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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처절해서 더 낭만적…'낙원의 밤', 독보적 감성 누아르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낙원'과 '밤'이 만났다. 절대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제목이 있을까 싶다. 처절한 비극 속 아름다움의 공존. 이러한 아이러니가 무척이나 흥미로운, 박훈정표 감성 누아르 '낙원의 밤'이다.

'낙원의 밤'(감독 박훈정)은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신세계', '마녀' 등으로 느아르의 새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박훈정 감독의 신작이다. 지난해 한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공식 초청을 받아 큰 호평을 얻었다.

엄태구 전여빈 주연 '낙원의 밤'이 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사진=넷플릭스]
엄태구 전여빈 주연 '낙원의 밤'이 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사진=넷플릭스]

엄태구 전여빈 주연 '낙원의 밤'이 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사진=넷플릭스]
엄태구 전여빈 주연 '낙원의 밤'이 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사진=넷플릭스]

범죄 조직의 에이스 태구(엄태구 분)는 경쟁 조직의 스카우트 제안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누나와 조카를 잃는다. 이에 잔혹한 복수를 감행한 그는 해외 도피를 준비하며 제주도로 향한다. 이 곳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재연(전여빈 분)을 만난다. 사랑하는 이들을 잃으면서 살아야 할 이유까지 상실한 두 사람은 서서히 감정을 나누며 가까워진다. 하지만 상대 조직의 마이사(차승원 분)이 태구를 추격해오고, 태구는 또 다시 위기를 맞는다.

스토리는 간단하다. 가족에 대한 복수, 음모와 배신, 시한부 등 충분히 예상 가능한 소재들이 줄 지어 등장한다. 주인공들 앞에 펼쳐진 비극이나 결말도 큰 신선함은 없다. 게다가 느리기까지 하다. 마치 태구 역의 엄태구의 말투마냥 느릿느릿하다.

하지만 113분의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다.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했던 제주도의 풍광 속에 녹아든 태구와 재연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극 속에 빨려들어간다. 제주는 궁지에 몰린 태구의 도피처이면서 태구와 재연에게 잠시나마 낙원의 시간을 주는 곳이다. 폭력과 비극이 제주의 절경과 대비를 이루면서 캐릭터들이 처한 상황의 쓸쓸함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눈빛과 분위기만으로도 차분히 쌓아올린 캐릭터들의 막다른 심리를 느낄 수 있다.

'낙원의 밤' 엄태구와 전여빈이 감성 누아르를 완성했다. [사진=넷플릭스]
'낙원의 밤' 엄태구와 전여빈이 감성 누아르를 완성했다. [사진=넷플릭스]

'낙원의 밤' 차승원이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사진=넷플릭스]
'낙원의 밤' 차승원이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사진=넷플릭스]

'낙원의 밤'의 또 하나의 묘미는 배우들의 열연이다. 엄태구는 특유의 목소리와 뿜어져 나오는 처연한 분위기로 태구의 심리와 상황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또 전여빈은 묵직한 연기로 지금껏 본 적 없는 여성 캐릭터를 완성했다. 특히 후반 10분 전여빈의 강렬한 활약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엔딩에서 보여준 눈빛과 표정 역시 인상적이다.

마이사 역의 차승원은 인간미와 위트가 느껴지는 악인으로 등장해 존재감을 뿜어낸다. 태구의 보스 양사장 역 박호산은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캐릭터로 시선을 붙잡는다.

9일 넷플릭스 공개. 러닝타임 113분. 청소년관람불가.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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