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볼만한 게 뭐가 있을까 돌려보다 눈에 띄는 약어인 D.P를 발견했다. 궁금한 마음에 한번 눌러 보고 "한 편을 안본 사람은 있어도 한 편만 본 사람은 없을 듯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야기 전개가 고도의 긴장감을 가져다 주며 순식간에 6편을 다 본 것. 드라마는 군대를 소재로 한 김보통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하며, 인기 콘텐츠 순위에 오르며 연일 화제다.
왜 일병이 이병보다 높은지도 이해하기 힘든 여성들에게 군대 소재는 아직 100% 공감대를 갖기가 쉽지 않다. '태양의 후예' '사랑의 불시착' '백두산' '진짜 사나이' '강철 부대' 등 덕분에 군대 이야기가 친숙했지만 '군무이탈 체포조(Deserter Pursuit)'는 실제 존재하는 지도 몰랐던 분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여기서 군복에서 유래된 아우터들(outers)에 대해 잠시 알아보고자 한다.
트렌치 코트(trench coat)
잘 알려진 트렌치 코트는 전쟁 중 적의 포탄으로부터 몸을 숨기고 보호하기 위해 흙을 파서 만든 '도랑' 또는 '참호'를 영어로 '트렌치'(trench)라고 한다. 세계1차 대전(1914-1918) 당시 혹독한 겨울 날씨를 참호 속에서 견디기 위해 트렌치 코트(trench coat)가 만들어 졌다. 이 코트를 처음 디자인한 사람은 토마스 버버리(Tomas Burberry 1835-1926)이며 명품 브랜드 '버버리(Burberry)' 사의 창시자이다. 그래서 트렌치 코트를 버버리라고도 한다.
무스탕(mustang)
올바른 발음은 사실 '무스탕'이 아니라 '머스탱'이다. 머스탱을 구글에 검색하면 자동차 사진이 잔뜩 나온다. 무스탕은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패션 용어이며, 항공점퍼(bomber coat), 또는 시어링 코트(shearling coat)라고 한다. shearling은 '깎은 양털'이란 뜻으로 가죽 코트 안에 양털이 있기에 생긴 명칭이다. 이는 뉴트로에 맞춰 자켓의 기장, 색상 등이 보다 세련되게 출시되면서 패션을 돌고 도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겨울철 필수템 중 하나다.
무스탕의 명칭은 6.25 전쟁 당시 사용된 P-51 전투기 이름이다. 당시 공군 조정사들에게 보온성이 좋은 가죽 재킷이 공급됐고, "그 재킷이 뭐냐"는 질문에 한 호주 군인이 "This is Mustang.(이건 머스탱입니다)"이라고 답하면서 공군기를 묻는 질문으로 착각해 답한 것을 우리가 재킷 이름으로 사용한 것이다.
field jacket(야전용 자켓)
야외작전(field operations)을 짧게 '야전'이라고 하며 이는 세계 2차 대전 때 미군 US Army's M-1943 Field Jacket으로 처음 개발된 이후 역시 디자인의 변화를 조금씩 보여 주며 포켓이 최소 4개 이상이 붙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야전 중 변장(camouflage)을 위해 field jacket에 군복의 문양이 있었으나 주로 카키색으로 밀리터리 룩으로 위해 일상복으로 많이 찾는 자켓이다.
정해인(안준호 이병 역)은 평상복 차림에 가발을 쓰거나, 구교환(한호열 상병 역)은 짧은 군인머리를 하지 않고 군복의 변장이 아닌 민간인으로 변장을 하여 헌병대 안에 2인1조로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이탈체포조인 D.P 역을 완벽하게 연기한다. 극중 굵직한 줄거리를 이어가는 인물은 조석봉 일병(조현철)이라고 할 수 있다. 넷플릭스에 영어자막을 켜고 보다 보면, 군대식 말투인 "~이지 말입니다" "~아니지 말입니다"와 같은 표현과, 봉디샘이 너무 착해 "조석봉 간디"를 줄여 '봉디샘'이라는 별명 등이 영어 자막으로 전달될 수 없는 점이 다소 안타깝기도 하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그동안 보지 못한 넷플릭스를 정주행 하고 픈 분들에게 D.P를 조심스레 추천해 본다.
◇조수진 소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SAT, TOEFL, TOEIC 전문강사이며 '조수진의 토익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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