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처음엔 '이번에도 악역 아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간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 장률이 '순정남'으로 180도 변신했다. 의사로서는 프로지만, 사랑 앞에서는 허술함이 너무나 많고 인간적이다. 그런 가운데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따뜻함도 가득하다.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캐릭터다. 장률은 의사로서도, 사랑에 빠진 남자로서도 차츰 성장해가는 여환을 안정적으로 연기하며 새로운 얼굴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전작 이미지를 완벽하게 지워낸 장률이기에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또 보고 싶어진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연출 이재규, 극본 이남규)는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박보영 분)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로, 박보영과 연우진, 장동윤, 이정은, 장률, 이이담, 이상희, 노재원 등이 출연해 열연했다.
정신병동 안팎의 사람들이 가진 저마다의 마음의 상처를 담은 이 작품은 기존의 편견을 깨부수는 사려 깊은 이야기와 마음의 문턱을 낮추는 세심한 연출, 캐릭터와 혼연일체 되어 무해한 매력을 발산한 배우들의 진정성 넘치는 연기 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장률은 정신의학과 의사 여환 역을 맡아 의사로서의 진중하고 냉철한 면모를 보이는 동시에 사랑 앞에 모든 것을 내거는 '직진남', '순정남'의 매력을 전했다. 여환은 과거 다은과 유찬(장동윤 분)의 과외 선생님이자 고윤(연우진 분)의 친구이기도 하다.
간호사 들레(이이담 분)을 사랑하는 그는 매번 거절을 당하지만 굴하지 않고 끝까지 직진하며 사랑을 표현한다. 결국 들레의 마음을 얻은 여환은 가족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들레에게 큰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랑꾼'으로 활약한다. 그간 '마이네임', '몸값', '금수저' 등에서 강렬한 악역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던 장률은 이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통해 로맨스도 잘하는 배우임을 입증하며 앞으로의 연기 행보를 더욱 기대케 만들었다. 다음은 장률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드라마를 보면서 '이 배우가 그 배우야?'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배우에게는 칭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연속적으로 인상적인 캐릭터를 남긴 뿌듯함도 있을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 다양한 모습과 결, 분위기를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배우로선 축복 같다. 좋은 제작진, 좋은 이야기, 좋은 역할을 만날 수 있는 순간에 감사하고 기쁘고 좋다. 다만 아직 저를 못 알아보는 분이 계신 것 같아서 해나갈 숙제가 많은 것 같다. 저라는 배우가 존재한다는 것을 많은 분에게 알려야 할 것 같다."
- 그간 악역만 하다가 순정남을 연기한 것도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장르적 특성상 하드함을 보여드렸다면, 제가 가진 모습 중에 친구들이랑 있을 때의 부드럽고 친근감 있는 모습이 있다. 연기하고 제 생각에 빠져 있을 때도 친구들은 저를 놀리고 재미있어한다. 그런 면들을 이번에 보여드릴 수 있어서 저에겐 축복이다."
- 캐릭터가 다르기는 하지만, 연기할 때도 다른 지점이 있나?
"연기에 임할 때는 비슷하다. 세밀하게 감정을 찾아 들어가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라 부드러운 캐릭터라고 해도 편하게 작업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재미있는 것이 많았다. 다은이와 유찬이 과거 과외 촬영 같은 경우엔 디테일하게 어떻게 해야지 하고 연기하진 않았다. 과외 선생님이 저를 보던 눈빛이 떠오르고 상상이 되더라. 그런 순간은 편안했고 직관적으로 촬영했다."
- 초반 다은과의 관계가 드러나지 않았을 때는 '두 사람 사이 뭐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연기할 때도 그런 의도를 가졌나?
"처음 대본을 읽을 땐 뒷 내용을 모르니까 '뭐지?' 했다. 과외 선생님으로 밝혀지고 나니 '그게 아니구나' 바로 오해가 풀렸다. 어떻게 연기할지에 대한 고민을 했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의도로 연기하지는 않았다. 여환은 작품에서 다양한 관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그 관계성에 집중했다. 다은이의 빛나는 기질은 큰 장점이지만, 단점이 되기도 한다. 다은이가 상처를 받지 않을지 걱정하는 마음이다. 과외 선생님으로서 그 관계에 집중하며 '얘가 여기 있으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저도 기억에 남는 수학 과외 선생님이 계신다. 한양대 공대였는데, 정말 공부하기 싫어서 다른 얘기 하면서 수다를 떨었다. 그때가 중2였는데 꿈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놀이터에서 제 얘기를 많이 들어주셨다. 고민하다가 어린 마음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고 그러면 아픈 사람을 치료해야겠다는 생각에 의사가 되겠다고 했는데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해서 포기했다.(웃음)"
- 이번 여환 캐릭터로 의사의 꿈을 이룬 셈이지 않나?
"맞다. 연락은 안 닿지만, 선생님이 제가 해낸 의사 연기를 꼭 봐주셨으면 좋겠다."
- 정신 질환에 대한 오해를 해소해주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를 준비하고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새롭게 느낀 바가 있나?
"제가 선생님들을 만나 자문을 구하며 느낀 건, 병이 생기면 내과나 정형외과에 가듯 정신과는 마음의 병이 생기면 가는 곳이다. 정신의학과에선 환자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새롭게 업데이트를 하면서 치료 과정까지 간다. 내가 병이 있다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마음의 병을 가진 이들을 위해 도움을 주는 이들이 있으니 정신과로 향하는 문턱이 낮아져서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의사 역할로 환자를 대할 때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외상 후 장애 환자 이야기를 보는데 마음이 아파서 6~7시간을 울었던 것 같다.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어서 이 사람의 아픈 이야기를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까 싶더라. 의사로서의 신뢰감을 드려야 할 텐데, 제가 견딜 수 없는 슬픔에 빠져 있어서 어떻게 하면 되는지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울어도 되냐'라고 하니까 '눈물이 나면 울어도 된다'라고 해주셔서 용기를 얻었다. 느끼고 있는 아픔, 환자와의 공감과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애티튜드를 이 장면에 담아내면 된다는 용기를 가졌다. 작품이 끝나면 아쉽고 부족함이 보이는데, 33살 장률의 모습이고 제가 바라본 여환이다. 그 안에서 사람을 통해 부족하지만 성장해가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잘 받아들이고 있다."
- 다양한 관계의 연결고리라고 한 것처럼 박보영, 장동윤, 연우진 등 많은 배우와 호흡을 했다. 어땠는지 궁금하다.
"어쩜 그렇게 다들 멋지고 좋은 사람들만 모였을까 싶다. 제가 낯을 가리다 보니 초반 작품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런 고민을 이 작품 하면서도 했다.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박보영 배우와 초반 같이 할 시간이 있어서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제가 적응할 수 있게 잘 끌어줬고 든든했다. 기둥 같은 존재였고 감사했다. 제가 연우진 형을 너무 좋아한다. 부드럽고 자상하다. 선배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어렵지만 찐친 바이브를 내야 해서 형에게 다가갔다. '친구 같아 보여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했더니 우진 형이 걸으면서 '이런 거 아닐까?'라며 바로 어깨동무를 했다. 백 마디 말보다 따뜻했다. 그때 '이 선배라면 뭐든 할 수 있었다, 어떤 말, 행동이든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찐친은 그런 것 같더라. 그런 순간을 경험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장동윤은 에너자이저다. 멋있다. 많이 만나지는 않았지만 제가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정말 긍정맨이라 충전을 많이 받았다. 우리끼리 '연장장'(연우진, 장률, 장동윤) 카톡방이 있는데 서로 '현생을 열심히 살자'라며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낸다."
- 원래도 마른 체형이지만, 이번엔 더 살이 빠진 느낌이었다.
"'몸값' 하면서 살이 좀 빠졌는데 바로 이어서 작품을 했다. 연기하면 신경을 많이 쓰는 타입이라 일할 때 잘 안 먹는다. 주변 동료들이 '장률 밥 먹어야 한다'라며 챙겨준다. 손이 많이 가는 타입이라, 동료들에게 감사하다.(웃음) 의도한 건 아니지만, 여환은 운동을 할 것 같지는 않더라. 그래서 이대로 해보자 했다. 작품 끝나고 5kg 찌워서 지금은 기본 체중이다."
- 다양한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가장 마음에 아프고 힘들었던 에피소드는 무엇인가?
"워킹맘 에피소드에선 김여진 선배님이 멋진 연기를 보여주셔서 놀라면서 봤다. 제가 이상희 누나를 정말 좋아한다. 연기 얘기도 많이 하고 저를 예뻐해 주시는데 너무 멋졌다. 마음이 쓰였던 장면은 다은이가 하얀 병원에 가는 순간이다. 다은과 친하다 보니 제가 치료를 할 수는 없고 그걸 지켜만 봐야 하는 것이 마음 아팠다. 심리적으로 부담이 있고 마음이 아픈 장면을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박보영 배우에게 넌지시 '응원한다', '힘냈으면 좋겠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 장면을 보는데 너무나 훌륭하더라. 정말 대단하고 멋진 배우다. 사람으로서도 배우로서도 감명받으면서 작품을 해 영광이었다."
-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다면?
"다 도전하고 싶다. '저 배우가 다 할 수 있구나', '이 장르도 되는구나'라는 느낌을 주는, 계속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다. 이 작품 하면 장률이 떠오르는 배우가 되고 싶고, 언젠가 그런 작품을 만나고 싶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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