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① 이주영 "8kg 증량·압박감에 매일 울어, 애증의 '더에이트쇼'"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운동으로 다진 탄탄한 몸, 남자와 대적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강단과 파워. 배우 이주영이 '더 에이트 쇼' 속 2층의 비주얼을 완벽하게 완성하며 또 한번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너무 사랑하지만 너무 미워한다"라는 말이 이해가 될 정도로 매 순간 힘든 도전이었을 이주영이다. 그리고 이렇게 온 몸을 불태운 이주영이 있어서 '더 에이트 쇼'가 더욱 빛날 수 있었다.

지난 달 공개된 '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글로벌 누적 조회수 3억 뷰를 기록한 배진수 작가의 네이버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을 각색한 작품으로, '더 킹', '관상', '비상선언' 한재림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이다.

감각적인 연출과 개성 강한 캐릭터, 배우들의 호연 등으로 호평을 얻었고,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인기를 누렸다. 류준열(3층), 천우희(8층), 박정민(7층), 이열음(4층), 박해준(6층), 이주영(2층), 문정희(5층), 배성우(1층)가 '더 에이트 쇼' 속 8명의 참가자로 변신해 각자의 개성과 매력이 넘치는 인물들을 완벽하게 소화해내 극찬을 얻었다.

8개의 층으로 나누어진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협력과 대립, 배신을 거듭하는 8명 참가자는 높은 몰입도와 함께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재미를 선사했다. 이주영은 8명 중 가장 뛰어난 운동 신경을 가졌으며 '정의 빼면 시체'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의 2층 역을 맡았다. 돈을 위해 쇼에 참여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쇼가 전개되자 깊은 고민에 빠진다. 특히 6층과 크게 대립하면서 극적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이주영은 액션스쿨 트레이닝을 비롯해 엄청난 강도의 운동을 통해 2층의 외형을 완벽하게 구현했고, 8명 사이 막강한 존재감을 뽐내며 극을 탄탄하게 이끌었다. 다음은 이주영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작품 공개 후 주변에서 어떤 반응을 보여줬나?

"'진짜 고생했다. 힘들었겠다'라고 해주더라. 친한 친구들은 맞는 장면을 못 보겠다며 마음 아파했다. 너무 리얼하다고도 해주면서 진짜로 좋아해 줬다."

- 원작 팬이라고 했는데 캐스팅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미팅하자는 제안이 왔다. 리딩을 하거나 오디션을 본 건 아니고 감독님이 제가 어떤 사람인지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제 인스타그램을 다 보셨다더라. 사진 중에 커트에 탈색한 것이 있었다. 10년 전에 모델 활동을 하면서 찍은 건데 그걸 보고 '이 사람이 춘자인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하셨다. 저는 탈색 머리가 좋아서 만약 하게 되면 탈색 머리를 하고 싶다고 했다."

- 탈색하면 너무 힘들지 않나?

"그렇긴 한데 저는 두피가 건강해서 그렇게 아프지는 않더라. 그 머리를 1년 했었는데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편이다. 언제 또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이렇게 다시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도전하고 변화하는 것이 좋다."

- 몸을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감독님께서 해준 선배님이랑 일대일로 붙는 액션을 해야 하면 일단 키가 커야 한다고 생각해서 저를 부르신 거다. 그리고 맞붙을 때 져 보이면 안 되기 때문에 증량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저는 미팅을 한 날부터 헬스장 PT를 끊었다. 그렇게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8kg을 찌울 때는, 제가 원래 마른 편이라서 살이 잘 안 찌기도 하고 기초대사량이 높아서 살이 금방 빠진다. 운동을 하루에 6시간씩 하니까 그냥 찌우기가 너무 힘들더라. 헬스 선생님은 무조건 많이 먹으라고 하셨다. 단백질 섭취 꼭 하고 허기 질 때마다 먹으라고 했다. 그래도 8kg 이상은 안 되더라.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제 체중의 앞자리가 6으로 바뀌었다."

- 그냥 살크업이 아니라 근육을 키워야 하는 거라 더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앞에서 말했듯 6층과 맞서는 장면이 진짜 많았다. 액션신이 많아서 준비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땠나?

"7월에 촬영했는데, 2월부터 액션스쿨을 일주일에 3~4번씩 갔다. 순서는 조금씩 다르지만 액션스쿨, 헬스, 요가를 반복해서 했다. 운동량이 적으면 5시간, 많으면 7시간씩 했다. 운동선수가 이렇게 살겠구나, 생각하면서 계속 준비를 했다. 감독님이 원한 액션은 스트릿, 라이브한 느낌이었다. 동영상으로 찍는 느낌으로 했는데, 처음엔 원테이크를 원하셨다. 네 명이 뇌전증 약을 가지러 가는 것도 원테이크다. 원테이크로 찍으면 액션 장면이 아니라 연기만 하는 것도 어려운데 액션까지 해야 하고 거기다 고속으로 찍는다. 한 명이라도 잘못하면 다 다시 찍어야 한다. 그러면 다치고 지치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해준 선배님은 태권도 사범 출신이기도 하다. 저는 거기에 따라가려고 촬영이 시작됐을 때도 액션스쿨 분들이 대전 스튜디오까지 와주셨다. 저녁 8시에 촬영이 끝나면 밤 11시까지 같이 액션 연습을 하고, 다음 날 아침 7시에 출근하고 또 끝나면 밤 11시까지 연습하는 걸 반복했다."

- 심적인 압박도 컸을 것 같다.

"압박감이 너무 심했다. 내가 이걸 못 하면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기다리는 상황이 자꾸만 생각나더라. 그래서 무조건 해야 된다 암시를 걸고 했다. 사실 저는 늘 작품 준비할 때마다 미션이 있었다. '독전' 때는 수어가 있었고 '땐뽀걸즈' 때는 스포츠 댄스를 해야 했다. 분명 어려움이 있었지만 할 수 있다고 주문을 건다. 두려우면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했다. 사실 럭키한 캐릭터다. 제가 언제 이런 걸 해보겠나. 제 롤모델이 샤를리즈 테론인데 키도 크고 액션도 많이 하다 보니 이런 기분일까 상상하면서 준비를 했다."

- 그렇게 힘들게 했는데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

"고생만큼 나온 것 같다. 해준 선배님과 일대일로 싸우는 신은 이틀 찍었다. 원래는 하루가 잡혔었는데 새벽까지 찍었다. 끝내고 다 같이 모여서 모니터를 하는데 괴로울 것 같아서 못 보겠더라. 그때 제가 '독전2'를 같이 찍고 있어서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다. 그 신을 찍고 태국을 가야 하는데, 새벽 2시에 끝나서 집에 가서 짐만 가지고 나와서 아침 7시에 비행기를 탔다. 진짜 너무 괴로웠다. 원래는 다음 날 촬영인데 그날 현장에 오라는 거다. 너무 힘들게 몇 개월을 준비했던 액션신이 끝났지 않나. 분장실에 앉았는데 눈물이 났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고, 또 부담감을 가지고 있던 것이 끝났다는 것에 안도감과 복잡한 감정이 들어서 눈물이 터졌다. 저에게는 이 작품에 애증이 있다. 너무 사랑하는데 너무 미워하는 작품이다."

- 촬영하는 동안에도 눈물이 날 때가 있었나?

"매일매일 울었던 것 같다. 액션도 그렇고 여러 가지가 저를 힘들게 했다. '내 한계가 여기구나', '내가 할 수 있을까'를 매일 느꼈다. 대전 숙소에 있다 보니 집에도 못 간다. 숙소에서 '내가 자격이 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세트장 들어갈 때는 맨날 심장이 쿵쿵거렸다. 제가 너무 사랑하는 작품이라 너무 좋은데 막상 촬영할 때는 또 힘든 점이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이 작품이 저를 아프게도 했지만 그만큼 성장하게 했다. 농담으로 하는 말이 '특전사 제대한 기분'이었다."

- 2층이 너무 많이 맞지 않나. 그 부분에 대해 한재림 감독과 얘기를 나눠 본 것이 있나?

"힘들었던 것이 2층 춘자는 계속 화를 낸다. 얘는 화병이라도 있는 건가.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 일을 만든다. 화만 계속 내니까 그것에 대한 변화를 주는 것이 어려웠다. 너무 인물이 단면적으로 보일 것 같았다. 조금씩 미세하게 다르게 보이도록 노력했다. 감독님에게 많이 들었던 말은 '춘자는 세야 한다'였다.

- 마냥 화를 낸다기보다는, 부당하다고 생각하니까 화를 내는 것 같은데 이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았길래 이런다고 생각하나?

"감독님은 처음에 강한 캐릭터로 춘자를 생각하셨다. 춘자를 보면 1층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다른 동료를 위해 대신 나선다. 왜 그러나 생각해보면 가족이나 아끼는 사람이 자꾸 떠오르고 투영이 되어 연민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외강내유의 인물이다. 외적으로는 거칠어 보이지만 사실 마음이 따뜻하고 천사 같은 사람이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길래 이렇게 따뜻한 사람이 이렇게 거칠어지고 남자와도 맞설 정도로 훈련을 했을까. 이 캐릭터의 전사, 아픔이 저도 너무 궁금했다. 제가 생각했던 건, 사람은 누구나 이면이 있고 강하고 약한 면이 공존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춘자는 사람을 죽이고 여기에 들어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이 캐릭터에 대한 배신감이 들지 않을까.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사람은 이럴 수 있지'라며 꼬고 싶은 것이 있었다. 감독님은 이 캐릭터들이 계급을 표현하기도 하니까 비트는 것보다는 그 안에서 성격대로 하는 걸 원하셨다. 감독님은 숲을 보고 저는 나무를 본 거다. 저는 춘자가 궁금하고 슬픈 느낌이 있다. 이 사람은 이렇게 착한데 어떤 반작용으로 강해졌고 엄청 큰일이 있었을 거라고 상상을 하게 하는 캐릭터였다."

- 분명 그 안에 있다 보면 욕심이 나기도 할 텐데, 자신이 가진 걸 나눠주려고도 하지 않나.

"그런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저도 약간 춘자와 공통점이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내 것을 나눠주는 것에서 박한 사람이 아니라 그건 좀 이해가 됐다. 연민이 많고 정이 많은 사랑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저를 만나는 분들은 생각한 것과 달라서 놀랍다고 하신다. 미팅 때도 많이 듣는 얘기다. 제가 되게 셀 거라고 생각하고 걱정을 한다고 하시더라. 하지만 실제로 만나면 그렇지 않다고 느끼신다. 저도 춘자 같은 면이 있다. 이해를 많이 하려고 하고 순수하게 사람을 사랑하고 애정도 많다. 그렇지만 마지노선을 넘었다고 생각하면 저는 안 참는다.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말한다. 화를 내기도 한다."

- 이건 못 참는다고 하는 것이 무엇인가?

"강약약강을 싫어한다. 예전에 한 번 길을 가는데 부부 같은 분들이 몸싸움하더라. 친구는 무섭다고 빨리 가자고 하더라. 저는 그걸 못 지나친다. 건너편에서 "여자에게 뭐 하는 거냐"라며 소리쳤다.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니까 그분도 신고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진짜 신고했고 경찰이 왔다."

- 무섭거나 걱정이 되거나 하지는 않았나?

"저는 그렇지 않았다. 무섭다는 생각보다 내가 그냥 가버리면 저 여자분에게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지 않나. 선을 넘는 걸 목격하면 지나칠 수가 없다. 제가 동물 복지에 관심이 많아서 센터장님을 만나 얘기를 들으면 젊은 여성분들에게 시비를 걸고 무시하는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 그래서인지 여성이나 약자가 더 눈에 밟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