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2일 영국영화 TV예술 아카데미 (BAFTA)의 여우 조연상이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에게 돌아 갔다. 평소에 자신감 있는 영어 입담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었기에 그녀의 수상 소감 중 언급된 ‘고상하다고 알려진 영국인’(known as snobbish people)이라는 표현은 큰 웃음과 박수를 끌어 냈다. 영화에서 그려진 ‘순자’(배우 윤여정)의 이미지와는 다른 배우 윤여정의 실제 모습에서는 시크함, 자신감, 노련함, 따뜻함 등 복합적인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
2009년에 패션 잡지사의 편집 차장(배우 김혜수)의 일상을 그려낸 드라마‘스타일'이 만들어 낸 유행어 중 ‘엣지 있게’라는 표현이 드라마 보다 더 큰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에지(edgy)는 'edge' (모서리) 라는 의미를 지녀 평범하지 않은 스타일쉬함을 표현하고자 드라마를 통해 한국식으로 사용한 단어다. 모서리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각 있는', '각 세우는'과 같은 재미있는 우리말 표현도 있다.
사실 영어의 ‘edgy’는 '날카로운, 신랄한, 불안해 하는, 초초해 하는'과 같이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18명의 패션 디자이너가 경쟁 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Next in Fashion’에서도 ‘edgy’라는 표현을 들을 수 있는데, 이는
'unconventional' (평범하지 않는, 한계를 뛰어 넘는)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으며, 여성 진행자가 'push the envelope' (한계를 뛰어넘다)라는 표현을 프로그램 내내 자주 사용 한다. 이 표현은 우주 이야기를 다룬 ‘톰 울프’(Tom Wolfe)의 책에서 ‘pushing the outside of the envelope’(envelope는 열기구 등의 가스를 담고 있는 덮개, bag)이라는 의미로 ‘한계를 뛰어 넘는’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현재까지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다.
우리 식 표현의 ‘엣지 있는’에 가까운 영어 표현은 ‘시크’(chic)이다. 이 또한 한국식 발음으로 자주 사용하는 익숙한 단어다. 다소 차가운 무표정으로 런웨이(run way)를 걷는 패션 모델들에게서 ‘시크'한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
'chic'의 사전적인 의미는 '세련된, 멋진'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영어적 의미에는 '차갑다' '쌀쌀맞다'는 의미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시크하다'는 표현에는 다소 차가움이 내포돼 있을까?
전해지는 어원 중 하나는 독일어에서 유래됐다는 설이다. ‘쉬켄’(schicken)의 어원을 가지며 ‘게쉬크트’(geshickt)는 '교모'라는 의미를 지닌다. 여기에 불어의 ‘엘레간트'(elegant)의 우아한 의미가 더해져 '교모'라는 의미에 국한되지 않고 '기교', '초월'을 나타내면서 자기 주장을 확실히 하기 위해 무채색의 흑이나 백의 회색과 같은 느낌을 내포하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시크한 이미지를 지닌 배우 윤여정의 수상 소식 하나 하나가 한국 영화의 역사를 새로 쓰는 평범하지 않는, 한계를 뛰어 넘는 ‘엣지 있는’는 행보 밟고 있음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조수진 소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SAT, TOEFL, TOEIC 전문강사이며 '조수진의 토익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정명화 기자(som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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