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FC서울-수원 삼성의 슈퍼매치를 잇는 명품 라이벌전이 서서히 굳어지고 있다.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인(京仁)더비'다.
서울은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22라운드 인천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터진 데얀의 결승골로 3-2로 이겼다. 지난해 7월, 올해 3월 경기에 이어 3경기 연속 3-2 '펠레스코어'가 나왔다.
양팀의 경기에도 서서히 스토리가 녹고 있다. 라이벌이 형성 되려면 기본적으로 경기력이 좋아야 하고 내·외적 화젯거리도 있어야 한다. 서울과 수원의 중심에 '서정원 감독'이 있고 팬들이 서로를 라이벌이라 여기지 않는 아이러니가 담기면서 라이벌로 굳어졌다.
서울과 인천은 어떨까, 2010년 남아공월드컵 종료 뒤 인천 지휘봉을 잡은 허정무 전 감독이 슈퍼매치에 대한 부러움을 표시하면서 "서울과 라이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선언한 뒤 두 팀은 만나면 팽팽하게 싸웠다.
물론 당시만 해도 인천이 상위권 성적을 기록 중인 서울을 넘어보려 도전하는 형식이 강했다. 수비 중심의 짠물 축구를 하다 보니 2011년에는 두 번의 겨루기에서 모두 1-1로 비기는 결과를 냈다. 파울은 많지만 경기 자체는 매력적이지 않았다. 서울은 그저 인천의 수비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는 2012년 상반기까지도 그랬다.
하지만, 성적 부진으로 허정무 감독이 사퇴한 뒤 감독 대행이 된 김봉길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팀 재건이라는 중책 때문에 선수들이 열심히 뛰기도 했지만 공격적인 전술을 가동한 김 감독의 성향도 경기의 재미를 끌어올리는데 한 몫 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7월 인천의 3-2 승리는 김 감독의 '대행' 꼬리표를 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강팀으로 분류되는 서울을 희생양으로 반전을 이뤄냈고 이후 인천의 성적은 상승곡선을 탔다.
올해도 마찬가지, 지난 3월 서울 원정에서 승리하며 인천은 상승세를 탔다. 반면, 서울은 인천천 패배를 기점으로 6경기 무승(3무3패) 나락에 빠졌다. 포항 스틸러스와의 개막전 무승부까지 포함하면 7경기 무승이다. 인천이 서울을 깊은 수렁에 빠트린 것이다.
반대로 10일 서울의 승리는 인천에게 '강팀의 조건'을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 인천은 최근 '심판 판정' 논란 속 어수선한 분위기에 빠지면서 5경기에서 1승2무2패를 기록 중이다. 인천은 11일 수원 삼성의 경기 결과에 따라 6위로 미끄러질 수 있다. 반면, 서울은 6연승으로 한때 12위까지 떨어졌던 순위를 4위까지 끌어올렸다. 인천이 재물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최용수 감독이나 김봉길 감독 모두 새로운 라이벌 탄생에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연세대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경기 전부터 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최 감독이 지난 7일 FA컵 8강전에서 내세우지 않았던 수비수 김주영, 공격수 몰리나를 선발로 내세우자 김 감독이 "우리한테 왜 그러는거냐"라며 웃은 뒤 "경기 끝나고 최 감독에게 꼭 물어보고 싶다"라고 다짐한 것이 그렇다. 은근히 서로를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팬심도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과거 양팀은 자주 장외에서 기싸움을 벌여 경비 용역원들이 혼을 뺀 바 있다. 인천 팬들이 여전히 연고이전을 한 서울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희석되고 있고 서울 또는 수원에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승리욕으로 표출되고 있다.
다만, 팬의 규모에서는 인천이 더 따라 잡아야 한다. 서포터에서도 원정 응원을 왔던 서울이 훨씬 많았다. 2003년 창단 시절 상당수를 자랑했던 팬들을 다시 경기장으로 끌어오는 것이 과제로 남게 됐다.
경기 뒤 최 감독은 "3경기 연속 5골이 나왔는데 (슈퍼매치에 이어) 또 다른 좋은 (라이벌) 매치가 될 것 같다. 더 많은 팬이 와서 봤으면 좋겠다"라며 팬 끌어모으기가 필요함을 강조했다.김 감독도 "서울과의 라이벌은 기분 좋은 일이다. 공격력은 자신 있었다"라며 라이벌전으로 손색없음을 자랑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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