼치는 건 싫어서 민폐되지 않을 때까지 이 일을 하다가 죽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 고 김기영 감독과 정이삭 감독은 어떤 의미의 감독인가.
"영화는 감독이 중요하다. 이걸 나이 60 넘어서 알았다. 감독이 하는 역할이 정말 많다. 다 아울러야 하는데 그걸 할 수 있는 건 대단한 능력이다. 김기영 감독님을 21살에 만났는데, 그 분 돌아가시고 나서 감사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 전에는 이상하고 힘든 감독이라 싫었다. 그래서 늘 죄송하고 후회가 된다. 늙었다고 다 아는 게 아니다. 정이삭 감독은 내가 늙어서 만났다. 감독이 내 아들보다도 어리다. 그런데 차분하게 현장을 잘 이끌고 존중한다. 내가 흉을 안 본 감독은 정이삭이 처음이다. 굉장히 세련된 사람이라 희망을 봤고, 그걸 보는 것이 좋았다. 43살인데 제가 존경한다고 했다. 김기영 감독에게 못한 감사를 정이삭에게 하게 됐다."
- 브래드 피트와는 또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유명한 배우니까 한국에 한번 오라고 했다. 나만이 아니라 팬들이 정말 많다고 하니까 꼭 올거라고 약속했다."
- 해외 러브콜이 들어온다면?
"영어를 못해서 해외에서 들어올 일이 없다."
- '미나리'는 좋은 댓글이 많이 달렸다. 그만큼 국민들이 성원을 많이 해줬다.
"상을 받아 보답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영화를 하면서 계획한 것도 없고 한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 사람들이 너무 응원을 해주니까 힘들어서 실핏줄이 터졌다. 그런 성원을 받았는데 '못 받으면 어쩌나'가 됐다. 상을 받을 생각도 없고 후보도 영광이었다. 그런데 너무 힘들어서 운동 선수들의 심정을 알겠더라. 2002년 월드컵 때 얼마나 정신 없을까. 김연아는 얼마나 힘들까. 운동선수가 된 기분이었다. 처음 받는 스트레스다. 즐겁지 않았다. 우리는 즐거우려고 했다. 오늘도 우리는 구경만 했다."
"한국에서 외국 인터뷰만 한다고 삐치셨다고 하던데 저 그런 사람 아니다. 한국말로 인터뷰하는 거 좋아하지 영어를 하는 걸 좋아하겠나. 캠페인이었다. 송강호는 다 돌다가 코피가 났다고 하던데 저는 줌으로 인터뷰를 했다. 외국 프레스와의 인터뷰는 할리우드를 오겠다고 한 게 아니라 캠페인의 일환이다. 이 나이에 어디가서 살겠나. 한국에서 살아야지. 오해는 풀어달라."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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