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2015-16시즌 V리그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 시즌 개막일은 예년과 견줘 이르다. 2016 리우올림픽 세계예선전 일정 때문에 V리그 개막일과 종료일이 앞당겨졌다.
그런데 시즌 개막을 앞두고 지난 시즌 디펜딩챔피언인 OK저축은행과 삼성화재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두 팀 모두 공교롭게도 현재 외국인선수 없이 국내선수들로만 시즌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은 우승의 주역 중 한 명인 시몬이 개점 휴업 중이다. 삼성화재 역시 속을 태우고 있다. 지난 3시즌 동안 챔피언결정전 우승 2회와 준우승 1회라는 성적을 거두는데 주포로 결정적인 힘이 된 레오(이상 쿠바)가 아직 팀에 합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몬은 오프시즌 받은 무릎 수술로 현재 재활 중에 있다. 시몬을 대체할 자원을 여름 내내 찾았지만 눈에 쏙 들어오는 선수가 없었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지난 7월 2015 청주·KOVO컵 프로배구 컵대회가 끝나자마자 팬암대회가 열린 캐나나로 직접 건너가기까지 했으나 빈손으로 왔다.
그동안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출신 선수를 불러 테스트를 했지만 기대에 한참 모자랐다. 김 감독은 "시몬에게 눈높이가 맞춰진 부분도 분명히 있긴 하지만 (대체선수)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OK저축은행은 최근 시몬과 같은 쿠바 출신인 알레한드로 리조 곤잘레스 영입을 검토하고 있다. 에이전트를 통해 쿠바 선수 몇 명을 더 살펴볼 계획도 있지만 정규리그 개막이 코앞이라 기존선수들과 호흡 문제가 걱정이다.
레오는 입국 시기가 뒤로 밀리고 있다. 미국 시민권 취득 관련 문제를 포함해 개인적인 송사 등이 겹쳐있다. 지난 3시즌 동안 같은 유니폼을 입고 손발을 맞췄던 동료들이 건재하지만 임도헌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구단 관계자들은 느긋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V리그에서 오래 뛰었다고 해도 오프시즌 준비가 철저하지 못하다면 정규시즌에서 빈틈이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끈끈한 조직력과 팀색깔을 자랑하고 있는 삼성화재라 이런 부분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팀 공격을 주도하는 선수라고 하지만 배구는 개인이 아닌 단체운동이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데 어느 한 곳에서 엇나간다면 팀 전력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두 팀이 관심을 가질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독일남자배구대표팀 주전 공격수인 게오르기 그로저가 이적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전해졌다. 그가 소속된 러시아리그 클럽인 벨로로드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소식이다. 그로저를 포함해 주요 선수들을 내보내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의미다.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겐나디 쉬풀린(러시아) 감독은 이미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로저는 헝가리 출신이지만 배구선수와 코치로 활동한 아버지를 따라 어릴 적 독일로 건너갔다. 문성민(현대캐피탈)과도 2008-09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프리드리히스하펜에서 한솥밥을 먹은 인연이 있어 국내 배구팬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2009-10시즌부터 V리그 구단들이 꾸준한 관심을 보인 선수 중 하나다.
문제는 높은 연봉과 나이(1984년생)다. 그로저가 이적시장에 획실히 나온 게 맞다면 다른 외국 팀들과 영입 경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V리그 남자부도 외국인선수 선발 방법이 2016-17시즌부터 바뀌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이 경우 현행 자유계약제도 아래 뛰었던 외국인선수들은 올 시즌이 V리그에서 뛰는 마지막 무대가 된다. 이런 사정 때문에 삼성화재와 OK저축은행 모두 고민을 하고 있다.
한편 그로저는 프리드히스하펜 시절 문성민과 번갈아 가며 두 자리를 소화했다. 당시 팀을 이끌고 있던 스탈리안 모쿨레스쿠 감독(루마니아)은 시즌 초반 그로저와 문성민을 각각 레프트와 라이트로 기용했다가 중반 이후 두 선수의 자리를 맞바꿨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프리드리히스하펜은 2008-09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포칼(컵대회)까지 석권해 '트레블'을 달성했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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