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곤지암'의 정범식 감독이 파격 캐스팅과 기발한 형식의 '뉴 노멀'로 돌아왔다. 현실 공포를 다루며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뉴 노멀'의 가장 특별한 지점은 배우들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한다는 점이다. '멜로의 대명사'로 불리는 최지우의 서늘한 얼굴부터 첫 연기에 도전한 정동원과 하다인의 신선함까지, 각 챕터마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연기는 기본이고, 호감도와 신선한 조합을 캐스팅의 원칙으로 삼았다는 정범식 감독의 혜안이 다시 또 돋보인 순간이다.
지난 달 개봉된 '뉴 노멀'(감독 정범식)은 공포가 일상이 되어버린 새로운 시대에 도착한 웰메이드 말세 스릴러다. '기담', '곤지암'의 정범식 감독이 연출을 맡아 위트 넘치고 발칙한 아이디어로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이미 18개 이상의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먼저 주목받으며 작품성과 재미를 모두 갖춘 작품으로 찬사를 끌어냈다.
최지우와 이유미, 최민호, 표지훈, 하다인, 정동원 등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이야기 속에서 강렬한 연기 변신과 열연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극 속으로 끌어당긴다. 지금까지 이렇게 신선한 스릴러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채로움이 가득하다. 다음은 정범식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예상을 벗어나는 캐스팅이었다.
"비슷한 캐스팅은 관객들도 피로도가 생기기 때문에 어떤 조합을 꾸렸을 때 신선할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우의 호감도도 중요하다. 그런 배우 중에서 안 할 것 같지만 하면 잘해서 놀랄만한 신선한 조합을 꾸미는 것이 캐스팅 원칙이었다. 최지우, 표지훈 배우가 연기했을 때 훨씬 더 큰 임팩트가 있을 것 같았다."
- 최지우 배우도 '이걸 왜 나한테 줬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할 정도였는데,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최지우 배우가 '진짜 나에게 왜 준거냐', '내가 이걸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라고 말하더라.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라며 반신반의하더라. 하지만 얘기를 나누다 보니 캐릭터에 관심이 많았고, 저를 믿고 가겠다며 잘해보겠다고 하더라. 표지훈 배우는 자유분방한 영혼이다. 파렴치한 로맨스를 꿈꾸는 것이 재미있겠다고 하더라."
- 어떤 점에서 자유분방하다고 느꼈나?
"예전에 연기력 논란이 있었다는 얘기도 자유롭게 하더라. 처음 연기할 때 단추가 잘 안 풀린 것 같다. 그걸 풀어주고 원하는 장면에 대한 얘기를 하면 릴렉스한 상태에서 연기가 다 나오더라. 그래서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 정동원 배우는 '뉴 노멀'이 첫 연기였는데, 어떤 점을 보고 캐스팅을 했나.
"아역 배우 리스트가 있다. 다들 연기가 안정적이었는데, 진짜 중학생 같길 바랐다. 특유의 눈빛과 어눌함이 있다. 회의 자리에서 동원이 얘기를 했더니 다들 놀라더라. '연기 한 번도 안 했는데 괜찮나'라고 하길래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제안했다. 동원이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믿음을 줬고 잘해줬다."
- 최민호 배우는 어떤 장점이 있는 배우였나?
"일단 너무 잘생겼고, 예전부터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었던 배우다. 저는 민호의 마스크나 연기가 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작업도 선역, 악역 모두 잘 소화할 것 같았다. 또 스마트한 배우다. 무전기로 현장 상황을 듣고 있으며, 문제가 생길 때 겸손하게 제안하고 정리를 한다. 본인도 연기하기 편하고 촬영도 지체되지 않게 진행을 한다. 그 나이에 현장을 아는 건 쉽지 않은데, 그래서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된다. 기회가 된다면 또 같이 작업을 하고 싶다."
- 신인인 하다인 배우는 이번이 첫 영화인 것으로 아는데, 어떤 캐스팅 과정이 있었나?
"코로나 닥치기 전에 어드벤처 판타지 액션 대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투자와 캐스팅이 다 됐었다. 다인이가 연기도 잘하고 액션도 잘한다. 그 나이의 배우를 찾기 쉽지 않은데 운 좋게 발굴한 거다. 코로나로 그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스태프들은 다 기다리고 있고 코로나도 없어질 기미가 안 보이다 보니, 이전에 기획했던 이 영화를 찍어보자고 했던 거다. 다인이에게도 해보겠냐고 하니 하겠다더라. 잘할 거라는 건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 잘해줘서 발굴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 욕설의 'F' 발음이 인상적이었고, 알바 하는 장면은 너무나 리얼했다. 디테일하게 잡아준 것이 있나? 또 계속해서 통조림을 먹는 이유도 궁금했다.
"발음 연습을 많이 시켰다. 그 캐릭터가 일반적으로 보이지 않고, 뮤지션의 독특함이 있길 바랐다. 헤어스타일이나 팔찌 같은 것도 잘 어울렸고, 현실이 불만족스럽다 보니 'F'를 달고 산다. 그걸 녹여봤는데 찰떡같았다. 통조림 같은 경우엔, 뭘 먹으면 좋을지 계속 생각하다가 '중경삼림'의 오마주로 선택했다. 배우가 너무 맛있게 잘 먹더라. 편의점 알바는 '알아서 익혀봐라' 했더니 실제로 동네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면서 연구를 했다고 하더라."
- 이유미 배우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이후 세계적인 배우로 주목받고 있는데, '오징어 게임' 이전에 캐스팅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같이 해보니 어땠나?
"'곤지암' 이후 기획한 호러 영화가 있다. 그 작품 캐스팅 때문에 독립영화를 봤는데 '저 나이에 저렇게 릴렉스하게 연기할 수 있을까' 싶어서 눈여겨봤다. 그 영화는 아직 만들지 못했는데 이번에 연을 맺어서 제안했고 '재미있을 것 같아요'라며 쉽게 출연 결정을 했다. 정말 특별한 배우다. 엘리베이터 신은 잠깐 찍고 나가야 하고, 액션이 있어서 동선이 어려웠다. 제가 놀란 것은 액션 뒷부분인데, 눈물을 흘린다. 본능적으로 연기를 하는데 정확한 타이밍에 연기가 나온다. 대단한 배우구나 했는데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을 통해 역시나 인정을 받는구나 싶었다."
- '곤지암'을 통해 위하준, 박성훈, 박지현 등 신인 배우를 발굴했다. 이번에도 배우들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작업을 했는데, 잠재력이 많은 배우를 찾아내는 비법이 있나?
"제가 연극영화과를 나와서 영화를 하기 전엔 연극, 연출 공부를 했다. 오디션 할 때 배우들과 같이 연기를 한다. '곤지암' 배우들은 어깨동무하고 반말하면서 같이 연기했던 친구들이다. 상상해서 만들어놓은 배역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는 걸 간파했고 '잘하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배우는 연기력, 스타성의 영역이 있어서 같이 연기를 해보면 '이 친구가 되겠구나' 싶은 것이 있다. 운도 있고 대중적인 호감도도 있지만, 저는 진짜 연기의 영역에서만 본다. 박성훈, 위하준, 박지현 모두 잘하겠다는 감이 왔고, 역시나 잘했다. 정동원, 표지훈 모두 다 영화는 처음이었지만 잘해줬고, 민호 역시 앞으로 더 잘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 옴니버스 형식에 서로 연결이 되어있는 스토리 라인이라 작업도 배우들도 신선함을 느꼈을 것 같다. 어떤 반응이었나?
"질문도 많이 하고 본인들의 생각도 얘기를 많이 해줘서 영감을 받았다. 민호는 첫 만남에 혼밥 시퀀스에 대해 얘기하더라. 지문엔 그냥 '밥을 먹는다'다. 쓸쓸함은 우리가 어떻게 찍고 편집하느냐에 달렸다. 민호가 떨어진 친구를 생각하면서 밥을 먹었을 것 같다고 하더라."
- 에피소드마다 각자의 해석이 있었을 것 같다.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한데 생각해본 것이 있나?
"정동원은 어르신 팬들이 많아서 '너무한 거 아니냐' 하실 때쯤 문신 형님들과 이주실 선생님 사이에서 노래 부르는 쿠키 영상을 찍어보자는 얘기도 했다. 그건 기획만 하고 촬영하진 못했다. 혼밥 에필로그에서 피해자나 가해자 모든 이들이 혼밥을 한다. 그 모습에 이 시대의 외로운 상황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음식에서도 고민했다. 최지우 배우는 차가운 이미지가 있어서 샐러드를 먹을 것 같았고, 기후변화 뉴스를 보며 그걸 먹는다. 표지훈은 취포자라 컵라면과 콜라, 정동원은 학원 끝나고 분식집 햄버거를 먹으며 휴대폰을 보고 재미있어한다. 그걸 보면 연민이 생길 것 같았는데 잘해줬다. 하다인은 옥상에 올라가서 유통기한이 지난 빵을 먹는다."
- 최민호 배우의 얼굴이 유독 클로즈업이 많이 됐다고 느꼈는데 의도한 것이 있나?
"그런 건 아닌데(웃음) 최지우 배우가 민호에게 '왜 너에게만 핑크 조명을 주냐. 너만 특별히 예쁘게 찍어준 것 같다'라고 하더라. 민호가 빨려드는 것이 있어서, 얼굴 가까이 가야겠다는 본능이 있었던 것 같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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