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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② '스위트홈3' 감독 "수미상관 엔딩, 이도현 의도적 부각NO"


(인터뷰)이응복 감독,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3'로 5년 여정 마무리
"시즌1엔 소극적으로 썼던 CG, 시즌2-3에선 과감…국내 기술로 크리처 디자인"
"가장 중요한 건 인간애, 괴물화 해결은 스스로의 마음"
"송강·이도현·고민시 등 '스위트홈' 배우들 잘될 줄 알았다, 뿌듯해"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소통이 되고 쓴소리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유쾌한 문화가 됐으면" 이응복 감독이 '스위트홈' 시리즈 여정을 마치며 전한 바람이다. 쏟아지는 혹평에 일희일비 하지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선을 다한 제작진과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작품이 가진 의미와 성과를 강조했다.

'스위트홈' 시즌3는 괴물화의 끝이자 신인류의 시작을 비로소 맞이하게 된 세상, 괴물과 인간의 모호한 경계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이들의 더 처절하고 절박해진 사투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이응복 감독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에서 열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3' 제작발표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이응복 감독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에서 열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3' 제작발표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차현수(송강 분)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그린 시즌1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 시즌2와 지난 19일 시즌3를 공개했다. 확장된 세계관을 보여줬던 시즌2를 지나 시즌3에선 신인류가 된 차현수와 이은혁(이도현 분), 이들을 지키려 하는 이은유(고민시 분) 등이 편상욱(이진욱 분)과 맞서 싸우고 다시 '스위트홈'을 찾아 '컴백홈' 하는 마지막 이야기를 담았다.

'스위트홈'은 송강, 이도현, 고민시, 박규영, 고윤정 등 이제는 한국 콘텐츠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배우들을 발굴하는 동시에 K-크리처물의 성장을 제대로 보여주며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시즌1의 성공과는 달리 시즌2와 시즌3는 실망이 컸다. 한국 기술로 아포칼립스물을 구현했다는 점에선 유의미한 성과를 냈지만, 시즌1의 장점과 매력이 시즌2와 시즌3엔 전혀 담기지 않아 호불호가 갈리고 혹평도 쏟아졌다. 내가 과연 '스위트홈'을 보고 있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길 잃은 서사와 캐릭터는 큰 아쉬움을 남겼다. 다음은 이응복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세 개의 시즌 피날레를 장식하기 때문에 엔딩도 중요했을 텐데, 어떤 의미를 담고 싶었나?

"처음 현수가 세상이 망하기도 전에 죽기로 결심했지만, 세상이 먼저 망해버린다. 그래서 죽지 못하고 지금까지 살아있다가 엔딩을 맞이한다. 거기에 주목했다. 살기 싫어하던 애가 인류를 구원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처음 만난 이가 은유다. 은유 때문에 간절해지고, 세상을 구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수미상관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감정을 잃어버린 은유를 구원해야 되는 입장으로 바뀌게 된 것을 중점적으로 생각했다."

배우 이도현과 고민시가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3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이도현과 고민시가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3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 '스위트홈' 시리즈의 중심엔 아무래도 현수가 있는 것이 맞는데, 시즌3의 엔딩으로 가는 과정에선 은혁의 이야기로 중심축이 바뀌었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은유와 은혁의 서사에 포커스가 맞춰진 것 같은데, 의도한 부분이 있나?

"시즌2에서 은유가 은혁을 많이 찾아다녔다. 되게 그리워했고, 계속 그려왔던 만남이다. 그 의미가 컸기 때문에 보는 분들도 그 감정이 크게 느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제일 중요한 부분은 현수와 은혁이 스타디움에 와서 사람들을 구하고 상욱(이진욱 분)과 대치하며 악당을 처단하는 스토리가 된다. 그 과정에서 은유가 방해자로서가 아니라 조력자로서 자기 스스로 빠지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런 흐름 속에서 진행이 된 거지 은혁을 도드라져 보이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 제작발표회에서 '후회막심'이라는 단어를 꺼냈었는데, 이유가 무엇이었나?

"그날 많이 떨렸다. 그것에 대한 즉흥적인 말이기도 하고, 시즌1을 준비할 때 웹툰을 처음 접하고 너무 재미있겠다는 생각만으로 시도했다. 이야기를 만들어가던 중 제가 주요 스태프들 있는 곳에서 "여기까지 하면 안 될까"라는 얘기를 했다. 너무 힘들고 두렵더라. 하지만 옆에 있던 주요 스태프들은 "재미있어요, 하세요"라고 했다. 다음 달엔 또 다른 주요 스태프들이 "그만하면 안 되냐"라고 했다. 그런 과정이 계속 있었다. 제 주변에 아무도 해본 사람이 없다. 그전에는 CG 작업도 외국에 맡겼지만, 이번엔 한국 스태프들이 진행했다. 그런 고난의 작업을 거쳤다 보니 앞에 스태프들을 보고 장난스럽게 말한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3까지 해냈다는 것에서 모두가 가족 같은 느낌이다. 유대감이 있다."

- 지금까지 했던 작품과 결이 달라서 고생했다고 했는데, 이런 작업을 하면서 새롭게 깨닫거나 배운 점이 있나?

"늘 배우는 것 같다. 배울 수 있다는 건 좋은 건데, 이렇게 소통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특히 '스위트홈'은 제가 좀 더 젊었을 때와 시스템이 많이 달랐다. 그전에는 오늘 찍어 다음날 방송 내는 흐름이었다. 지금은 사전에 만들어서 공개하는 건데, 그렇기 때문에 눈이 높아진 시청자에게 맞춰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것을 배웠던 것 같다."

- 크리처물이긴 하지만 갈수록 더 잔인함을 강조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굳이 이렇게까지 보여줘야 하나 하는 장면도 적지 않았는데, 연출자의 의도나 생각은 어떤가? 수위 조절 고민은 없었나?

"제일 큰 의도는 그 상황에 놓여 있는 인물이 그 느낌을 실제로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리얼함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다소 그렇게 묘사가 된 것 같은데, 진짜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 거다. 이전엔 찔릴 때 표정을 잡고 이후에 (찔린 걸) 빼는 행동을 보여주는 방식이라면, 찔리는 고통도 더 무서워진 환경 안에 있으므로 배우들의 공포감을 이용해 시청자들이 같이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고어적인 부분이 강조된 것 같다. 넷플릭스에서는 수위가 센 장면을 짧게 해달라고 해서 축소를 했다. '워킹데드' 같은 경우엔 내장이 쏟아진다. 외국 크리처물이 더 잔인하다. 하지만 국내는 다르기 때문에 수위 조절을 하려고 했다. 넷플릭스와 공유를 하면서 시청자들의 반응도 시뮬레이션하고 편집했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느낀다면 넷플릭스 심의팀을 더 강화하도록 하겠다."

배우 이도현이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3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이도현이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3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 기술력도 상당히 성장했는데, 이제는 한국의 기술로도 가능한 수준이 됐다. CG에 있어서 변화된 지점, 연출자로서의 생각은 어떤가?

"시즌1에서는 소극적으로 CG를 썼다. 컷 수도 다르고 액션도 하다가 만다. 딱 그 정도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시즌2와 시즌3는 밖으로 나오다 보니 좀 과감하게 펼치려고 했다. 시즌2 초반부에서 괴물이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가는 장면 같은 경우 힘을 줘서 국내 기술력만으로도 보여줄 수 있게 노력했다. 시즌1에서는 개체 수가 적고 원작 베이스라면, 시즌2와 시즌3에서는 새롭게 창조된 크리처물로 메우려고 했다. 디자인도 2와 3는 국내 기술로 했고, 1은 거의 외부에서 해왔다."

- 그럼에도 이번 시즌3에서의 괴물 CG는 아쉽다는 반응이 있었다.

"예를 들어 '어벤져스'도 TV로 보면 이상하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 최선을 다해서 했는데, 환경과 맞지 않으면 CG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다.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좋은 결과와 성과에 대해 대우받지 못하는 것도 있다고 본다. 시즌2와 시즌3에 나오는 아포칼립스 환경을 전부 다 CG로 구현했다. 국내에서는 그걸 찍을 곳이 없다. 그리고 크리처 개체 수도 제일 많다. 다른 영화에서 보면 종류별로 거의 한 마리 정도밖에 안 나오는데, 저희는 계속 바꿔가면서 나온다. 그걸 다 디자인하고 움직임을 구현했다."

- 마지막에 편상욱(이진욱 분)과 차현수의 대결을 기대한 시청자도 많았는데, 원하는 것과는 다른 결말을 맞이했다. 그 부분에서의 고민도 있었나?

"괴물화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스스로의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현수가 괴물이 안 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마음속에 있던 현수가 괴물 현수를 밀어내는 것처럼 상욱도 내면에서 악당을 몰아내는 과정을 그렸다. 이것이 시즌2, 3를 기획할 때 처음부터 그렸다. 시즌1에서 죽은 것처럼 보였던 상욱을 보내는 가장 좋은 방식이기도 했고, 결과적으로는 '스위트홈'의 전체 주제와 맞닿아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다소 액션이 없는 부분에 대해선 아쉬움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액션보다 더 중요한 건 상욱 캐릭터가 가진 인간애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충돌을 통해 결국 인간애를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물론 상욱과 현수가 말이라도 "나 갈게" 이런 말이라도 했으면 좋겠지만(웃음) 여유가 없었다."

- '스위트홈'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가 송강, 이도현, 고민시 등 신예의 발견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스위트홈' 이후 스타로 발돋움 했다 보니 아버지 같은 마음일 것 같다.

"저는 '스위트홈'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잘될 줄 알았다. 처음부터 너무 잘했고 태도도 좋았다. 시즌1에서는 세트 한 군데에서 다 같이 찍었다. 그래서 서로에 대한 협동심도 생기고 리스펙도 생겨서 좋은 자신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후 각기 다른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을 보여주는 것을 보고 되게 많이 뿌듯하다. 아버지라기보다는 저도 팬으로서 엄청 박수쳐주고 싶다."

배우 송강이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3에서 현수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송강이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3에서 현수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 어렵고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고 했는데, 이번 작품을 끝내면서 연출자로서 새롭게 생긴 고민도 있나?

"제가 했던 작품은 반응이 모두 달랐다. 실시간이 다르고, 하루가 다르고, 일주일이 다르고, 한 달이 다르고, 1년이 다르고, 10년이 다르더라. 그래서 평가의 순간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초심을 잃지 않고 소통하는 자세로 가야 재미있게 만들고 그 속에서 발전이 있을 수 있다. 평가라는 건, 그 시대를 넘어선 가치가 있을 수도 있고 그 평가를 기반으로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상을 받는 작품이 무조건 훌륭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잘하라는 의미가 담기기도 한다. 그것이 좋은 레퍼런스가 되어서 또 좋은 작품이 생기기도 하니까. 어워즈에서 상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저에게는 좋고 재미난 쓴소리가 좋은 상이 될 것 같다. 그런 쓴소리 문화가 재미있게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신 화풀이 문화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창작자들이나 배우들도 좋은 고민을 하고 만들었을 텐데 그런 것들이 좌절되지 않고 소통이 되고 쓴소리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유쾌한 문화가 됐으면 좋겠다."

- '스위트홈' 시리즈를 하면서 달성하고 싶었던 목표가 있었을 것 같은데,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생각하나?

"일단은 방송이 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그건 달성했다."

- 기술이나 시즌제의 유의미한 성과에 대해 자평한다면?

"시즌제가 힘들다. 시츄에이션이 아니기 때문에 힘든 것인데, 돈도 시간도 많이 필요하다. 시청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고 시즌별로 디벨롭을 해야 했다. 아포칼립스는 할 곳이 없다. 외국은 크리처의 전통이 몇십 년이 되는데 우리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들어가는 비용 자체가 적을 수 있고, 연구 개발도 해야 한다. 시간도 많이 필요하다. 이런 다양한 소재 가능성은 여러 상상력을 발휘해서 만드는 영역이다.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데, 본전을 뽑아야 하다 보니 쉽게 투자하기 힘들다. 당장 하려면 압축적으로 해야 한다. 이야기를 풀어갈 때 외국 기술력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자생적으로 하려면 시간이나 응원이 많이 필요하다. 고정 비용 하나로 매 시즌 갈 수 있는 건 가능하나, 할 때마다 새로운 비용이 들어가는 아포칼립스물 같은 경우엔 쉽지 않다. 그래서 고민이 많은 걸로 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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