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김도훈은 히트 작곡가이면서 프로듀서고, 또 제작자다.
히트곡이 즐비하다. 휘성의 '위드미'와 '불치병' SG워너비의 '죄와벌' 케이윌의 '가슴이 뛴다' 소유X정기오의 '썸', 마마무의 '너나해' 등 저작권협회에 등록된 노래가 550여곡에 이른다. 20년 넘게 '꾸준히' 히트곡을 탄생시키고 있는 김도훈 작곡가지만, 요즘 10대, 20대에겐 '마마무 제작자'로 더 유명하다. "평생 제작은 안하겠다"고 마음 먹었던 김도훈 작곡가였지만, 제작자로서의 '모험'은 성공적이다.
히트메이커가 꼭 히트 그룹을 탄생 시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많다. RBW 공동대표 김도훈은 걸그룹 마마무를 제작해 성공시켰다. 탁월한 프로듀싱 능력과 멤버들을 보는 '선구안', 그만의 20년 노하우가 집약된 결과다. 2018년엔 새로운 보이그룹 데뷔도 앞두고 있다.
"이제 작곡가보다 대표님으로 많이 불린다"며 웃는 김도훈 대표를 장안동에 위치한 RBW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났다.
RBW는 음악비즈니스 전문경영인 김진우 대표와 국내 최정상급 작곡가 김도훈 대표 프로듀서가 공동 설립한 엔터테인먼트사다. RBW는 최근 한 프로그램에서 장안동의 '랜드마크'로 소개될 만큼, 3년 만에 탄탄한 회사로 성장해 K팝을 이끌어가는 대표 엔터테인먼트사가 됐다.
김도훈 대표는 제작자 변신이 '자의'보다는 '타의'에 가까웠다고 고백했다. 김 대표는 2010년 설립된 레인보우브릿지에이전시에서 가수 지망생들과 엔터테인먼트사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개하면서 제작의 영역에 발을 들였다.
"저는 작곡가 할 때 제작자를 안하겠다는 결심을 했었어요. 그 당시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했어요. 음악 만드는 것과 제작자는 아예 다른 길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알았어요. (제작은) 리스크가 있는 일이라, 안정적인 일을 좋아하는 제 성격상 안 맞았어요. 그런데 김진우 대표가 하라고 해서 했어요.(웃음) 하다보니 재미를 느끼게 됐죠. '내 방식대로 한 번 해보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김도훈 대표가 하나부터 열까지 공을 들여 첫 제작한 팀이 마마무였다. "성공한다는 확신은 없었지만, 확신이 들게끔 애를 썼다"고 했다. 김도훈 대표의 20년 노하우와 인맥이 총동원 됐다.
"내가 잘하는 것만 한다고 해서 잘되지 않는 다는 것을 작곡가 경험을 통해서 알았어요. (성공할 수 있는) 높은 확률을 찾기 시작했어요. 내가 노래로 성공시킨 가수가 어떤 가수였나. 노래를 잘하고, 무대를 잘하는 가수들이 성공했어요. 그런 친구들로 가야겠구나. 보이그룹보다 걸그룹이 초기 성공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고, 때마침 레인보우브릿지에 여자 아이돌을 할 친구들이 있었죠."
김도훈 대표와 RBW의 제작 방식은 여느 엔터테인먼트사와 조금 달랐다. 대중적인 팀을 만들되, 천편일률적인 색깔을 쫓지 않았다. 평가 시스템부터 멤버 발탁까지, 차별화를 꾀했다.
"제작자들 각각의 평가 시스템이 있어요. 노래를 똑같이 따라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저희는 평가를 조금 다르게 했어요. 예컨대 외국 남자 가수 노래를 던져주고서는 '너희들이 파트를 나누고 안무와 의상도 짜고 무대를 완벽하게 하라'는 식이죠. 창의력을 키워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어떤 콘셉트가 가장 잘 어울릴지 찾아내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어요. 그런 평가를 통해 다른 색깔을 낼 수 있으면서 표현을 잘하는, 확신이 드는 팀으로 만들었죠."
걸그룹 성공 공식도 새로 썼다. 귀엽고 러블리한 소녀 콘셉트가 아닌, 처음부터 실력파 이미지를 내세웠다. 탄탄한 라이브 실력은 기본이고, 무대 위에서 놀 줄 아는 걸그룹을 만들고 싶었던 바람으로 마마무가 탄생했다.
"실력을 중점적으로 봤어요. 그런데 마마무 데모를 받아봤을 때 가창력이 또 빅마마급은 아니잖아요. 무대에서 잘 놀 정도의 노래와 실력을 갖췄어요. 무대에서 잘할 거라고 생각했고, 또 잘했죠. 보컬그룹이라고 오해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무대를 잘 표현하는 아이들이죠."
"보통 앨범을 내고, 앨범 장수가 계속 늘어나면서 그 때서야 콘셉트를 잡는 팀들도 있는데 그 때는 늦을 수 있어요. 실력이 안 좋은 팀으로 이미지가 박힐 수도 있거든요. 음원 성적이 낮더라도, 음악을 잘한다는 이미지를 확실히 주고 싶었어요."
'히트메이커' 김도훈 대표의 '감'과 '고집'도 있었다. 김도훈 대표는 "마마무의 데뷔곡 'MR. 애매모호'를 아무에게도 안 들려줬다. '대중적이지 않잖아요' 같은, 남들의 평가를 듣기 싫었다. 내 생각이 맞을 것 같아 밀어붙였다"고 데뷔곡에 얽힌 일화도 들려줬다.
마마무를 대세 걸그룹 정점에 올려놓은 김도훈 대표는 또 하나의 숙제를 받아들었다. 이번엔 보이그룹이다. RBW는 올 하반기 그룹 원어스(ONEUS)와 밴드 원위(ONEWE)의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원어스와 원위 역시 여느 보이그룹들과는 다른 데뷔 스토리를 갖고 있다. 아이돌과 밴드, 두 팀은 음악적 스타일은 다르지만 오랜 기간 함께 연습하며 우정을 쌓아온 형제 그룹이다.
RBW의 첫 보이그룹 원어스(ONEUS)는 Mnet '프로듀스101 시즌2'에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건희, 여환웅과 JTBC '믹스나인'을 통해 주목받았던 서호(이건민), 레이븐(김영조)를 비롯해 이도, 시온이 소속된 6인조 보이그룹이다. 보이 밴드 원위(ONEWE)는 5인조 밴드로, KBS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더 유닛'에 MAS(마스)로 출연해 눈도장을 찍었다.
두 팀은 지난해 11월부터 데뷔 프로젝트 'RBW 연습생 Real Life 데뷔하겠습니다'를 통해 공연을 진행, 매회 전 석 매진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두터운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두 팀의 음악적 색깔은 다르지만, '팬과 함께 소통하는' 그룹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팬하고 같이 팀을 만들어가는 것이 요즘 트렌드이고, 또 그런 팀들이나 프로그램들이 잘 되잖아요. 원어스(RBW 보이즈)는 댄스팀이라는 구조상 팬들을 모으기가 더 쉬웠고, '프듀' 출신이 있어서 기본 팬덤이 있었어요. 반대로 원위(마스)는 공연을 할 수 있는 밴드팀의 레퍼토리가 있었어요. 두 팀에 더 좋은 영향을 주겠구나. 협력하면서 무대를 꾸며갈 수 있겠구나 싶었죠."
한 팀도 아닌, 두 팀을 비슷한 시기 데뷔 시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다. 김도훈 대표는 "쉽지 않겠지만 부딪혀 보려고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두 팀 모두 마마무와 같은 매력을 느꼈다. 무대 위에서 잘 놀고 기분 좋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감이 깃들었다.
RBW 공동대표이자 제작자에 앞서 '음악선배'이기도 한 김도훈 작곡가는 가수들이 순위보다는 즐기는 마음을 갖길 바란다고 진심 어린 조언도 전했다. 마마무에게도 매번 "1위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온 그다.
"우리나라는 순위를 중요시 하고, 저도 작곡가를 하면서 무의식 중에 그런 마인드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시상식에서 작곡가로 대상을 받고, 새벽에 작업실에서 곡 작업을 하는데 우울하더라고요. 너무 쉬지 않고 일만 했고 압박도 심했을 때죠. 덜 잘 됐지만 삶을 즐기는 친구들이 더 행복해 보였어요. 아이들에게도 1위를 강요해서 몰아세우는 것이 즐겁지 않게 느껴졌어요.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즐겁게 일했으면 좋겠어요. 가수들도 물리적으로 힘들 때는 투닥거릴 때도 있지만 깊숙한 표정들을 보면, 정말 즐기는 것 같아요."
RBW는 회사 규모와 가치가 커진 만큼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스템을 안정화 시키고, 가수마다 뚜렷한 목표가 있다. 물론 목표로 가는 그 과정을 즐거워야 한다는 철학과 함께. RBW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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