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주지훈이 '탈출'로 또 다른 새 얼굴을 장착했다. 재난물 속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감정과 빠른 전개에 매력을 느꼈다는 그는 캐릭터에 대한 아쉬운 반응에 "그렇게 봤다면 맞는 것"이라며 건강한 비판은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조롱과 비판은 구별할 줄 알기 때문에 쉽게 상처 받지 않는다며 다음 작품에서도 솔직하게 다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길 희망했다.
지난 12일 개봉된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감독 김태곤)는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 해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을 받아 첫 공개된 후 1년 만에 개봉하게 됐으며, 故 이선균의 유작이다.
주지훈은 인생 한 방을 노리는 렉카 기사 조박 역을 맡아 이선균, 김희원, 문성근, 예수정, 박희본, 박주현, 김수안 등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조박은 공항대교 부근 주유소에서 투잡을 뛰며 뒷주머니 채울 기회가 있을지 호시탐탐 노리던 중 손님으로 온 정원(이선균)과 사소한 시비가 붙는다. 이후 공항대교에서 연쇄 추돌 사고가 벌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건수를 잡기 위해 렉카를 몰고 출동했다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의 곁에는 반려견 조디가 함께한다.
주지훈은 조박 역을 위해 색다른 비주얼 변신을 하는 한편, 극중 반려견 조디와 깜찍한 팀플레이를 펼친다. 조박은 무거운 극 속에서 웃음을 더하며 환기를 시켜주는 인물. 주지훈은 특유의 유쾌함으로 조박을 연기했지만, 극 분위기는 물론 다른 캐릭터와 이질감이 느껴져 붕 뜬다는 평가를 얻었다. 다음은 주지훈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어서 출연을 결정했나?
"빠르고 매력이 충분히 드러나는 팝콘 무비라 좋았다. 재난을 맞이하고 느끼는 감정은 보편적이다. 에코나인의 서사를 보여주지만 그것이 롤은 아니다. 설정인 거다. 상업 영화, 팝콘 무비로서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감정이 있다고 판단했다."
- 비주얼은 어떻게 구현했나?
"거의 대본에서 받은 느낌으로 만들었다. 장면 중에 주유소에서 일하고 수금하려고 하는 직접적인 장면이 나온다. 저 어릴 때인 90년대 초반, 학교 안 가고 자아를 표출하고 싶지만 금전이 모자라 고급 미용실 염색은 못 하고 맥주로 머리를 감는다거나 하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것이 설정에 스며들 것 같았다. 사장님 없을 때 대리로 일을 하는데, 단기로 일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주유소 옷을 입지 않았을까 했다. 렉카도 낡은 것을 쓰는 친구가 좋은 옷을 입지는 않았을 거라는 상상이 가미 됐다."
- 입으로 불을 뿜던 장면 때문에 침샘을 다쳐서 고생했다고 들었다. 괜찮아졌나?
"지금은 다 돌아왔다. 치주염처럼 붓고 아프고 열이 난다. 호기롭게 제가 하겠다고 했지만, 나의 뇌는 무서웠나 보다. 순간 어느 이상으로 들어와서 염증이 생겼다."
- 전문가도 있었는데 현장에서 직접 하겠다고 했을 때 무섭지 않았던 건가?
"무섭다. 제 잘못이다. 물론 안전장치가 되어있지만 위험할 수 있으니 불을 뿜으라고 하지 않았다. 극적 상황에서 그걸로 인해 위기가 타파되는 중요한 상황이다. 전문가가 아니고, 자기 안위만 챙기던 사람이 그들과 동화되고 동료애로 불을 뿜는데 너무 완벽하게 하면 이상할 것 같았다. 이건 제 판단이다. 불 뿜고 자기도 놀라고, 그 와중에 이 악물고 해내는 걸 표현하려면 진짜로 해야겠더라."
- 조박은 긴박한 극에서 웃음을 담당하는 인물이다. 너무 튀면 안 되고, 적정선을 지키며 웃음을 유발해야 하다 보니 고민되는 지점도 있었을 것 같다.
"당연히 고민이 있지만, 같이 작업을 하는 이들을 믿었다. 특히 '신과 함께' 시리즈를 함께 한 김용화 감독님이 수장을 맡고 있다 보니 그 시스템을 안다. 후시가 100%다. 연기한 후 후시를 일주일 동안 한다. 그것을 알고 있다 보니까 대본에 충실하자는 얘기를 해서 연기할 때 날뛰었다. 현장에선 만족스러웠고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는데, 편집해보니 튀더라. 전체적으로 음악을 넣고 재난물의 톤앤매너가 완성되니까 튀는 것이 있었다. 그걸 전체 후시를 통해 잡았고, 50% 깎아내렸다."
- 후시로 보완을 했다고는 하지만, 영화를 봤을 때 조박이 다른 캐릭터와 잘 어우러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관객이 그렇게 느낀다면 맞는 거다. 저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성향의 배우다. 이 작품에 어떤 이유로 출연하고 싶고, 관객에게 어떤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지 판단이 섰을 때, 엄청난 사명감이 아니라 이런 장르도 배우로서 또 관객으로서 나왔으면 좋겠다 싶을 때 참여한다. 제가 볼 때 그 정도는 아니었고 감정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튀어 보인다고 하면 말할 수 있는 게 없다. 방지턱이 있지만, 뾰족하다고 느낀 거면 그런 거다."
- 조박 캐릭터에 설득력을 입히는 과정이 있었나?
"저는 취향 없이 잘 받아들이는 타입이다. 길 가다가 새똥을 맞으면 '나에게 왜 이런 일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냥 '재수 없어 맞은 거지, 뭐 어쩌겠어'라고 한다. 실제 인생을 살다 보면 생각지 못하게 풀리거나 노력했는데 말도 안 되게 꼬이는 경우가 많다. 그걸 그냥 받아들인다. 기본적인 글이 있으니 조박이 하는 행동에 크게 물음표를 가지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주위에 되게 특이한 사람이 많았다. 캐릭터도 특이하고 이상한 일을 겪는 걸 보고 자라서 '이게 말이 되나'가 많지 않다. 그럴 수 있지 한다. 관객이 설득되어야 하니까 의문이 들면 감독님에게 물어보고 해결하려고 했고, 그 답을 믿고 했다."
"이기적인 모습이 여러 인물에서 부각이 되지만 조박은 자신의 안위 때문에 남을 희생시키지는 않는다. 변모하는 과정이 보이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너무 밉지 않게 그려진 것 같다. 진지하고 리얼하게 가는 것도 좋지만, 누구나 느낄법한 감정과 '너 같으면 어떻게 할 것 같아?'라며 솔직한 이야기를 가볍게 나눌 수 있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얼마 전에 정우성 형과 만나서 우리는 비판하는 걸 너무 터부시한다는 얘기를 했다. 어떤 작품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것 말고, 비판하는 대화가 터부시되는 것이 안타깝다는 얘기였다. 매너 있는 선에서 건강하게 다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 그렇다면 본인에 대한 비판도 잘 수용하는 편인가?
"100% 수용한다. 줏대 없이 그렇다는 건 아니고, 내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할 거라 생각하고 도전하는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는 없지 않나. 거장의 작품도 오픈되었을 때 지루하다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부족하면 질타받는 것이 맞고, 나도 알지만 감내하며 시도했던 부분에 대해 얘기를 하신다면 '나도 저걸 걱정했는데 들켰다. 더 노력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말 같지도 않은 조롱은 보이지도 않는다. 상처받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날이 맑은데 갑자기 저에게 '벼락 맞아라'라고 하면 전혀 타격이 없고, 무시한다. 조롱과 비판을 구분하는 능력은 있다. 그러니 건강한 비판을 해달라. 알아야 개선이 되고 크게 상처 안 받는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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