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김해란(한국도로공사)은 이선구 감독(GS 칼텍스)이 이끌고 있는 한국여자배구대표팀에서 수비의 보루다. 서브 리시브까지 책임지고 있는 수비 전문 '리베로'가 주포지션이다.
김해란은 당초 자신이 대표팀의 주전 리베로로 뛰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할 최종 엔트리 12명이 발표됐을 때 남지연(IBK 기업은행)의 이름도 함께 포함됐기 때문이다.
한 살 터울인 두 선수는 국내 V리그를 대표하는 리베로다. 김해란은 선배 남지연이 당연히 대표팀에서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자신이 세컨드 리베로 또는 보조 레프트 역할을 맡을 거라고 봤다.
그러나 이선구 감독은 김해란에게 리베로를 맡겼다. 남지연이 대신 보조 레프트로 뛰게 됐다. 김해란은 "예상을 못했지만 내겐 큰 영광"이라며 웃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아시아경기대회에 임하는 김해란의 집중력은 남다르다. 김해란은 지난 9월 30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수비를 했다. 상대의 끈질긴 연타 공격과 스파이크를 디그로 연신 받아냈다.
한국은 이날 주포 김연경(페네르바체)을 비롯해 박정아, 김희진(이상 IBK 기업은행)이 공격에서 제 몫을 해냈다. 높이에서도 일본을 앞섰다. 한송이(GS 칼텍스)가 세 차례 상대 공격을 가로막는 등 블로킹 숫자에서도 8-3으로 우위를 보이며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그리고 일본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 끈질긴 수비를 이날 한국도 보여줬다. 그 중심에 김해란이 있었다. 이 감독도 준결승전이 끝난 뒤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선수들이 코트에서 끈질긴 수비를 해줘 경기를 쉽게 풀어나가는데 도움이 됐다"며 "수비가 바탕이 돼 반격을 한다면 결승에서도 좋은 경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얘기했다.
김해란은 "결승 상대가 중국이 됐는데 대회 전부터 다들 그렇게 될 거라고 예상을 했다"며 "이제 한 경기만 남았다.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한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몸상태는 매우 좋다. 중국전에는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뛰겠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은 김해란에게도 의미가 있다. 그는 지난 2010 광저우대회는 뛰지 못했다. 대표팀 엔트리에서 빠져 동료들의 경기를 TV 중계로만 봤다. 그래서 출전 기회를 잡은 이번 대회가 더 절실하다.
후배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고 백업 역할을 맡은 선배 남지연을 위해서라도 더 분발해야 한다. 김해란은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같은 자리에서 뛰고 있는 (남)지연 언니를 생각하면 꼭 금메달을 따내야 한다는 마음이 든다"며 "지연 언니가 뒤를 받쳐주기 때문에 더 든든하다. 목표를 꼭 이루고 소속팀으로 돌아가 V리그를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과 중국의 결승전은 오는 2일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열린다.
조이뉴스24 안산=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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