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영화 '건축학 개론'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공통점은 향수, 복고, 회상, 추억이다. 이 작품들은 그 시대를 살아온 386세대 뿐만 자녀들인 MZ 세대까지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다.
한국적 놀이를 소재로 한 '오징어 게임(Squid Game)'의 전 세계적 열풍은 복고에 국한되지 않고 재미, 신선함, 감동, 분노, 이타주의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동시에 한국의 게임을 전 세계인들이 모방하는 기이한 문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에게 올드(old)하게 느껴지는 게임들이 그들에게는 신선한(new) 셈이다.
'오징어 게임' 관련 글을 읽다 보면 밈(meme)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그리스어인 'Mimeme'(모방)과 영어 단어인 'Gene'(유전자)가 합쳐져 Meme(밈)으로 쉽게 발음된 단어다. 한 사회 속에서 문화적 정보가 마치 유전자처럼 퍼지는 것을 의미하며 어떠한 메시지가 담긴 그림 혹은 짧은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퍼지면서 제 2차의 창작물과 페러디물이 되는 것을 말한다. 틱톡(TikTok)이 밈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이유가 긴 영상보다 짧은 영상이 업로드되기 때문이다.
패션에는 언제나 old & new가 존재 한다. 우선 원 마일 웨어(one mile wear), 비건 룩(vegan fashion), 미닝 아웃(meaning out)과 같은 패션 관련 신조어들을 살펴 보자. 원 마일 웨어는 반경 원 마일 내 위치한 곳을 나가기 위해 편하게 입는 옷을 일컫는다. 조거 팬츠(jogger pants), 풀오버(pull-over), 후디(hoodie) 등이 이에 해당한다. 비건 패션은 동물, 환경을 위한 푸드 업계의 열풍이 패션까지 이어져, 가죽이나 모피 보다는 친환경, 식물성 소재로 만든 옷을 즐겨 입는 것을 말한다.
미닝 아웃은 '의미'(meaning)와 '커밍 아웃'(coming out)을 합친 합성어로 본인의 신념과 가지관을 드러내는 MZ 세대가 패션 업계의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생겨난 신조어다.
이 밖에도 베이직 걸(basic girls)은 스타벅스(Starbucks)를 거의 매일 가고, 어그부츠(Ugg)에, 타이트한 바지를 입는 젊은 여자를 일컫는 신조어이며, 일상에서 입을 만한 가벼운 운동복은 athletic(운동 경기)와 leisure(여가)를 합쳐 애슬레저 룩(athleisure look)이라고 한다.
또한 우리말의 비속어인 '쩔어'는 '훌륭해' '형편없어'와 같이 긍정과 부정의 뉘앙스로 모두 사용된다. 영어의 sick(아픈)이 이와 유사하다. "That shoes design is sick."(저 신발 디자인 죽인다) 라는 의미로 sick은 cool을 뜻한다.
복고풍 바지인 나팔 바지에 대해 386세대는 판탈롱(Pantalone)이라고 부르지만 이는 스페인어로 단순히 바지를 뜻한다. 배기 팬츠(baggy pants) 또한 70~80년대 자주 사용하던 용어로 젊은이 들한테는 생소한 단어다. 통이 넓은 나팔바지는 플레어 팬츠(flare pants), 와이드 레그 팬츠(wide-leg pants) 라고 하면 된다.
반면, 1974년 영화 '빠삐용(Papillon)'의 죄수가 입은 줄무늬 바지를 '빠삐용 바지', 1980년대 힙합 가수 엠씨 해머(MC Hammer)가 입어 유행한 바지는 여전히 'Hammer pants'라고 부른다.
이처럼 오래된 표현과 신조어가 공존하는 현상은 복고풍을 갈망하면서도 미닝 아웃의 가치관을 보이는 신세대들이 복고를 이해하고 모방하여 새로운 밈을 창조하는 것과 같다. 이렇듯 패션에는 언제나 올드 앤 뉴(old & new)가 공존한다.
◇조수진 소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SAT, TOEFL, TOEIC 전문강사이며 '조수진의 토익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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