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프로듀스X101' 측이 문자 투표 조작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변경했다. 투표 결과 오류일 뿐 순위 조작은 없었다던 기존 입장에서 공신력 있는 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CJ ENM이 억울함을 완전히 풀거나, 혹은 데뷔조 엑스원의 존폐 자체가 결정될 수 밖에 없는 폭풍전야가 시작됐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19일 Mnet '프로듀스X101' 파이널 생방송이었다. 1위부터 20위까지 연습생들 득표차가 2만 9978표차로 동일하고, 7494, 7595 등 특정 숫자가 반복된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실제 1위 김요한(133만 4011표)과 2위 김우석(130만 4033표)의 표차, 3위 한승우(107만 9200표)와 4위 송형준(104만 9222표), 6위 손동표(82만 4389표)와 7위 이한결(79만 4411표), 7위 이한결과 8위 남도현(76만 4433표), 10위 강민희(74만 9444표)와 11위 이진혁(71만 9466표)까지 모두 2만 9978표차다.
하지만 CJ ENM은 순위 조작 논란이 불거지고 닷새동안 "공식입장은 없다"는 발언만을 되풀이했다. 억울할 부분이 없어서인지, 켕기는 부분이 있어서인지 그 여부는 알 수 없지만, CJ ENM 측은 문제가 커지기 전까지 논란을 쉬쉬하기 바빴다.
상황이 반전된 건 지난 24일, 바른미래당 최고의원 하태경이 해당 문제를 공론화하면서였다. 하태경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프듀X' 문자 조작 논란이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취업사기이자 채용비리라 강조하며 검찰 수사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해당 논란은 단숨에 대중에게까지 퍼져나갔고, 지상파 뉴스 채널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프듀X' 시청자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집단소송을 예고했다. 피땀흘려 꿈을 이룬 엑스원 멤버들은 CJ ENM의 눈 감고 귀 막은 모르쇠 대응으로 인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문제가 커지자 CJ ENM은 뒤늦게 입장문을 내놨다. CJ ENM은 "제작진이 순위를 재차 검증하는 과정에서 득표율을 소수점 둘째 자리로 반올림하였고, 이 반올림된 득표율로 환산된 득표수가 생방송 현장에 전달됐다"며 "X를 포함한 최종 순위는 이상이 없었으나 방송으로 발표된 개별 최종득표수를 집계 및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고 밝혔다. 단순 오류가 있었을 뿐 순위 조작은 없었다는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 입장을 하태경이 재반박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그는 "엠넷의 추가 해명도 오류 투성이다"며 "득표율을 정리해 보면 소수점 둘째자리가 0 아니면 5 뿐이다. 이상하지 않나. 반올림하면 나오는 숫자는 0과 9 사이에서 다양해야지 왜 0과 5만 나오는 것일까?"라며 "엠넷 주장대로 될 확률은 로또 연달아 두 번 당첨될 확률보다 훨씬 적다. 엠넷은 구차한 변명 자꾸하지 말고 원 투표 데이터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J ENM은 말 그대로 사면초가 상황에 놓였다. 모든 공식입장에 즉각 반박이 이어지고, 시청자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로부터 형사소송을 당할 위기에 직면했다. 시청자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들이 빌보드에 보내겠다던 엑스원은 데뷔도 전부터 아무 잘못 없이 대중의 질타를 받아야 했다.
결국 CJ ENM은 발등에 불 떨어진 격으로 뒤늦은 입장문을 내놨다. 이들은 "논란이 발생한 이후에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나, 사실관계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어 공신력 있는 수사 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며 "수사에 적극 협조해 사실 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질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순위 조작이 없었다던 기존 입장은 사라지고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는 입장이 더해졌다. 조작 논란에 대해 일면 수긍하는 것처럼 비춰져 대중의 공분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과연 CJ ENM은 떳떳함을 밝히기 위해 수사 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것일까. 혹은 조작이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슬그머니 바꿔 에둘러 조작을 인정한 것일까. 당장 눈 앞의 논란을 막으려던 CJ ENM이 큰 망신을 당할 상황에 놓였다.
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jeewonjeong@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