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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② '백설공주' 변영주 감독 "변요한, 연기대상 받았으면"


(인터뷰)변영주 감독, MBC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첫 드라마 연출
"20대부터 알았던 권해효와 첫 작업, 컷 하기 싫을 정도로 멋진 연기"
"결말? 어떤 악인도 빠져나가지 못할 것"
"시청률 떠나 재방송도 보게 되는 드라마, 배우들의 출세작 되길"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매회 강렬하다. 물론 장르의 특성상 모든 것이 빨리 해결되거나 속시원한 이야기를 전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보게 되는 매력이 크다. 이야기의 무게감이 있고 탁월한 연출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이야기를 끌고 가는 변요한의 연기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다. 여기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이 각 캐릭터에 맞게 열연을 펼친다. 오랜 만에 만나는 잘 만든 범죄 스릴러 드라마다.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연출 변영주, 극본 서주연)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이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 드라마다.

변영주 감독이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MBC]

'화차' 변영주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으로 기대를 모았으며, 변요한과 고준, 고보결, 김보라, 권해효, 이가섭, 배종옥, 공정환, 김미경, 안내상, 조재윤, 박미현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열연을 펼쳤다.

시청률 2.8%로 출발했던 드라마는 쫄깃한 스토리와 연출, 배우들의 호연 등에 힘입어 매회 상승세를 이어갔고, 지난 8회에선 6.4%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얻었다.

특히 고정우(변요한 분)의 친구 양병무(이태구 분)와 신민수(이우제 분)가 죽은 심보영(장하은 분)의 성폭행범으로 붙잡힌 가운데 진실을 은폐하려는 경찰서장 현구탁(권해효 분)의 만행이 참담한 비극을 불러와 충격을 안겼다. 반환점을 돌고 후반부를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변영주 감독은 시청률 상승 소감과 첫 드라마 연출 소감, 후반부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 드라마와 영화 촬영이 그렇게 다를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처음이라 고민되는 지점도 있었나?

"제일 크게 도움이 된 건 배우다. 권해효, 배종옥, 차순배 배우 등 저보다 드라마 경험이 많은 배우들이다. 저희가 서울에서 찍었으면 끝나고 바로 헤어질 텐데 당진에서 촬영해서 촬영 끝나면 다들 그 동네를 돌아다닌다. 그럼 붙잡아서 앉혀놓고 감정 전환을 어떻게 했는지 물어보곤 했다. 처음 알게 된 것이 많다. 계산을 되게 열심히 해야 하더라. 특히 권해효 형과는 20대부터 알았던 친구 사이다. 그런데 둘이서 한 번도 연출자와 배우로 일을 해본 적은 없다. 이번엔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말도 안 되는 걸 요구하더라도 잘 해석해달라고 했는데, 정말 해효 형과 작업하는 것이 좋았고 항상 기대하게 된다. 대사를 좀 바꿔서 가면 본인 입에 맞춰서 "이건 어때?"라고 하면서 만들어지는 순간이 생긴다. 절대로 선배인 티를 안 내는 사람이다. 어느 날 젊은 배우들을 모아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더라. 그게 다 저 때문이라는 걸 전 안다. 저를 도와주고 싶어서 그런 거라 고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배우 배종옥-고보결-변요한-고준-김보라-조재윤이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MBC 새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제작발표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 8화에서 권해효 배우의 오열 장면이 화제가 많이 됐다. 현장에서 어땠는지 궁금하다.

"애초에 못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자기 목표 중의 하나가 빠개진 거다. 악인이 실패한 거다. 그래서 형이 사전에 좀 더 센 인간으로 디벨롭을 하자고 했다. 전복하는 캐릭터를 만들면 나중의 비극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초반부터 빌드업을 했다. 형이 오열할 때 우리에겐 여러 가지 길이 있다. 예를 들면 어떤 불행한 상황을 보고 그리로 뛰어가는 것이 있고, 그 자리에서 무너지는 것이 있다. 구탁은 경찰이라 보는 순간 상황 파악을 다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는 과정에 예측을 다 했을 거라고 생각해서 오열하고 나머지는 스킵했다. 그 장면을 되게 잘해서 컷을 부르기 싫을 정도였다. 배우는 힘들지만, 저는 안 힘드니까.(웃음) 너무 멋진 연기를 할 때 배우는 오케이 난 것 같은데라는 마음이 있겠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저 얼굴을 끊기 싫다는 생각이 들어서 컷을 못 부를 때가 있다."

- 마을 공동체가 범인이라는 점에서 밀양 사건도 연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 지점도 염두에 둔 것이 있나?

"그렇지는 않다. 물론 한국 사회의 감정들,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거기에 종속되어 지푸라기라도 잡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밀양 사건뿐만 아니라 되게 많은 것을 염두에 두고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리얼해야 한다는 고민을 많이 했다. 한국 사회에서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사건이 10년 형을 받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법률상 그런 건데, 그렇다고 해서 한국인이라 5년 형이라고 하면 이상하다. 무게감이 사라진다. 10년이라는 무리한 설정으로 시작하면 나머지 부분은 되게 리얼해져야 한다. 그래서 친구인 권일용 교수에게 도움을 청했다. 새벽 2시에도 전화하고, 아침 7시에도 전화해서는 이렇게 해도 되는지 계속 물어보곤 했다.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받아 너무나 감사했다. 단 한 번도 싫어하지 않고 받아줬다. 그래서 지금 준비하는 작품에는 그 친구가 자문을 맡았다. 더 뻔뻔하게 부탁하고 있다."

배우 김미경, 안내상이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MBC]

- 원작과는 달리 한국 사회의 특징이 녹아있는 관계성을 필요로 하는데, 어떤 부분에 집중했나?

"원작은 범인들끼리 연대한다. 우리는 마을 전체가 애를 몰고 간다. 집값이 떨어질까 봐, 여기에 펜션이 대규모로 들어와야 하는데, 우리도 아파트에 살아야 하는데 라고 하면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있다. 사람들 사이 관계를 계단식으로 만들었다. 이를테면 제일 위에 정치인이 있고 경찰서장이 있고, 이런 식으로 그들 사이 균열이 일어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야 세상이 바뀌는 단초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어른 배우들이 그런 정서를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연관 관계를 주고 싶었다. 이 마을이 얼마나 뻔한가. 1화 마지막에 정우 어머니(김미경 분)가 떨어지는 걸 제일 먼저 발견하는 건 바의 주인이고, 응급실에 갔을 때 간호사가 동창이라는 식이다. 여긴 비밀이 있을 수가 없는 곳인데, 이런 엄청난 비밀이 있다. 제가 가족들 캐스팅하면서 그렇게 좀 엮었는데 너무 유장하게 한 거다. 그게 영화라면 되는데 드라마에서는 잘 안 보인다. 이건 제가 실패한 거고 반성의 부분이다. 그것이 순식간에 보일 수 있게 아예 더 드러내던가, 적은 시간 안에 다 표현해야 했는데 제가 드라마의 속도감을 몰랐던 거다. 아침 9시에 봤던 애를 저녁 6시에도 볼 수 있는 마을이라는 걸 티 내고 싶었는데 제가 잘 못 한 것 같다."

"제가 계속 고민했던 건 관계다. 정우의 엄마와 보영 엄마(박미현 분)는 어떤 사이고 젊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가 끊임없이 겹쳐 있어야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가 이 작품에 들어와서 만들었던 신이 1화 마지막에 회상처럼 나오는 정우 엄마, 아빠(안내상 분)의 대화신이다. 정우 엄마가 왜 버티고 있는지 표현하는 신이 있었으면 좋겠더라. 촬영 끝나고 밤에 갑자기 생각나서 전달했고 모두 좋다고 해서 갔던 신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너무 유장하게 썼다. 신에선 한 가지 이야기만 해야 하는데, 두 가지가 있다. 가해자가 되어버린 내 아들을 믿지만 그럼에도 시체를 찾지 못한 피해자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가해자 부모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표현하는 거다. 범인이 아니라는 생각을 피해자가 있는데 어떻게 말로 하나. 그러면 안 된다고 하다가도 우리는 떠나지 않을 거라고 한다. 떠나게 되면 범인인 걸 인정하는 것 같다고 한다. 양자적인데 너무 긴 거다. 그것만 5분 가까이 된다. 제 딴에는 잘 찍었다고 생각했고 배우들도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이 배우들은 진짜 귀신이구나 싶었다. 그날 변요한 배우 촬영이 뒤에 있었는데 그 신을 보겠다고 왔었다. 이 친구도 울컥했는데 점점 '슬프긴 한데, 내가 봤을 때 다 못 쓸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라."

"그 다음에 제가 만들었던 것이 보영 엄마와 정우의 신인데, 박미현 배우의 대사를 바꿨다. 원래는 서로 증오하는 느낌이었는데, 거기서 역사를 풀자고 했다. 감정이 격해져 있기 때문에 설명적인 얘기를 해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원래는 변요한 배우가 굉장히 분노가 가득 찬 상태로 와서 푸는 거였는데, 저와 촬영하기 전에 30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엄마를 해친 게 분명해서 분노하겠지만, 끝내 네가 버티지 못하고 굴복했기 때문에 이 지옥 같은 상황이 10년 동안 이어진 것에 대한 통찰 적인 마음을 만들어준다면 시청자들에게 훨씬 사랑받지 않을까. 억울하다고만 말하는 게 아니라, 내가 용감하게 버티지 못했던 것 때문에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었다는 마음이 조금 느껴지게 한다면 시청자들이 훨씬 더 널 좋아할 것 같다'라고 했다. 그렇게 그 신이 만들어지면서 파생된 것이 보영의 시체를 찾으러 갔다가 "내가 너무 배고프고 엄마가 보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말했지만 난 아니다"라는 대사다. 그런 식으로 연결이 되면서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박미현 배우가 연기를 너무 잘해줬고, 변요한 배우가 "이모"라고 내뱉는 그 말이 너무 좋았다."

"육교 신을 좀 뒤에 찍었다. 비가 많이 오면 사람들이 잘 보지 못하는 육교를 찾아야 했는데 찾기가 어려웠다. 조재윤 배우에게 변요한 배우와 박미현 배우가 연기한 그 신, 보영이 방을 먼저 보여줬다. 보영 아빠가 나쁜 사람인 건 맞는데, 마음속에는 죄책감 때문에 억울하고 분한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증오하는 마음 말고, 보영 엄마와 아빠 모두 나 때문이라는 것이 마음속 깊이 있기 때문에 그 죄책감이 둘을 뭉개는 거다. 본인들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을 모른 척하려고 더 오바하게 되는 지점이다. 애초에 정우 엄마를 해코지하는 것이 아니라 분한 마음을 참을 수 없어서, 소고기에 눈이 돌아간 사람처럼 해보자고 했다. 조재윤 배우가 나쁜 연기만 하고 끝낼 수 있는데 자기변명, 연민이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한다."

배우 변요한이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MBC]

- 변요한 배우와 작업을 하면서 새 얼굴을 발견한 것이 있나? 어떤 부분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나?

"변요한 배우는 그동안 너무나 좋은 얼굴을 보여준 배우다. 그 친구가 가지고 있는 좋은 모습 중 원하는 걸 가져와 쓴다고 생각한다. 전부는 아니지만 몇몇 배우는 작품 들어가기 전에 웬만한 필모그래피를 보고 간다. 그래서 아예 대놓고 나는 이 드라마에서의 표정이 좋았다고 한다. '미스터 션샤인'에서 스스로를 부끄러워하지만 티 안 내려고 하는 표정을 조금 더 발전시키면 상철을 바라볼 때의 표정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식으로 하기도 하고, 제가 '소셜포비아'의 변요한 배우를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옷도 그렇게 입어 보자고 했다."

- 고등학생 연기를 배우들이 직접 다 했다 보니 거기서 생기는 이슈도 있었다.

"그건 강박이지 않나 생각한다. 과거와 끊임없이 연동되는 이야기인데 만약 딴 배우가 나와서 고등학생 연기를 했다면 재미있을까 싶다. 그래도 20대까지는 보이지 않나?(웃음) 제작비가 좀 더 있었으면 디에이징을 좀 더 했을 텐데. 50대 배우를 20대로 만드는 것보다 아직 늙지 않은 배우를 더 어리게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고 하더라."

- 변요한 배우가 교복 입은 것에 대해 만족한 편인가?

"보조 출연으로 나온 친구들과 요한 배우가 같이 앉아있는데 저는 진짜 구분을 못 했다. 배우와도 얘기를 많이 했다. 제가 "괜찮다"라고 했다. 애초에 이건 끊임없이 과거와 연결이 되기 때문에 나머지 친구들도 전부 그렇게 나온다."

- 조금 이를 수도 있긴 하지만, 변요한 배우를 비롯해 연기대상에서의 수상 욕심도 있나?

"변요한 배우는 연기대상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렇게 매회 맞고 끝나는 경우는 없지 않나. 배우들이 상을 좀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한 명이 극을 끌고 가는 드라마다. 정우 캐릭터의 동선에 따라서 모든 것이 이뤄지는 드라마다. 그래서 많은 칭찬을 받았으면 좋겠다."

- 이가섭 배우가 1인 2역을 맡았다. 어떻게 이 캐릭터를 만들었나?

"어떻게 보면 제일 힘든 역할이다. 제일 먼저 수오에게 틱을 주는 거로 시작했다. 나중에 건오도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수오처럼 보일 때가 있다. 틱을 넣어서 이 둘을 좀 다르게 가져가자고 했다. 앞으로 수오가 점점 귀여워보일 건데, 그걸 기대해주시면 좋겠다."

배우 고준이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MBC]

- 형사 역할의 고준 배우 활약도 궁금해지는 포인트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를 꼽아준다면?

"고준 배우의 평소 말투가 섞여서 노상철이 나왔다. 능글거리는 건 평소 고준 배우가 현장에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때 쓰는 말투이기도 하다. 그런 것들이 노상철이라는 재미있는 형사 캐릭터를 만들었다. 단점이 많은 좋은 형사다. 페이소스를 준다. 뒤로 갈수록 노상철이 이삿짐을 풀기 때문에 옷도 좀 좋은 걸 입을 거다. 정우와 상철은 어떻게 실마리를 잡아갈 것인가, 끊임없이 방해를 받을 텐데 어떤 것이 실마리가 될까, 사체가 발견됐고 성폭행 상황이 있었는데, 그 자리엔 정우가 없었다. 그 죽음을 본 목격자가 누구고 그 시체를 치운 사람은 누군가, 이걸 누가 은폐했나, 수사 과정에서 어떻게 조작이 들어갔나, 협박 문자가 있었는데 이 부부는 어떻게 들키게 될까, 다은이의 사체를 찾을 수 있나, 수호의 그림이 스포인데 그는 무엇을 봤나. 이것이 다 모이고 풀려야 미스터리 스릴러가 된다."

- 마지막에 가면 통쾌함을 느낄 수 있을까?

"어떤 악인도 빠져나가지 못할 거다. 그리고 정우네도 다시 행복해지려고 노력할 것이다."

- 시청률을 떠나서 시청자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길 바라나?

"재방송도 보게 되는 드라마였으면 좋겠다. '재방송 봐야지'가 아니라 그냥 지나가다가 나왔을 때 "나 이거 봤는데" 하면서 다시 볼 수 있는 드라마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몇몇 배우들은 출세작으로 대표되는 작품이면 좋겠다. 변요한, 고준, 고보결 했을 때 "그 드라마!"라고 얘기되는 드라마라면 기쁜 일일 것 같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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