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강동원과 박정민의 지독한 브로맨스가 '전,란'을 가득 채웠다. "친구로서 사랑하는 사이", "더 좋아졌다"라고 서로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드러낸 강동원, 박정민이다.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전,란'(감독 김상만) 오픈 토크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김상만 감독, 배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이 참석했다.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영화로,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을 맡았다. 지난 2일 개막작으로 첫 상영됐다.
이날 김상만 감독은 "조선 중기 전쟁 전후의 이야기를 담았다. 당시 자신의 신분, 계급에 따라서 관점이 다르다. 그게 흥미로운 지점이다"라고 관점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본을 쓴 박찬욱 감독에 대해 "캐릭터에 메시지가 잘 녹아져 있어서 역시 대단하시다고 생각했다"라며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각각의 인물이 가지고 있는 차이를 대비되게 잘 담아야겠다 싶었고 그런 부분을 강조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강동원은 "천영은 자신의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개척해나가려 하는 인물이다. 그런 점들을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다"라며 "자신의 처지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려고 하다가 시스템도 바꾸자 하는 인물이다. 관객들이 가장 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관객들에게 희망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정민은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느낀 매력은 종려는 외로운 인물인 것 같았다. 모든 걸 가지고 태어난 인물이지만, 불시에 모든 걸 다 잃어버린다. 이런 사람이 과연 어떻게 변화를 해나가는가에 대한 질문인 것 같았다. 그런 면에서 매력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앞서 개막식에서 자신이 양반이고 강동원이 종이라는 걸 강조했던 박정민은 "저는 양반일 수 있다. 종이 강동원 선배님이라는 것에서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표했다"라며 "그 선택이 굉장히 탁월하다는 생각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들더라. 제가 노비고 선배님이 양반이면 그저 그렇고 많이 봐왔던 그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설명했다.
왕 캐릭터는 처음 맡은 차승원은 "선조라는 인물은 이미 많은 배우들이 다뤘던 인물이다. 역대 왕 중 손꼽을 정도로 많이 나왔다"라며 "어마어마한 콤플렉스가 작용했던 것 같다. 궁을 세우면서 그 콤플렉스를 극복하려 하는 인물이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계가 있다. 아주 못됨과 왕으로서의 위엄을 적절하게, 뒤죽박죽 얽혀있는 인물이다"라며 "많이 손을 탔던 인물인데 과연 어떻게 표현할까 굉장히 고민했다. 현장에서 캐릭터를 많이 잡아갔다. 시나리오에 있는 것보다 생각의 범주를 펼쳐서 했던 기억이 난다. 빌런 역할을 충실히 했다. 그 지점을 봐주시길 바라다"라고 전했다.
행동대장 범동을 연기한 김신록은 "액션을 하는 모습이 믿음직스러워야 하고 병법을 통해 무예를 익힌 사람이 아니라 투박하고 거칠게, 서바이벌로 익힌 움직임이 나왔으면 해서 액션스쿨에서 연습했다"라며 "도리깨를 휘두르는데, 깨를 털던 농기구다. 왜군과 싸우러 나오는 서민의 울분을 담았다"라고 말했다.
의병장 김자령 역을 맡은 진선규는 "올바른 정치를 통해서 나라를 만들자 하는 충신이다. 전란 후 등장하는 인물이다"라며 "양반의 신분임에도 부드러움을 통해서 나라를 구하고 잘 살아가기 위한 의지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저의 원래 마음을 많이 담으려 노력했다. 저도 그러고 싶다. 배역 뿐만 아니라 진선규로서도 이 역할을 하면서 많이 좋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일본군의 선봉장 겐신 역을 맡은 정성일은 "연기할 때 외롭지는 않았다. 늘 제 옆에는 통역사 고한민 배우가 있었다. 강동원, 박정민 배우 외 다른 분들을 제대로 못 만난 건 아쉬웠다"라며 "저는 개인적으로 아무도 못 알아봤으면 했다. '쟤 누구지?'라며 일본 사람으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었다"라며 "일본어도 미리 공부를 하고 액션도 미리 준비했다"라고 전했다.
또 그는 "미술을 하셨던 감독님이 분장에도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상처나 갑옷 디자인도 디테일하게 많이 잡아주셨다"라고 덧붙였다.
김상만 감독은 캐스팅과 관련해 "강동원은 무예가 출중하고 기대치가 높아서 그것을 충족시키는 연출을 하는 것이 미션이었다. 촬영하는 과정에서 강동원이 작품을 꿰뚫고 연기하는 것에 대해 새삼 놀랐다"라며 "또 의외성을 보여주자는 마음이었다"라고 강동원을 노비 역으로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박정민의 종려는 인생의 부침을 겪는 인물이라 압도적인 연기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해맑은 청년의 얼굴부터 광기 흑화된 얼굴을 보여주는 연기 차력쇼다. 인간의 모든 감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극찬했다.
또 "선조는 사실 무능하지 않고 머리가 좋다. 전쟁 전에는 평화로웠다. 좋은 머리를 왕권 강화, 안위에만 신경 쓴 교활함이 있었다. 그걸 표현하는데 있어서 차승원이 가진 카리스마, 압도하는 것이 있다. 그것이 담겼으면 했고, 그런 부분을 배우가 세게 표현하고 싶어하더라. 수염의 길이, 눈썹 모양까지 디테일하게 상의하면서 잡아갔다"라고 설명했다.
"범동은 처음엔 남자 캐릭터였다"라고 밝힌 그는 "캐스팅할 때 '지옥'이 오픈되면서 그 연기에 쇼크받았다. 저 배우를 꼭 하고 싶어서 바꿔버렸다. 바꾸면서 여성화 시키려 하지는 않았다. 그 캐릭터를 두고 배우만 여자가 한거다. 거기서 오는 새로움이 있고, 잘 해석해주셔서 좋았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진선규는 워낙 좋아한 배우다. 가지고 있는 선함에 속이 깊고 무게감이 있다. 그런 것들이 의병장 캐릭터에 잘 맞다고 생각했다"라며 "정성일은 '더 글로리'에서도 그려졌지만 차가운 느낌이 있다. 겐신이라는 캐릭터에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잘 표현해주셨다"라고 전했다.
천영과 종려는 우정 그 이상의 관계를 형성하며 멜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에 대해 박정민은 "저도 모니터 보면서 '어?' 이랬다. '이래도 되나?' 이런 느낌을 받은 적도 있었다"라며 "워낙 좋아하는 선배님인데 초반 과거 신을 촬영하면서 선배님이 더 좋아졌다. 재미있게 촬영했다. 두 달 못 보는 시기가 생겼다. 보고싶다는 생각이 가끔씩 들었다. 그래서 다시 만났을 때 굉장히 반갑고 의지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고백했다.
또 박정민은 "카메라 앞에서는 분노하고 싸워야했지만 밖에서는 저의 든든한 의지가 되는 선배님이었다"라며 "마지막 장면은 거의 마지막에 찍었는데, 생각하지 못했던 오묘한 감정이 새기더라. 마지막에 몰려오는 회환에서 오는 이상한 감정이 생겼다"라고 덧붙였다.
강동원 역시 "가장 친한 벗인데, 시대가 만든 비극이다. 서로 오해가 쌓이고 멀어지게 된다. 어린 시절 둘이 훈련하면서 그 장면 찍을 때 종려의 부인이 와서 보고 간다. 우리끼리는 '너무 무섭다'는 얘기를 했다. 둘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라며 "둘이 있으면 즐겁고 재미있는, 베스트 프렌드, 운명적인 친구 관계다. 연기할 때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했다. 친구로서 사랑하는 사이라고 생각했다. 서로만이 서로를 아픔을 이해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박정민이라서 더 그런 감정이 나온 것 같다. 이전 영화(천박사)에서 잠깐 호흡을 맞췄는데 더 길게 호흡하고 싶었다. 이번에 같이 해서 즐거웠다"라며 "박정민 눈이 촉촉해지면 '멜로 눈깔'이라고 하고, 같이 안 찍고 다른 거 찍고 온 거 보면 '나쁜 눈깔'이라고 하기도 했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정성일은 강동원과 브로맨스 관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강동원 박정민 사이가 너무 끈끈해서 저 둘 사이에 끼고 싶지 않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강동원은 "성일이 형이 차가워보이는 얼굴이 있다. 실제로는 따뜻한 사람이다. 이상한 포근함이 있다. 즐겁게 촬영했다"라고 말했다.
차승원은 박정민과의 호흡에 대해 "연기 폭도 넓고, 기본적으로 모니터에 담긴 모습을 봤을 때 저도 모르게 믿게 되는 지점이 있다. 배우가 가진 큰 무기다. 밸런스 게이지가 너무 높아 좋았다"라고 극찬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1일까지 부산 일대에서 진행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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