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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딸에게 미안하다" 스타일리스트 김우리의 눈물…"다 갚아주고 싶어요"


[조이뉴스24 정상호 기자] "제가 60대까지 누군가의 옷을 입혀주는 상상을 하고 있으면 너무 즐거워요. 할아버지가 돼서 멋지게 차려입고, 같이 나이 들어가는 배우들의 옷을 입혀주는 상상을 하면 마음이 벅차거든요. 그때까지 스타일리스트라는 멋있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김우리의 소망이다.

23년째 쉬지 않고 트렌드를 이끄는 스타일리스트 김우리에겐 지금도 스타들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다. 이제는 단순 패션을 넘어 뷰티 컨설턴트로도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스타일리스트 김우리의 삶을 29일 방송되는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 담아본다.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스타일리스트 김우리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스타일리스트 김우리 [MBC]

핑클의 웨딩드레스, 세븐의 힐리스, 휘성의 레게머리.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스타일리스트 김우리의 손끝에서 탄생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유행을 만들어내며 가요계 최정상 스타일리스트로 자리매김한 김우리는 올해로 활동 23년차가 된 베테랑이다.

1세대 스타일리스트로 알려진 김우리는 과거 가수였다. 1990년, 1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하은수'라는 예명으로 데뷔했지만 회사의 경영난으로 인해 데뷔와 동시에 무대에서 사라져야만했다.

그러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 했던가. 패션에 관심이 많아 가수시절 무대의상을 직접 만들어 입었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며 당대 최고의 디바 신효범의 스타일리스트 자리를 제안 받았다.

당시 가요계에 남자 스타일리스트가 전무했던 시절이었던 탓에 김우리는 경쟁력을 갖춰야 했다. 그는 매일 새벽 숍에 가 헤어와 메이크업을 배웠고 헤어, 메이크업, 의상 3박자를 고루 갖춰 디바 신효범의 스타일리스트로 첫 발을 내딛었다. 그 후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15팀 모두 스타일링할 정도로 승승장구하며 입지를 굳혔다.

"'남자가 왔는데 헤어도 잘하고, 메이크업도 잘하고, 심지어 옷도 잘 입혀' 이런 이야기를 너무 듣고 싶었어요. 여자들만 있는 곳이었지만 남자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새벽에 웨딩 촬영하는 숍에 가 어깨너머로 헤어랑 메이크업을 배웠어요." 김우리의 말이다.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을 개척한 김우리에게는 하나의 원칙이 있다.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옷은 절대로 스타에게 입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효범을 시작으로 핑클, 신화, 젝스키스와 같이 당시 가요계를 주름 잡았던 가수들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이유다. 작은 옷매무새 하나까지 직접 잡아주며 가수가 가장 빛나는 모습으로 무대에 집중하게 해줬던 그의 배려가 스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ITZY 스타일리스트 최희선은 "예전에 같은 대기실을 쓴 적이 있었는데 오빠가 모자에 스터드 장식을 하나씩 직접 박더라고요.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 신경 쓰는 모습에 '저 오빠 진짜 꼼꼼 하구나'하고 놀랐던 적이 있어요"라고 말한다.

이를 발판삼아 활동 영역을 확장한 김우리는 각종 매거진, 광고 촬영 섭외 1순위 스텝으로로 꼽히며 주상욱, 김희선, 이병헌과 같은 톱스타들을 그의 단골 고객으로 만들었다.

◆ 가족과 함께 배워가는 '아빠'의 역할

23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김우리, 그 힘의 원천은 바로 가족이었다. 젊은 외모를 자랑하는 두 부부와 장성한 20대 두 딸의 일상은 최근 SNS상에서 비주얼패밀리로 불리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김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책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로 선정될 정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화려하게 보이는 그들의 일상은 남모르게 아파해야했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1살, 동갑내기 아내 이혜란 씨와 결혼한 김우리는 그 이듬해 큰 딸 예린이를 품에 안았다. 22살,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것이다. 당시 그는 군 생활 중이었기 때문에 아내 혼자 출산과 육아를 감당해야했다.

책임져야 할 가족이 늘어난 김우리는 가수의 꿈을 포기하고 스타일리스트로 전업을 결심했고 바쁜 남편을 대신해 두 딸의 육아는 지금껏 아내 이혜란씨가 도맡아 왔다. 가장이라는 책임감에 열심히 일했지만 오랜 시간 가족과 함께하지 못했던 탓에 아빠의 자리는 늘 빈자리로 남아있었다.

큰 딸 김예린은 "어렸을 때, 아빠가 출장도 많이 다니시고, 휴일도 없이 일을 하셔서 엄마랑 저, 동생 이렇게 셋이서만 다녔거든요. 다른 가족들은 아빠랑 넷이 다니는데 우리는 셋이 다니는 게 너무 싫었어요"라고 털어놓는다.

이에 김우리는 "아이들 교육시킬 때 필요한 돈만 벌어주면 최고의 아빠인 줄 알았어요. 그냥 아내가 아이들 가르칠 때 부족하지 않게 벌어주는 입장이면 아빠로써 할 일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아내가 두 딸을 키우며 전전긍긍 고생했다는 걸 몰랐어요"라고 말한다.

오랜 공백을 깨고 김우리가 가족을 둘러보기 시작했을 때, 이미 두 딸은 아이가 아닌 사춘기 소녀들이 되어있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나누려 다가가는 아빠를 딸들은 불편해했다.

당시 사춘기에 막 접어들기 시작했던 작은 딸 김예은은 김우리를 아빠로 성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어려서부터 발레에 재능을 보여 명문대에 진학한 언니와 달리 예은이는 늘 주눅들어있는 아이였고 스스로 언니와 자신을 비교하며 자책했다. 언니를 따라 예고 입시를 준비했지만 진학에 실패하자 예은이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가부장적인 아빠였던 김우리는 그런 예은이를 이해하지 못했고 소통의 부재는 예은이의 반항으로 이어졌다. 예은이의 뜻을 받아들인 아내는 홈스쿨링을 제안했고 김우리는 아내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서툴지만 천천히 예은이에게 다가갔던 아빠의 모습에 소통을 거부하던 예은이도 천천히 마음의 문을 열었다.

"제가 사춘기가 좀 늦게 온 편인데 친구들 만나서 얘기하다보니 아빠랑 더 얘기라기 싫은 마음에 더 반항했어요. 아빠가 잔소리가 엄청 심했거든요. 그래서 더 싫어했죠. 그런데 이제 시간이 지나니까 아빠가 이해도 되고, 아빠 잔소리 덕분에 더 정신 차렸던 것 같아요." 작은 딸 김예은의 말이다.

아내 이혜란 역시 "일을 하다 보니 뒤늦게 초보아빠가 된 거잖아요. 그래서 더 이해해주고, 아이들에게도 아빠가 가장이었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하지 못했었다고 표현해주니 아빠를 인정하게 되더라고요. 그 마음을 서로가 알고 배려하는 가족이 됐으면 해요"라고 이해한다.

성장통을 함께 겪으며 더욱 단단해진 김우리와 가족들. 긴 사춘기를 끝마친 예은이는 모델이라는 꿈을 품었다. 이제는 사회인이 되어 나아가는 두 딸을 응원하는 아빠가 된 김우리는 자신만을 믿고 이해해준 사랑하는 아내와 제 2의 신혼을 즐기고 있다.

"얼마 전에 예전 사진을 보면서 아내한테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젊고 예쁜 시간을 오롯이 자식 키우는 것에 다 헌신하고,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된 것에 대한 미안함이 너무 컸어요. 그래서 제가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다 갚아주고 싶어요. 가장 아름다운 중년과 노년으로 아내를 살게 해주고 싶어요."

가정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다 잘 된다는 가화만사성을 가슴에 품고 사는 스타일리스트 김우리의 슬기로운 가정생활을 29일 오후 8시 55분에 방송되는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 공개한다.

조이뉴스24 정상호 기자 uma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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