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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으로 간 '우정만리'…"격동의 근현대사에 휴머니즘 녹였죠"


우편배달부 3대가 들려주는 격동의 100년…확장된 스케일
이대영 작가 "노벨상 받은 한국문학 조명, 희곡도 문학의 한 분야"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격동의 100년 근현대사에 휴머니즘 녹였죠."

근현대사 폭풍 속 대한민국 100년을 헤쳐나간 우편집배원 3代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우정만리'가 오늘(18일)부터 오는 27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2024-2025 레파토리' 시즌공연으로 막을 올린다.

3대에 걸친 우편집배원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우정만리'의 작가 이대영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장, 공연영상학과 교수가 17일 서울 중구 중림동 조이뉴스24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연극 '우정만리'는 얘기씨어터컴퍼니의 창작극으로, 3부작으로 기획됐다. 그 첫 번째 이야기인 이번 공연은, 초기의 우편배달부인 벙거지꾼 '김계동'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극은 대를 이어 체신국 관리자가 된 계동의 아들 '수혁'과 우편집배원이 된 계동의 손녀 '혜주'의 시선을 통해 시공간을 넘나들며 100여 년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펼쳐나간다.

작가 이대영은 "연극 '우정만리'는 백여 년 전 일제치하를 살아온 집배원 3대 가족의 이야기"라며 "아주 평범한 한 가정의 삶을 통해 사랑과 결혼, 독립운동과 해방, 6·25 전쟁에 따른 동족상잔의 비극, 종전 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며 격동의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접한 이들의 이야기를 글에 녹여 넣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30년의 근무를 마치고 마침내 퇴직을 앞둔 집배원 '혜주'가 근무 마지막 날에 이상한 편지 한 통을 발견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 편지는 생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할아버지 '김계동'이 아버지 '김수혁'에게 보내는 편지다. 그 편지를 배달하기 위해 아버지의 고향인 인천을 찾으며 연극은 시작된다.

연극 '우정만리'의 한 장면으로 과거 벙거지꾼이었던 동료들이 '김계동'의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 [사진=얘기씨어터컴퍼니]

극의 시간은 과거로 흘러 1930년에 닿는다. 20살의 수혁은 벙거지꾼(집배원의 옛 이름)인 아버지 계동의 권유로 체신이원양성소에 다니고 있다. 일제치하의 삼엄한 시대 속에서 양성소에서 쫓겨날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나간 우편 관리 현장 탐방을 겪으며 수혁은 벙거지꾼으로서의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계동이 수혁에게 쓴, 장난 섞인 암호 편지 한 통이 독립군의 작전 암호편지라는 오해를 받게 되고 순사들에게 끌려가 큰 고초를 겪고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이대영 작가는 "사건 안에는 일본에 대한 반감과 일제 탄압 등이 담겨있지만, 국지적인 것에서 벗어나 휴머니즘이라는 큰 틀에서 봐달라"라며 "이 작품에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부부의 갈등과 사랑과 해소, 그 시대 남녀 간의 사랑과 우정이 있다. 역사적으로, 국가적으로 보면 복잡하지만 그 내부에는 참다운 인간과 착한 인간, 선한자와 악한자가 있을 뿐이다. 그런 휴머니티가 강조되서 볼만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고 작품의 가치를 이야기 했다.

연극 '우정만리'의 한 장면으로 우편관리현장탐방에서 우여곡절을 겪고 온 아들 '김수혁'에게 술 한 잔을 건네는 '김계동'의 모습. [사진=얘기씨어터컴퍼니]

'우정만리'는 지난 2021년 경기문화재단의 문화예술제작지원사업으로 선정되어 '벙거지꾼 계동이'라는 제목으로 초연을 선보였다. 2023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원로예술인 공연지원사업에 선정되어 호평 속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고, 작품성을 인정받아 국립극장으로 무대를 옮겼다. 대학로와 지방 극장에서 관객을 만났던 '우정만리'의 공연 스케일이 확장됐을 뿐만 아니라, 반원형 아레나 무대 위 더욱 섬세해진 연출을 만날 수 있다.

"연극은 관계의 미학이다. 등장 인물들 간의 관계, 배우와 관객의 관계가 영화의 매소드와는 또 다르다"고 부연 설명한 이 작가는 "(대학로와 비교하면) 동선과 배우들의 연기 스케일이 커졌다. 대극장의 에너지를 써야 한다. 4년 간 공연을 봐온 관객들은 아레나 무대 활용과 무대에 따른 배우들의 스케일의 변화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이번 작품은 초기의 집배원인 벙거지꾼 김계동 역에 관록의 배우 이일섭이 출연하며 계동의 아들이자 체신관리자인 김수혁 역에 배우 최우성, 수혁의 딸이자 집배원인 김혜주 역에 배우 류진현이 출연하여 극의 중심을 이끌어간다. 독립군 대장 역으로 배우 정운봉, 국밥집 주인 역으로 배우 권혁풍, 교장 역으로 배우 강성해, 계동의 아내 이순례 역으로 배우 한록수, 수사관 역으로 배우 이계영이 출연해 열연한다.

다른 형식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다. 이 작가는 "연기 형식에 따라 삽화 배우, 연출 배우, 자아 배우 등 세 종류의 배우가 있다"며 "여주인공 혜주와 부친 수혁과 조부 계동이 극의 서사를 설명하는 연출 배우이다. 극에서 완전히 동떨어져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 하는 자아적 배우도 등장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연기 형식을 보며) 시공간의 흐름이 저렇게 변할 수 있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연극 '우정만리'에서 배우들이 연기하고 있다. [사진=얘기씨어터컴퍼니]

공연의 제작을 맡은 얘기씨어터컴퍼니는 1999년 경기도 부천에서 극단 열무로 창단한 이래 올해로 창단 25주년을 맞이한 극단이다. 지역 극단이 국립극장에서 공동기획으로 연출을 하고 작품을 올리는 것 또한 의미가 있다.

이 작가는 "지역극단이 좋은 작품을 만들어서 국립극단까지 오는 하나의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지역 극단이 굳이 서울로 오지않고도 (공연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개인적인 바람도 보탰다.

"요즘 한국문학이 노벨상을 수상할 정도로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잖아요. 연극, 희곡도 문학의 한 분야로서,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아 마음의 자양분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우정만리'는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5시, 일요일 오후 3시에 시작되며, 티켓 예매는 국립극장 홈페이지 및 인터파크에서 가능하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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