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실제로 만난 배우 남지현은 밝고 에너지가 넘친다. 상대에게 먼저 살가운 말을 건네고, 추위 속 건강을 걱정해준다. 따뜻한 눈빛과 맑은 미소까지, 착하고 다정한 인품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그래서 늘 남지현과 대화를 나누는 인터뷰 시간은 설레고 즐겁다. 이번 '하이쿠키' 역시 마찬가지. 새로운 도전을 위해 매 순간 치열하게, 최선을 다했던 '하이쿠키'를 떠나보내며 끝없는 애정과 진심을 전했다. 이에 앞으로 더 열심히 나아가고 성장할 남지현의 배우 꽃길을 더욱 응원하고 기대하게 된다.
지난 23일 종영된 U+모바일tv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쿠키'(극본 강한, 연출 송민엽)는 한 입만 먹어도 욕망을 실현해 주는 의문의 수제 쿠키가 엘리트 고등학교를 집어삼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인간의 욕망을 실현시켜 주는 쿠키라는 독특한 소재와 입체적인 캐릭터, 예측불가 스토리, 배우들의 열연을 통해 쿠키가 만든 늪 안에서 각자의 욕망에 휩싸여 발버둥 치는 인간 군상을 그려냈다.
남지현은 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최수영 역을 맡아 최현욱, 김무열, 정다빈, 서범준, 장영남 등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열여덟 살에 가장이 된 수영은 학교까지 그만두고 공장에 취직해 세 살 어린 동생 민영(정다빈 분)을 건사해오다 위기에 빠진 동생을 위해 온몸을 불사른다. 진짜 셰프였던 호수(최현욱 분), 정체를 숨기고 학교에 온 성필(김무열 분) 등과 서로 속고 속이는 관계를 형성하며 끝까지 방심할 수 없는 긴장감을 선사했다.
2004년 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로 데뷔한 남지현은 연기 경력만 따지면 올해 20년 차가 된 베테랑 배우다. 아역 배우로 시작해 자신만의 연기 내공을 차곡차곡 쌓아온 남지현은 그야말로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신뢰를 전한다. 이번 '하이쿠키'도 마찬가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남지현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재미가 컸고, 그 안에서 한 뼘 더 성장한 남지현이기에 앞으로의 행보다 더욱 기대되는 순간이다. 이에 남지현은 지난 24일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하이쿠키'에 끌렸던 이유, 연기하면서 느낀 재미 등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 촬영 끝낸 후 어떻게 지냈나?
"7월 중순에 촬영이 끝나서 차기작 찾으면서 쉬고 있는 상태다. '하이쿠키'가 10월 공개됐기 때문에 프로모션하고 쉬면서 모니터링을 했다."
- 굉장히 강렬한 연기 변신이 돋보였던 작품이 종영됐다. 소감은?
"저에게는 '하이쿠키'가 연기 외적으로도, 연기하는 방식, 캐릭터에 접근하고 표현하는 방식에서도 개인적으로 도전을 많이 한 작품이다. 이전엔 쓰지 않았던 방식에 도전을 많이 했다. 제가 모니터링을 엄청 꼼꼼하게 하는 편이 아니다. 머쓱해서 전체적인 감상만 물어보고 확인하고 싶은 신만 보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엔 처음으로 도전하는 것이 많은 작품이라 어떻게 나왔는지 봐야 할 필요성을 느껴서 꼼꼼하게 봤다. 12시 기다려서 완성본이 공개되면 시청자 입장으로 드라마를 봤다."
- 그렇게 본 '하이쿠키'는 어땠나?
"감상을 물으시는 거면 대답하기가 어렵다. 저로선 검토하는 거였다. 어수룩한 부분, 다음 단계를 위해 고쳐야 할 부분을 체크했다. 저는 저 스스로 비판, 비난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부족한 부분을 많이 찾고 괴로워한다.(웃음) 이번 작품에서도 고쳐야 하는 것을 많이 봤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과정이 즐겁더라. '아직도 내가 해야 할 것이 많구나' 그런 느낌을 줬다. 더 나은 모습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분들이 잘했다고 해주시면 '어느 부분이 잘했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하시면 '뭐가 어색했나?' 물어봤다. 타인의 시선이 정확할 때가 많아서 꼼꼼하게 체크를 했다. 저 스스로는 제 모습을 보면서 그때 무슨 생각을 하면 연기했는지 아니까 '이렇게 보이는구나', '부족한 것은 이거구나' 느끼게 되더라. 해설 풀이 같았다."
- '하이쿠키'에 끌렸던 이유는 무엇인가?
"수영은 굉장히 개인의 욕망에 치중된 캐릭터다. 제가 그런 캐릭터를 한 적이 없다. 늘 심지가 굳고 강단과 뚝심이 있고 주변 사건에 의해 흔들리지만 긍정적인 선택을 하고 나아가는 인물을 해왔다. 전작 '작은 아씨들' 인경이는 올곧음의 끝판왕 같은 느낌이다. 심지어 너무 올곧아서 불호가 있을 정도로 자기 생각이 깊은 사람이다. 하지만 수영이는 그런 것이 아예 없다. 유일하게 자기중심이 없다. 눈앞에 닥친 상황을 모면하거나 피하는 방향, 그때의 감정에 충실해서 선택한다. 성장 과정이나 환경을 생각했을 때 충분히 그럴만한 사람이고, 세상 어딘가에 그렇게 사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수영이를 하면 새로울 것 같았다. 또 장르물이다 보니 극한의 상황에 계속 마주한다. 동생이 마약 쿠키를 팔다가 혼수상태에 빠지고, 살인까지 결심하고 찾아갔다가 가짜 삶을 살게 된다. 아주 극단적이다 보니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개인적인 욕망에 충실한 캐릭터를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끌렸다."
- 수영이 어떤 삶을 살아왔길래 그런 선택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극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수영의 서사에 대해 상상한 부분이 있나?
"저는 상상을 엄청 깊게 잘하는 편은 아니다. 생각의 기본 바탕은 대본 안에서 시작이 된다. 극에 등장했듯 어렸을 때 큰 사건이 있었고 의지할 사람은 자매 둘 뿐이었다. 동생을 보면 너무 좋은데, 그 동생이 나를 힘들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런 양가적인 감정이 존재한다. 사랑하지만, 나를 힘들게 하는 존재. 그게 시작점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넘기려 했다고 생각한다. 깊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시간도 없다. 중학교를 졸업한 나이라 수영도 어렸다.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변화도 많고 갭 차이도 크다. 불안정성은 그런 환경에서 왔다고 생각해서 저는 수영의 서사가 충분히 이해가 됐다. 연기할 때 논리적으로 따지기보다는 이 사람이 나의 아픈 상처를 건드리면 누구든 화를 낸다. 현장에선 수영이 어느 정도 왔다갔다 할지, 갭을 얼마나 벌릴지에 대한 상의를 했다. 감독님이 전체를 보고 계시기 때문에 톤 조절을 해주셨다."
- 수영이도 나중엔 민영이의 속마음을 알게 되는데, 그때 수영인 어떤 심경이었을지 궁금하다.
"좋아하는 신 중 하나인데, 수영의 꿈도 양면적이다. 동생만을 바라보면서 희생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편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 숨겨진 욕망이었다. 민영이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언니가 없는 꿈을 꾸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나를 위해 희생하지 않는 언니'를 보고 싶은 거였다. 그럼에도 언니를 힘들게 하니 죄책감이 심했던 거다. 결국 똑같다는 것을 느끼게 됐고, 그게 마음이 아팠다. 수영이는 그때부터 흔들렸고, 절망스럽기도 했다. 차라리 나쁜 애면 욕망에 거침이 없을 텐데, 나와 비슷한 존재다 보니 못 놓게 되는 거다."
- 정다빈 배우와는 정말 자매 같다는 얘기도 많았다.
"뿌듯했다. 소규모 리딩을 처음에 하는데 바로 동생이라는 감정 이입이 됐다. 다빈이가 아담하기도 하고 동생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다빈이도 평소 저와 닮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하더라. 놀랐다. 그래서 감독님이 알고 캐스팅한 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하시더라. 감독님은 '닮았을 수 있겠다' 생각하고 캐스팅을 했는데 앉혀놓고 보니 더 닮았다고 하셨다. 모니터링 하면 둘이 점점 더 닮아가는데, 사진을 뒤집으면 더 닮았더라. 제가 현장에서 누워서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다빈이가 보이지 않느냐고 했다. 다빈이에게도 보내주니까 신기하다고 하더라. 저는 자매가 오래 붙어있을 줄 알았는데 전개가 되다 보니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많이 보고 싶었다."
- 혹시 친자매라는 설정 때문에 의도한 부분이 있나?
"다빈이는 저랑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학생들 모두 정말 많이 친해져서 끝나고 나서도 개인적으로도 많이 만났다. 대학교 동기처럼 만난다. 둘만 모여도 어색하지 않고, 그 자리에 아무나 왔다 갈 수 있을 만큼 다 편해졌다. 다빈이 같은 경우는 친해질수록 귀여운 면이 많이 보인다. 낯을 많이 가리고 말이 많은 편이 아니다. 그게 생각이 많기 때문이었다. '하이쿠키' 때도 다빈이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확실히 중압감 같은 것이 있던 것 같다. 또 민영이가 얼굴 상처에 마스크를 써야 하다 보니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다. 외적으로 제약되는 것이 많고 눈으로만 연기해야 한다. 얼굴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흉터도 들뜬다. 한 테이크 하고 수정하고 다시 또 한 테이크를 가는 식이라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실제로 옆에서 보면 안쓰러운데 너무 잘 견디고 꿋꿋하게 싫은 내색하지 않고 견디는 것을 보고 대견했다."
- 수영이는 몸에 상처가 있어서 분장을 해야 했는데, 얼마 정도 걸렸나.
"면적이 넓다 보니 3시간 반 정도였다. 저는 하루만 하긴 했는데, 다빈이는 매일 2시간씩 걸렸다. 실리콘을 발라서 붙이는 건데 자연스럽게 연결을 해야 해서 색깔도 덧입혔다. 그래서 생각보다 과정이 오래 걸린다. 또 접착력이 좋더라. 딱 붙어있다 보니 그냥 떼면 아프다. 이걸 녹여서 여러 번 밀어내야 했다. 지우는 것도 1시간 넘게 걸렸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